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대학교 신촌캠 언더우드관(좌)과 원주캠 중앙도서관(우)의 모습

지난 3월 분교로 분류되던 홍익대 세종캠이 제2캠퍼스로 정정되면서 학생들 간에 큰 논란이 일었다. 학생들은 교육부가 통합의 본래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으며, 학교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했다는 것에 크게 반발했다. 나아가 올해 상명대까지도 비슷한 과정 속에 분교였던 천안캠을 제2캠퍼스로 변경해, 대학사회에서는 본‧분교 통합이 이슈가 되고 있다.

분교? 제2캠퍼스?

본‧분교 통합의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교’와 ‘제2캠퍼스’라는 용어의 차이다.
우선 분교는 「고등교육법」 제24조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6조에서 사용되는 법률적 용어로서 본교 이외 지역에 세워진 학교를 뜻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분교는 제도상 본교와 구별돼 운영되며 연세대 원주캠, 고려대 세종캠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2캠퍼스는 법률적 용어가 아닌 통상적 용어로서 ▲학부, 학과 혹은 단과대학과 같은 학교 시설물 일부가 이전한 경우 ▲대학 통폐합으로 하나의 대학을 두 곳의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대학교 국제캠과 중앙대 안성캠이 이에 해당한다. 만약 분교가 제2캠퍼스로 지위를 변경한다면, 본‧분교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대학사회 속 본·분교 통합 붐

지난 2011년, 현재의 교육부인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라 지방대학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고려해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일부 개정했으며, 본‧분교의 통합신청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이때 교과부가 내건 허가의 조건은 ‘본교와 분교 간 중복되는 학과 및 유사한 학과를 통폐합’ 하는 것이었다. 이에 몇몇 대학들은 중복학과 및 유사학과를 정리하고 본‧분교 통합을 시행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2011년의 중앙대와 경희대, 2012년 한국외대, 2013년 단국대가 있다.
대학들은 본‧분교 통합을 통해 기존 분교의 입학정원을 줄이고 본교의 입학정원을 늘리는 등 유동적으로 입학정원을 조정할 수 있었다. 또한, 수험생들이 기피하는 분교라는 타이틀을 없앰으로써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분교로 분류되던 홍익대 세종캠과 상명대 천안캠이 제2캠퍼스로 지위를 변경하면서 본‧분교 통합이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교육부에서는 지난 몇 년간 홍익대 세종캠과 상명대 천안캠을 분교로 표기해 행정처리를 해왔다. 그러나 올해 홍익대 세종캠과 상명대 천안캠은 각각 1987년과 1985년에 정부로부터 분교가 아닌 제2캠퍼스로 인가받은 사실을 근거로 교육부에 오류정정을 신청했다.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였으며, 두 캠퍼스는 분교에서 제2캠퍼스로 지위가 변경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홍익대 세종캠과 상명대 천안캠의 경우 지방에서 운영돼 교육부 측에서 분교로 오해했다”며 “이번에 초기 설립 당시 제2캠퍼스 인가를 받고 설립됐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행정적 오류를 정정했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변경기준

그러나 이러한 행정처리는 제2캠퍼스로의 지위변경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홍익대 세종캠과 상명대 천안캠이 초기 설립 당시 제2캠퍼스로 설립됐을지라도, 여태까지 분교로 분류돼 왔기 때문에 제2캠퍼스로의 지위변경에 있어 중복학과 및 유사학과 정리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지난 2011년 당시 중복학과를 정리했음에도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된 상명대 천안캠이 이번에는 제2캠퍼스 지위를 받았다. 더 나아가, 홍익대는 중복 및 유사학과를 정리하지 않고 제2캠퍼스로 지위를 변경했다. 홍익대의 중복학과 미정리의 이유는 ▲중복학과·유사학과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고 ▲학과가 세분화 된 요즘 시대에 유사한 과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으며,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과의 이름이 유사해보여도 세부 교과과정이 다른 경우가 많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육부에서 제2캠퍼스로의 변경기준을 명확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홍익대 학생 A씨는 “교육부에서 변경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으면 대학들은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의 이익에 맞춰 무분별하게 지위를 바꿀 수 있다”며 “그럴 경우 갈등을 경험하는 것은 본·분교 학생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변경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분교와 제2캠퍼스는 차이가 없게 된다”며 “그러면 입결이 차이나는 본교와 분교 간의 차이도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대학들의 일방적 통합 추진
피해자는 학생들

한편, 대학들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 역시 본‧분교 학생들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최근 통합을 시행한 홍익대는 물론이고, 과거에 통합한 중앙대와 한국외대 또한 학교에서 학생들과의 충분한 상의 없이 통합을 추진해 본‧분교 학생들 간 충돌을 야기했다.
통합을 시행한 학교의 본교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진행한 일방적 통합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홍익대 서울캠에 재학 중인 A씨는 “학교가 갈등을 중재하지는 못할망정 아무런 논의 없이 분교와의 통합을 추진해 본교와 분교 학생들 간에 감정적 충돌을 심화시켰다”며 “적어도 학교 측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통합을 추진했다면 세종캠 학생들과 이렇게까지 큰 갈등이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분교 측 학생들은 학교가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본교 학생들로부터 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는 입장이다. 홍익대 세종캠에 재학 중인 B씨는 “통합은 학교가 추진한 것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를 제대로 알지도 못했는데 본교 학생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본·분교 통합?
분교의 경쟁력 상승부터

대학들이 본·분교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본·분교를 통합하는 것보다 분교의 경쟁력을 상승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분교의 경쟁력이 상승될 시에는 정부 주도 사업에서도 본교가 받지 못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추후 본·분교 통합이 있을 시 갈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우리대학교 원주캠 부총장실 관계자는 “분교는 본교가 받지 못하는 사업을 받는 등 차별화 된 성장이 가능하다”며 “원주캠 또한 현재 ACE+사업, LINC+ 사업 등 다양한 정부주도 사업을 유치해 경쟁력 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우리대학교 외에도 여러 분교가 본·분교 통합보다는 우선 캠퍼스 특성화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 상승을 꾀하고 있다. 한양대 에리카캠의 경우 2011년 당시 본교와의 통합을 추진하려 했지만, 기업과 협력하는 산학협력 특성화를 선택하여 큰 성과를 거뒀다. 한양대학교 에리카캠은 공학 계열을 특성화시키고, 여러 기업 및 연구소들을 학교 내에 들여와 학생과 기업 간 교류를 증가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실습능력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에리카캠은 본교와 함께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고 여러 정부지원 사업을 유치해내는 등의 좋은 결과를 거뒀다. 또한 건국대 글로컬캠의 경우, 최근 LINC+ 사업 유치를 통해 힐링바이오산업을 특성화시켜 경쟁력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분교의 경쟁력 상승에 있어서 학생들 또한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양대 서울캠에 재학 중인 C씨는 “분교의 경쟁력이 많이 상승된다면 통합에 있어서도 별로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며 “분교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모 대학 분교에 재학하는 D씨는 “분교의 경쟁력 상승이 전제가 된다면 본교 학생들과 갈등 빚을 일이 없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들의 잇따른 본·분교 통합에 따라 현재 대학알리미 상 분교로 남아있는 학교는 우리대학교 원주캠, 건국대 글로컬캠, 고려대 세종캠, 동국대 경주캠, 한양대 에리카캠 다섯 학교뿐이다.
앞으로 몇 개의 학교가 본·분교 통합을 추진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교육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학교 역시 학생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는 한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내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본·분교 통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 이영준 기자
zero6@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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