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봄바람이 지나고 어느덧 무더운 공기가 우릴 맞이하고 있다.

이렇게 푹푹 찌는 날, 강의 끝나고 조그만 가게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빙수는 그야말로 극락의 맛이다.

『The Y』가 이번에는 신촌 유명 카페들이 내로라하는 ‘시그니처’ 빙수들을 비교 분석해보기로 했다.

빙수를 평가하는 기준을 크게 ▲토핑과의 조화 ▲얼음의 맛과 질감 ▲비주얼로 두고 이를 종합하는 총평을 담아봤다.

달콤한 맛에 숟가락이 절로 움직이네! 빙수를 떠먹는 내가 빙수인지, 빙수가 나인지 모르겠다!

신촌의 빙수 한입, 아~!

 

#클로리스 #스노우블러썸_빙수 #9천500원

신 : 정원 같은 카페와 연꽃모양 그릇에 예쁘게 담긴 빙수. 빙수에 꽂힌 과자가 꼭 해변의 파라솔 같았다. 밀크티 빙수답게 한입 떠먹는 순간 밀크티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확 펴지는데, 달콤한 향 때문에 초콜릿 맛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눈으로 보기에는 거칠어 보이는 질감의 얼음이지만 막상 입 안에 넣으면 스무디처럼 부드럽게 녹는다. 토핑으로 올라온 홍차 아이스크림도 산뜻하고 담백하다. 그러나 강렬한 첫 맛에 비해 빙수를 먹으면 먹을수록 밀크티의 깊은 맛이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 아래로 갈수록 밀크티 엑기스에 비해 얼음이 많은 듯했다. 그리고 가격에 비해 2명이 먹기에는 다소 부족한 양이었다.

토핑 3 얼음 3.5 비주얼 3.5 총평 3.5_밀크티 빙수로서의 존재감은 인정하지만, 깊은 맛은 부족! 시그니처는 살아 있네!

 : 얼음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씹히는 맛이 있다. 밀크티 맛이 배어나오는 물얼음으로 이뤄져 있는데, 크게 진하지는 않다. 가격에 비해 빙수 양과 토핑이 적은 편이다. 토핑으로는 밀크티 아이스크림과 찐득하게 굳힌 큰 러스크가 함께 올라간다. 빙수와 식기가 조화를 이뤄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아이스크림과 얼음을 같이 먹으면 밀크티 맛이 배가되지만 아이스크림 맛에 얼음의 식감이 다소 가려진다. 기자가 평소에 밀크티를 즐기지 않아서일까, 반복되는 밀크티 맛에 질리지 않을 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핑 2 얼음 3.5 비주얼 4 총평 3.5_데자와_애호가에게_추천

 

#여우사이 #꿀자몽눈꽃_빙수 #1만 4천 원

신 : 와! 비주얼 대박... 20분 넘게 빙수를 기다린 보람이 있다. 빙수 설명에 있는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문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과일을 ‘한 땀 한 땀’ 장식해놓은 사장님의 정성이 느껴져서 일단 감동. 메인 과일인 자몽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과일들이 그릇에 꽉 차 있다. 맛도 그럴까? 달달한 우유 얼음과 달콤한 과일들이 입안을 즐겁게 하는데, 우유 빙수에 과일을 얹어 먹는다기보다는 우유에 과일을 타먹는 기분. 일단 이 빙수 푸짐한 과일 덕분인지 포만감이 대단하다. 가성비가 갑인 빙수 인정! 한 3~4명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일부 과일은 통조림이나 냉동과일들인 것 같아 조금 아쉬운 편.

토핑 4 얼음 4 비주얼 4.5 총평 4_‘꿀’은 어딘가 있었던 거겠지? 독특하진 않지만 정성이 담긴 맛이 좋았다.

 : 연유가 들어간 듯한 우유 얼음이 깔려 있다. 얼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빙질은 부드러운 편이다. 그 위에 자몽, 귤, 얼린 망고, 얼린 딸기, 키위, 블루베리, 바나나, 후르츠 칵테일 등 다양한 과일이 토핑으로 올라가 있다. 과일들은 하나하나가 맛이 좋고 무엇보다 양이 정말 많다. 기자 셋이서 한 숟가락도 빼놓지 않고 과일을 올려 먹었는데도 얼음이 아니라 과일이 남았다. 어마어마한 과일의 양이 이 빙수의 비주얼 담당 멤버인 듯. 얼음 자체가 단 편이라 먹을수록 단맛이 배가되는데, 너무 달다고 생각할 때쯤 자몽을 한 조각 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이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토핑 5 얼음 4 비주얼 5 총평 4_자몽이_살렸다!


