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즈 음악과 구경만 해도 재미있는 소품들, 심지어 혼술을 하러 온 손님들을 위한 책까지 마련돼 있다. 맥주 한 병, 칵테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부담 없이 편하게 놀다 가면 되는 곳, 신촌 재즈바 ‘블루버드’의 강철원 대표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카페소개 부탁한다.

A: 재즈바 블루버드 대표 강철원이라고 한다. 가게 문을 연지는 17년 됐다. 음악이 좋아서 가게를 열었다. 지난 2001년에 블루버드가 만들어졌는데, 2000년에 모교 숭실대학교의 음악 동아리 ‘서있는 사람들’이 20주년 기념 공연을 했다. 거기 피날레 곡을 내가 만들었는데, 그 곡 이름이 ‘파랑새’였다. 그래서 가게 이름을 블루버드로 지었다. 블루버드는 연대 앞에 하나밖에 없는 정통 재즈바다.

 

Q: 블루버드가 정통 재즈바라고 자부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A: 기존에 신촌에 있던 수많은 가짜 재즈바를 봐왔다. 직접 가보니 재즈바라는 타이틀 아래 다른 장르의 음악을 틀어놨더라. 지금은 그런 가게들이 모두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즈바’라면 재즈 음악만을 틀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루버드는 재즈 음악만을 틀기 때문에 정통 재즈바라고 자부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재즈곡을 작곡하는 뮤지션이 재즈바를 운영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몇 안 될 것이다. 실제로 가게에서 내가 만든 재즈 트리오 ‘bluemezzo’의 음악을 가장 자주 틀고 있다.

 

Q: ‘bluemezzo’라는 그룹으로 음반활동을 했는데,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가.

A: 연세대 ‘쏘왓’이라는 재즈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피아니스트 고두혁과 내가 지난 2012년에 재즈 트리오를 결성했는데, 팀 이름이 bluemezzo다. bluemezzo는 bluebird의 ‘blue’와 intermezzo(간주곡)의 ‘mezzo’를 섞은 단어다. 굳이 해석하면 ‘푸른 간주곡’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우리팀에는 무조건 내가 만든 곡만 재즈로 편곡할 수 있다는 룰이 하나 있다. 다시 말해 90년대 감성으로 작곡했던 한국적인 감성의 곡들을 편곡하여 재즈곡으로 만든다. 지난 2012년 12월에 두 번째 음원까지 냈고, 현재 세 번째 음원을 준비 중이다.

 

Q: 원래 대기업을 다녔다고 들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블루버드를 운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지난 13년 간 가족을 위해 과장 말년까지 회사를 다녔다. 그 다음부터는 내 인생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보자는 마음을 먹고 재즈바를 운영하게 됐다. 처음에는 못 받았지만 나중에는 아내의 허락도 받았다(웃음) 내 인생계획 중 하나가 나만의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대기업은 어차피 오너가 따로 있는 곳이고, 월급쟁이로 사는 것은 너무 삶이 아깝고 억울하지 않은가.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내가 다니던 회사가 싫어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더 좋은 삶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블루버드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Q: 가게 영업시간이 새벽 0시 30분까지라고 알고 있다. 다른 술집에 비해 영업시간이 짧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그때 버스가 끊긴다. 대중교통이 저렴해서 평소 버스를 애용한다. 하지만 손님이 있으면 원래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택시를 타고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손님이 없으면 굳이 택시를 타고 들어갈 이유가 없으니 새벽 0시 30분에 영업을 끝내고 집에 간다. 장사 하루 이틀 할 것 아니니까 손님이 없는데 굳이 늦게까지 있을 이유가 없다.

 

Q: 가게에 붙어 있는 사진과 여러 나라의 지폐들 그리고 피규어들의 출처가 궁금하다.

A: 가게 컨셉을 ‘잘 꾸며놓은 친한 지인의 집’으로 잡았다. 그냥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느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사진도 붙이고 피규어도 갖다 놓은 것이다. 외국 지폐의 경우 여행객들이 붙여준다. 처음에 몇 장을 장식용으로 붙여놨더니, 그 이후로는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붙인다.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 중에 직접 만든 것도 여럿이다. 저쪽에 아르바이트생이 졸고 있는 그림과 게시판에 붙어있는 만화들을 내가 그렸다. 가게 인테리어 역시 내가 했다. 아트벽돌이 흔하지 않은 시절에 아트벽돌로 벽을 꾸몄고, 나무격자창으로 창문을 만들었다.

 

Q: 가게 추천 메뉴는 무엇인가.

A: 사과막걸리를 개발했다. 가격은 1L에 1만 2천 원. 막걸리의 텁텁함을 사과주스가 잡아주고, 사과주스의 단맛을 막걸리가 보완해준다. 손님들이 재즈바라고하면 굉장히 비싸고, 돈 좀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착각하시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마실 수 있게, 사과주스와 같은 식재료를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사온다. 안주로는 직접 개발한 기름떡볶이가 있는데, 직접 와서 드셔보시라.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맛있는 맛이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만든 ‘황태채 구이와 허니땅콩’은 너무 맛있어서 나도 자주 만들어먹는 요리다. 야들야들하고 보들보들한 맛인데, 이 요리를 가지고 슬로건도 만들었다. ‘술 마실 때 직장상사만 씹지 말고 황태채 구이도 씹어줬으면...’

 

Q: 블루버드에게 신촌이란?

A: 향수, 기억이다.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창천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래서 가게 위치도 신촌에 잡은 것이다. 지금까지 신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자리가 예전에는 전부 시장이었다. 신촌의 변천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산증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가게여서 그럴까.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가게에 울려 퍼진 재즈 음악을 듣고, 재즈에 무지한 기자도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신촌에 들른 사람들이 바쁘고 시끄럽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이곳 재즈바에서 운치를 즐기다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김가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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