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쪽, 원두한잔'은 신촌에 있는 북카페와 북카페 사장님의 책을 소개해주는 코너입니다. 북카페 사장님이 직접 추천한 몇 권의 책과 함께, 커피 한잔의 여유의 시간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다방 위숨은 현직 방송기자인 신완순(31)씨와 일문학 전공이셨던 신씨의 어머니가 함께 운영하는 북카페다.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어도 되고, 조용하게 공부를 해도 된다. 혹은 신문을 읽거나 주간지를 읽어도 된다. 그것도 싫으면 과자를 먹으면서 숨어있는 기자, PD, 작가 혹은 연예인이라도 찾아봐라. 도서관 같으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인 이곳에선 못할 것이 없다. 이것마저 싫다면 잠깐 달콤한 꿈을 꿨다 깨어나는 건 어떨까. 위숨의 스펠링 ‘VISUM’은 ‘항상, 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라틴어이다. 이곳은 나의 꿈을 찾아가는 공간이다.

 

‘오직 순간만이 나의 전부다’라는 문구가 적힌 계단을 오르면 이곳의 입구가 나온다. 신씨는 “손님들이 이곳에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가게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아늑함과 안정감, 조용하지만 분위기 있는 음악은 공간에 낭만을 더해준다. 책과 커피 그리고 달달한 디저트까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초록빛 나무와 목재 가구, 적당한 밝기의 조명이 은은하게 책상 하나하나를 밝히고 있다.

 

 

이곳은 어디를 가든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책장, 책상 옆 등 가는 곳마다 책이 놓인 것은 물론, 심지어 화장실에도 책이 비치돼 있다. 인문, 예술, 과학, 철학 등의 평범한 책은 기본이고, 초판 1쇄도 미처 발행되지 않은 책.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책, 혹은 문화재청에서 제공하는 팔지 않는 책 등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아니 살 수도 없는 책들이 있다. 문화부 기자인 신씨는 “직업 분야 특성 상 내게 먼저 들어오거나 나에게만 들어오는 책들이 많아 이곳에 갖다 놓는다”고 말했다. 물론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들이 즐겨 읽는 주간지도 항상 비치돼있다. 시사IN부터 TIMES 그리고 여타 영화 잡지까지. 이곳에선 없는 종류를 찾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연세대학교 06학번 법학과를 졸업한 신씨. 학창시절 그리고 기자가 되기 전, 그는 합정동에 있는 ‘후마니타스’라는 책방에 다녔다고 한다. 신씨는 “지금은 사라진 곳이지만, 그때 그 장소는 지금의 나를 있게 성장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그곳에 대한 고마운 마음의 빚을 갚고 싶어 이 가게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제 또 다른 사람들이 이 순간의 날씨, 냄새 등을 이곳에서 추억하게 만들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 어느 장소에서 나의 순간을 기억한다는 건, 그 장소에서 나의 시간이 멈췄다는 것은 아닐까.

 

신씨에게 신촌은 자신의 20대의 모든 기억과 30대의 시작이 있는 곳이다. 엄마를 떠오르면 눈가가 촉촉해지지 않는가. 그에게 신촌은 엄마 같은 장소다. 신씨는 “신촌은 내게 사랑, 기쁨, 슬픔 등의 모든 감정을 가르쳐준 곳”이라며 “이제는 내 인생에서 이곳을 빼면 설명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제 그에게 신촌은 ‘꿈’을 꾸는 공간이다.

 

가게 이용 Tip!

1. 2층과 3층이 구분돼있다. 2층에 카운터와 화장실이 있어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 3층은 도서관처럼 조용히 공부하는 공간이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점 기억해라.

2. 모든 테이블 크기가 다른 카페보다 크다. 전기 코드 꽂는 곳도 자리마다 비치돼 있다. 이것이 전부 사장님의 경험에서 나온 것.

3. 하루가 선택의 일상이다. 선택에 지쳤는가? 그러면 ‘저에게 주고 싶은 커피’와 ‘아무거나’ 메뉴를 추천한다. 다만 음료를 받고 불평은 금지다. 위숨지기라 불리는 알바생들이 당신의 힘든 표정을 보면 당분이 든 음료를 만들어 줄 것이다.

4. 책을 읽는데도 칼로리 소모가 심하다. 그럴 땐 라떼와 티라미수를 추천. 당충전과 함께 책에 집중해보자.

 

사장님 추천 도서!

1. 『초인수업』  – 박찬국

이 책을 읽고 나면 철학자 니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게 될 것.

# “험준하고 높은 산을 아무런 불평 없이 올라가 정상에 설 때 우리는 자신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뿌듯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겠지만 올라가는 과정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과정 하나하나가 나를 성장하게 한다. 시험에 꼭 합격해야지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과정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꿈을 이루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면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길.

2. 『코스모스』  – 칼세이건

연세인이라면 꼭 읽어보길. 철학, 인문, 역사, 과학, 인류의 미래 등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러 학문을 기웃거리다보면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렇게 살아야겠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무려 700쪽에 이르는 책을 다 읽으면, 나를 한 단계 더 성장한 지성인으로 만들어 줄 것. 자기계발서가 아닌데도 읽고 나면 자기 계발이 되는 책.

3. 『한강』  – 조정래

역사책보다 더 역사책 같은 소설책. 지루할 수 밖에 없는 역사 공부를 그동안 교과서로만 했다면, 이번엔 소설책으로 해보길. 방대한 역사의 깊이, 그리고 작가의 공부량에 놀랄 것이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다음 세권은 100여 년 동안의 한국 근현대사를 설명해준다. 특히 『한강』같은 경우, 우리나라에 어떤 이름 없는 사람들의 희생, 땀 그리고 노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일했고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우리 큰아버지일 수도 있고,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느낌, 받아보면 좋겠다.

 

글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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