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채식 노하우, 그리고 전문가의 조언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는 150만 명에 이르는 규모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져가는 이때, 어떻게 해야 좀 더 영양학적으로 균형 있는 채식을 할 수 있을까? 『The Y』 기자가 2주 동안 채식 체험을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신체의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다. 변화를 느끼기에는 채식의 기간이 너무 짧았을지도. 그래서 들어봤다. 채식주의자의 채식 노하우, 그리고 전문가의 조언!

 

채식을 하면 방귀 냄새가 향기로워진다고?

연세대 정한비(언홍영·15)씨

 

Q. 언제부터 채식을 시작했나?

A. 어릴 때 농장이 딸린 집에서 다양한 동물과 함께 자라다 보니 동물을 좋아하게 됐다. 그러던 중 11살 때 도서관에서 동물을 도살해 고기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 육식을 끊었다.

 

Q. 채식 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나?

A. 처음에는 가금류와 조류를 먹지 않는 페스코였다. 그러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생선 해부 실험을 했다. 가까이서 해부된 생선을 직접 보니까 끔찍했다. 그 후로 해산물도 거의 먹지 않게 됐다.

 

Q. 고기가 먹고 싶을 때가 있지는 않나?

A. 없다. 11살에 채식을 시작하고 3달이 지났을 때 평소 좋아하던 치킨가스가 먹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식당에서 치킨가스를 시켰는데 도저히 못 먹겠더라. 채식하기 전에는 내가 먹는 고기와 동물은 별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채식을 시작하니 고기가 음식으로 보이지 않고 ‘동물의 살’로 보여 먹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는 고기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Q. 모자란 단백질을 보충하는 나만의 비법은?

A. 콩으로 만든 음식을 통해 보충한다. 특히 두부와 콩고기를 많이 먹는다. 그래서인지 건강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혈압과 혈당도 정상치고 빈혈도 없다.

 

Q. 채식하고 느낀 긍정적인 변화는?

A. 무엇보다 속이 엄청 편하고 방귀 냄새가 안 난다. (웃음) 고기 먹는 사람과 비교하면 방귀 냄새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우리 가족은 채식하다 그만뒀는데 다시 방귀 냄새가 나더라. 이러려고 시작한 채식은 아닌데 뜻밖의 이득이다.

 

Q. 채식하며 불편한 적은 없는가?

A. 단체 모임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식사가 제일 불편하다. 음식 메뉴를 고를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배려해주는 게 고맙지만 나 하나 때문에 다들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서 친해지기 전에는 채식주의자임을 밝히지 않는 편이다.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밥과 반찬만 있어도 잘 먹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웃음)

또 다른 불편한 점은 우리나라는 육수나 고기 분말이 들어가는 음식이 많아 의도치 않게 고기를 먹게 된다는 점이다. 다행히 한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고기를 피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고 고기가 보이는 경우 고기를 골라내고 먹는다.

 

Q. 고기를 사는 것만으로도 채식주의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A. 이러한 생각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혼자서 먹을 때는 고기를 최대한 피하지만 남들과 먹을 때는 고기를 골라내고 먹는다.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채식을 강요하는 꼴이 될까 봐. 그래서 사람들이 채식을 ‘불편한 식단’, ‘유별난 식단’이라 생각하게 될까 봐. 채식이 생각만큼 힘든 거 아닌데 선입견을 품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강요는 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채식하면 좋겠다. 나 혼자 고기를 소비하지 않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더 고기를 소비하지 않는 게 조금이라도 더 동물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니까.

 

건강한 채식주의, 가능한가요?

연세대 박태선 교수(생과대‧식품영양)

 

Q. 채식이 영양학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나.

A. 성인병은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걸릴 확률이 높다. 채식을 하면 식물화학물질*을 많이 섭취하게 돼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 또한 채식을 하면 식물 지방을 얻게 되는데, 식물 지방은 많이 먹어도 유해하지 않다. 또한 식물 지방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일조한다.

 

Q. 채식을 할 때 간과하기 쉬운 영양소는 무엇인가.

A. 채식을 하면 일반적으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것이라 생각할 텐데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성인 기준 1일 권장 단백질 섭취량은 약 70g인데, 이는 채식을 통해 충당이 가능하다. 오히려 채식을 하게 되면 필수 영양소인 B12**와 칼슘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 영양소들은 육류에 있기 때문이다. B12가 결핍되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빈혈이고, 칼슘이 부족하면 뼈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Q. 단백질 보충제로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추천하는 방식은 아니다. 보충제를 먹게 되면 하루 1일 섭취량인 70g의 초과량을 먹게 된다. 초과량을 먹게 되면 오히려 몸이 필요 이상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의 장기들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빨리 닳게 된다.

