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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맛 나는 집, 딴따라 김씨안씨
  • 유채연 기자, 이수빈 기자
  • 승인 2017.06.03 22:37
  • 호수 34
  • 댓글 0

신촌의 밤이 가장 요란하고 시끄럽게 펼쳐지는 장소가 있다. 일명 ‘다모토리 골목’이라고도 불리는 연세로7안길이 바로 그곳이다. 조용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거리지만, 한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소란스러운 바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술맛 나는 집, ‘딴따라 김씨안씨’의 안선영 대표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 소개를 부탁한다.

A. 나는 원래 춤을 추는 사람이다. 지금도 현대무용 장르를 추며 무용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무용 작업은 보통 오전 중에 하는데, 작업이 길어지면 가게를 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정한 콘셉트를 생각하고 가게를 연 건 아니지만 술을 좋아하다 보니 내 공간, 내 놀이터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돌아다니다 보면 보이는, 별거 없는데도 그냥 술맛 나는 집, 마음 편하게 술에 젖는 곳을 모토로 했다.

 

Q. ‘딴따라 김씨안씨’라는 이름의 배경이 궁금하다.

A. ‘딴따라’라는 단어는 본업과 관련 있다. ‘예술가’라는 호칭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서 이 단어를 좋아하는 편이다. ‘김씨안씨’는 성이 김씨인 친구와 같이 가게를 시작해서 붙이게 된 이름이다. 그 친구도 딴따라적인 기질이 있다.

 

Q. 가게에 붙어 있는 그림들과 인테리어 소품들의 출처가 궁금하다.

A. 그림은 주로 무용을 하는 제자들이 그려준다. 제자들이 그림도 잘 그리고 춤에 관심도 많다. 가게에 술 마시러 왔다가 한 장씩 붙여주고 가던 게 점점 많아졌다. 인테리어 소품들은 지나가다가 눈에 띄는 것을 하나씩 갖다 놓은 것이다. 지인들의 오픈 선물이 대부분인데, 레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레게 문화 특유의 원색이 마음에 들어서 관련 소품들이 많은 편이다.

 

Q. 추천 메뉴는 무엇인가.

A. 손님들이 주로 찾으시는 건 스튜, 까슈엘라*, 바지락 술찜이다. 나는 소주를 좋아해서 스튜를 제일 추천한다. 무겁지 않고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

 

Q. 만화 『심야식당』처럼 재료에 따라 손님들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요구들이 들어오나?

A. 손님들이 원하는 요리를 즉석에서 만들어드리기도 하지만, 이용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스튜를 로제 스타일로 크리미하게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은 많다. 기억에 남는 황당한 요구는 ‘잘하는 걸 해오라’던 주문이었다. 가게 시작 후 2년이 된 지금에서야 요리가 손에 좀 붙고 있는데, 『심야식당』처럼 손님들이 원하는 요리를 바로 내주는 것은 정말 요리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님들이 이를 잘 찾으시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다.

 

Q. 닭발이나 치킨 등을 파는 다른 술집과는 다르게 스튜, 목살 스테이크, 바지락 술찜 등의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 편이다. 이런 메뉴를 선정한 배경이 있나?

A. 영업을 위해서라면 대중적인 입맛에 맞춘 메뉴가 유리하겠지만, 나는 내 입맛을 기준으로 메뉴판을 구성했다. 내가 술 마실 때 좋아하는 안주들을 메뉴로 가져왔다. 특별한 테마나 철학을 갖고 메뉴를 선정한 건 아니고, 오로지 내 입맛에 맞춘 거다.

 

Q. ‘딴따라 김씨안씨’에는 주로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시나?

A. 처음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오셨었는데, 요즘은 이곳을 찾으시는 손님들의 직업이나 나이 층이 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시끌벅적 박수 치는 손님들보다는 조용히 와서 술 마시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그래서 좋다. 그런 대화를 재밌어하고, 작품의 영감도 사람한테서 받는 편이다. 연세대 학생 중에서도 음악이나 연극, 그림 등 예술을 하는 분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Q. 왜 홍대 등 다른 번화가가 아닌 신촌을 선택했나?

A. 홍대는 너무 상업적으로 변해서 애초에 안중에 없었다. 조용하게 주택가 쪽에 가게를 내고 싶었는데,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이 공간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자리를 잡게 됐다. 처음에는 여기가 이렇게 시끄러운 골목인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이 자리를 잡은 것이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 가게에는 조용한 분들이 찾아오신다. 느낌만 따라 신촌에 온 것이긴 하지만 신촌을 선택한 건 결과적으로 잘한 일인 것 같다.

 

Q. 본인에게 신촌이란 어떤 곳인가?

A. 인생에서 내 첫 번째 꿈이 춤을 추며 내 인생을 쓰는 거였고, 두 번째 꿈은 내 공간을 만드는 거였다. 술도 있고, 음악도 있는 나만의 공간. 그래서 나에게 신촌은 제 2의 꿈이 실현된 곳이다. 감사하게도, 방문하는 손님들도 내 성격과 맞고 다들 아주 좋으시다. 덕분에 자주 방문하는 손님 중에서 나이 어린 지인들도 많이 생겼다.

 

‘딴따라 김씨안씨’는 어둡고, 조용하고, 따뜻하다. 지하 공간만이 가지는 매력은 그곳에 온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술맛 나는 집, 마음 편하게 술에 젖는 곳’이라는 안 대표의 철학이 그대로 실현된 결과일까. 이곳에서 스튜에 찍어 먹는 바게트는 한라토닉과 기막힌 궁합을 자랑한다. 딴따라가 선물하는 일잔(一盞)을 권하는 바다.

 

*까슈엘라 : 기름에 해산물을 넣고 끓여 만드는 스페인 요리

글 유채연 기자
imjam@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유채연 기자, 이수빈 기자  imjam@yonsei.ac.kr, nunnuna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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