#호밀밭 #딸기_빙수 #8천 원

신 : 딸기빙수를 시켰는데 팥 토핑이 따로 담겨 나왔다. 빙수 비주얼을 보고 살짝 실망했다. 평범하게 집에서 만든 딸기빙수 느낌인데, 다른 빙수들과 다르게 얼음이 우뚝 솟아있지 않고 흐물흐물하게 축 쳐져 있는 비주얼이 꼭 녹은 것처럼 보였다. 비주얼이 너무 심플하니까 오히려 그 맛이 궁금했다. 얼음 윗부분을 떠먹는데 생각보다 건조해서 당황. 얼음이 입천장에 달라붙었다. 근데 이 빙수... 얼음에 딸기만 있어서 그런지 맛이 너무 평범하다. 전체적으로 얼음과 딸기를 연결시켜 줄 다른 요소가 부족해 얼음이랑 딸기의 조화가 안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맛이 밋밋하다보니 자꾸만 옆에 있는 팥을 떠먹었는데, 팥 토핑은 고소하고 맛있다. 하지만 빙수 자체의 맛은... 잘 모르겠다.

토핑 3 얼음 3 비주얼 2 총평 3_심플함이 이 집의 매력이라 할 수 있으려나? 평범~한 맛.

 :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연유얼음, 물얼음, 다시 연유얼음이 덮여있다. 물얼음은 연유 얼음에 비해 양이 적고 부드럽다. 빙질은 매우 고르다. 연유 얼음 또한 빙질이 고르고 샤베트 같은 식감과 대단한 단맛을 자랑한다. 얼음 위에는 절인 딸기와 생딸기가 동시에 올라가있고, 따로 팥과 차진 떡 두 개가 제공된다. 팥은 단맛이 상대적으로 적고 알갱이가 커서 씹히는 맛이 있다. 딸기가 올라간 상태가 듬성듬성해서 모양 자체가 예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기자는 단맛을 좋아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얼음이 너무 달게 느껴져서 단 딸기보다는 담백한 맛의 팥과의 궁합이 더 낫다고 느꼈다.

토핑 2 얼음 4 비주얼 3 총평 3_딸기보다는_팥을

 

#팝컨테이너 #오레오_빙수 #1만 3천 원

 : 빙수가 아니라 무슨 거대한 빙산인줄... 일단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위로 높게 솟아오른 얼음에 잘게 뿌려진 오레오 조각들이 자연스레 떠먹을 숟가락부터 찾게 만든다. 한 숟갈 떠먹을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과자 가루들... 마음 아프지만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오레오 크림이 섞인 얼음 사이사이에 오레오 쿠키 조각들을 박아놓은 것이 떠먹을 때 마치 젠가 뽑기를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바삭한 쿠키 질감에 커다랗게 씹히는 얼음조각들이 오독오독 씹는 맛이 있다. 빙수 아랫부분에는 커다란 얼음덩어리와 우유가 깔려 있는데, 마지막에 얼음을 부셔 우유와 섞어 먹는 게 담백해서 마지막으로 입가심하기 딱 좋았다. 물 얼음이라 그런지 오레오가 가득한데도 전체적으로 느끼한 맛이 적다. 함께 나온 작은 콘플레이크가 빙수에 고소한 맛을 더한다.

토핑 4 얼음 4 비주얼 4 총평 4.5_오독오독! 달콤함을 씹어보자.

 : 비주얼은 네 빙수 중 단연 가장 독특하고 뛰어났다. 빙수라기보다는 얼음 탑 같았다. 오레오와 아이스크림이 섞인 얼음이 켜켜이 쌓여있다. 별다른 토핑이 있지는 않다. 가장 위에 오레오 하나가 박혀 있고 오레오 가루가 얼음 위를 덮고 있다. 콘플레이크와 슬라이스된 아몬드도 별로도 제공된다. 그러나 함께 먹기가 힘들어서 빙수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다만 얼음을 무너뜨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먹는 동안 가루가 떨어지고 얼음이 녹아서 불편함이 따랐다. ‘오레오’하면 연상되는 단맛의 향연이지만 크게 과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토핑 2 얼음 4 비주얼 5 총평 3.5_예쁘지만_당신이_생각하는_바로_그_맛

 

유리의 선택

-오레오 빙수.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다운 개성 넘치는 맛과 비주얼 인정! 무엇보다 달콤한 오레오 과자와 크게 갈린 얼음 입자들을 씹는 동안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 기분.

채연이의 선택

-꿀자몽 빙수. 넘치는 과일의 양과 달달한 얼음, 무엇보다도 메뉴의 특징인 자몽 맛이 빙수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글 신유리 기자
shinyoori@yonsei.ac.kr 

 유채연 기자
imjam@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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