연세로 개방화장실 몰래카메라 전수조사

‘화장실 몰래카메라 범죄’는 잊을만하면 언론에 보도되는 흔한 범죄 중의 하나다. 신촌도 몰래카메라(아래 몰카) 범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 2010년에는 신촌 그레이스백화점 3층 여자화장실 천장에 몰카가 설치된 것이 적발됐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연세로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화장실에서 몰카 의심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몰카가 언제 어디서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에 기자들은 ‘연세대 총여학생회 Around(아래 총여)’에서 몰카 탐지기 'Finder 21'을 대여해 지난 8월 2일부터 2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신촌 일대의 개방화장실 6개를 조사했다. 몰카 탐지기에서는 적외선 빛이 나오는데, 몰카 렌즈가 이 빛을 반사하면 빨간 점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를 육안으로 포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철저한 조사를 위해 몰카 탐지기뿐 아니라 구멍에 렌즈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펜을 준비했다.

#1. 나사가 빠져있는 경첩

한 화장실 경첩에 나사 하나가 빠져 있었다. 탐지기로 나사가 빠진 구멍을 확인했지만 몰카가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만약 구멍 안에 몰카가 있다면 나사가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른 나사를 넣어봤다. 나사가 들어가지 못하고 헛돌았다. 몰카의 존재를 확신하며 경첩 안쪽에 펜을 넣어 확인했지만 그곳에 몰카는 없었다. 충분히 의심할만한 상황이었지만, 시공 상의 오류였음이 드러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2. 하얀 구멍의 화장실

한 화장실 벽면에는 벽면에 난 구멍이 모두 똘똘 말린 화장지로 완전히 막혀있었다. 기자들은 탐지를 위해 휴지를 하나씩 뽑아내 그 안을 들여다봤지만 몰카는 없었다. 화장실 이용자들이 몰카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기자들이 조사한 개방화장실에서는 몰카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 신촌 화장실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어쩌면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기 위해 구멍을 뚫는다'는 말은 간간이 전해지는 도시괴담처럼 정말로 현실성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증거나 전례 없이 불안감이 스스로 커져버린 것은 아니다. 의심스러운 상황들은 충분히 많이 발견됐고, 이는 화장실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몰카 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 2006년에 517건에서 2015년에는 7천623건으로 15배정도 증가했다. 성폭력범죄 중 가장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물병, 안경, 신발 등에 손쉽게 붙일 수 있는 몰카 판매가 성행하면서 누구든 언제 어디서 자신이 몰카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성행하고 있는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탐지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총여에서는 신촌캠 학생을 대상으로 몰카 탐지기를 대여해주고 있다. 총여 부회장 임소영씨는 "주로 학교 주변에서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여학생이 화장실을 탐지하기 위해 몰카 탐지기를 빌려가고 있다"며 "지난 1월에는 총여에서 직접 신촌캠 내의 모든 여자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을 대상으로 몰카 탐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이어 “발견된 몰카는 없었지만 학생들의 생활공간이 더 안전해질 수 있도록 꾸준히 몰카를 탐지하고 몰카 탐지기 대여사업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4일 서대문경찰서도 서대문구청 여성안심보안관과 함께 공공기관과 지하철역의 화장실에서 몰카 탐지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서대문경찰서 경무과 조귀석 경위는 “이번에 발견된 몰카는 없었지만 사전에 몰카 설치를 방지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탐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 경위는 문에 구멍을 뚫어 몰카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화장실 문에 구멍이 뚫려있다고 모두 몰카가 설치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몰카는 어디라도 설치할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급증하는 몰카 범죄를 설치 단계에서부터 근절하자는 취지로 ‘몰카예방법’(「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공중화장실 등의 시설 내 몰카 설치 여부를 주 1회 이상 점검하게 하고 몰카 상습범을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를 불안과 공포 속에 몰아넣는 범죄의 한 단상이 법률 발의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현재 해당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신촌에서 발견하지 못한 몰카 범죄에 대한 공포는 그렇게 연세로 구석의 화장실 구멍에 박힌 휴지로 남아있었다. 정체 모를 구멍이 몰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사라진 신촌의 화장실을 기대해본다.

 

글 유채연 기자
imjam@yonsei.ac.kr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