 

Q. 채식을 추천하는가.

A. 사실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채식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Q. 남편이 채식주의자라면.

A. 남편이 채식주의자인 것은 상관없다. 대신 자신의 식단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나는 고기를 먹을 것이다(웃음)

 

Q.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충고해 줄 것은 무엇인가.

A. 채식을 할 때 한 가지 야채만을 먹지 말고, 여러 가지 색깔의 야채를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채소의 색깔이 다른 만큼 그 성분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때에도 쌀, 콩, 잡곡 등을 섞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러면 단백질 보충을 충분히 할 수 있다.

 

Q. 채식주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달걀과 우유는 꼭 먹어라. 이 두 식품을 통해 단백질과 지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락토오보 단계의 채식을 하는 한국인이라면, 칼슘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우유를 섭취하는 것이다. 달걀과 우유를 먹지 않는 단계의 채식은 권하지 않는다. 다만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면 칼슘 보충제를 추천한다. 그리고 채식을 한다면 종합비타민은 먹는 게 좋다.

 

박 교수는 락토오보 단계까지의 채식을 추천했다. 그녀는 다만 그 이상의 채식은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식을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균형 잡힌 식단 관리로 건강한 채식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식물화학물질: 식물체에서 유래된 물질로 필수 영양소는 아니지만,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화합물이다.

**B12: 비타민 B12로, 많은 동물의 정상 발육에 불가결하다. 체내에서는 장내 균에 의해 합성된다. 혈구의 생성, 핵산이나 단백질의 합성, 지방질이나 탄수화물의 대사 등에 관여한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 미신이에요!

30년째 채식주의자, 연세대 헬렌 리(Helen Lee) 교수(UIC·근대일문학)

 

Q: 채식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A: 고기를 안 먹기 시작한지는 30년이 넘었다. 나는 생선과 해물은 먹지만 가금류를 비롯한 육류는 먹지 않는다. 치즈나 버터 등 유제품은 좋아하지만, 소화가 되지 않아 즐겨 먹지 않는다. 종교적, 철학적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다. 원래 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됐고, 살면서 스스로 고기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생 때만 해도 닭고기는 먹었기 때문에 너겟 등은 좋아했다. 그러나 대학원생 시절 동물권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양계장의 현실에 대해 접하고 그날부터 닭고기도 먹지 않게 됐다. 돼지와 소를 원래 안 먹었기 때문에 닭을 안 먹기는 굉장히 쉬웠다. 그야말로 위가 ‘청정해역’인 셈이다. (웃음)

 

Q: 그 이후로는 고기가 생각날 때가 없었나?

A: 그러기에는 강의가 너무 인상적이고 잔혹했다. 나는 고기를 보면 내 소비의 대상인 음식이 아니라 동물의 사체라고 생각된다. 전혀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Q: 단백질 섭취는 어떻게 하나?

A: 생선과 두부를 먹으려고 애를 쓴다. 특히 두유는 매일 마신다. 오늘 점심에도 연어구이 백반을 먹었다. 비타민도 보조제를 먹기보다는 야채를 일반인보다 훨씬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보충한다.

 

Q: 채식을 하면서 힘든 점이 없었나?

A: 25년간 미국에 살았고, 한국에 귀국한 지는 9년째다. 한국에는 채식 개념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많았다. 국 문화 때문에 더 채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며칠 전만 해도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우거지국을 먹었는데, 맛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사골이 들어갔다고 하더라. 살코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다. 또,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학회 뒤풀이를 갔는데 고기와 국수가 들어간 전골이 나왔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더니 ‘국수만 건져 먹으라’고 하더라. 하지만 이제 한국도 많이 변했다. 채식가가 많아지고 사찰음식이 유행하면서 채식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갔다.

 

Q: 식단이 제한되는 문제 외에도 인식 때문에 많은 고충을 겪는 것 같다.

A: 그렇다. 한국 정서상 편식하는 것을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는 고기에 대한 미신이 많은 것 같다. ‘고기를 먹어야 잘 큰다’거나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밥을 먹은 것 같지 않다’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사실 동양에서 일반인들이 고기를 먹게 된 건 근대화가 되면서였다. 이전에는 육식이 매우 드물었다. 이는 서구화의 산물인 동시에 군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 군인들에게 열량을 많이 섭취하게 해서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돈가스 같은 음식도 발명됐다. 고기가 식단의 빠질 수 없는 한 부분이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Q: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고 노력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고기가 늘 플러스 요소라는 생각에서 한 발짝 넘어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과정에는 체질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한국은 특히 버섯이나 나물의 종류가 다양해서 생각 외로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정책적 제스처로 채식 메뉴를 마련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메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글 최서인 기자
kekethy@yonsei.ac.kr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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