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친구나 가족 사이에서 섣불리 꺼내지 말아야 할 주제로 꼽힌다. 명절마다 벌어지는 해묵은 밥상머리 논쟁, 함께 술 마시던 죽마고우 친구들의 멱살잡이가 정치 얘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하지 말라면 그만큼 더 하고 싶은 법. 물어보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부담스러운 대선 얘기를 대놓고 해봤다. 지난 4월 29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4곳의 대선 캠프 내외에서 뛰고 있는 4인 4색의 대학생을 만났다.

 

Q. 해당 후보자를 지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배: 정치인 문재인 이전에 인간 문재인을 좋아했다. 그는 과거 독재정권 시기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싸움에 헌신했고, 참여정부 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며 자신의 소임을 잘해냈다. 또 문 후보는 정치적 개혁의 적임자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감으로 인해 정치에 입문한 만큼 참여정부 시절 미완된 개혁을 완수하려는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보수정권하에서 악화한 상황을 바로잡고자 하는 진정성도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수 있는 안정적인 역량과 개혁에 대한 진정성 어린 의지가 있는 후보, 준비된 후보가 문 후보라고 생각해 지지하게 됐다.
허: 홍준표 후보는 위선 없는 사람이다. 물론 가감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점이 때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홍 후보의 서민적 면모를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홍 후보는 서산에서 유세 연설 도중에 갑자기 예정에 없던 노래를 부르며 청중과 어울릴 정도로 서민과의 소통, 즐거운 정치를 강조하는 분이다. 그러한 면모에 이끌리게 됐다. 또한, 홍 후보는 5공 치하에서 권력에 대항해 강직한 검사 생활을 했고, 도지사로서 경상남도의 심각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행정력도 보여줬다. 주변의 인재를 알아보고 등용하는 데 능하다는 점도 지지 이유 중 하나다.
최: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대선후보 중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유승민 후보만큼 경제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있는가. 물론 리더가 꼭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여러 가지 충고나 제안을 비교하고 가려낼 정도의 식견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유 후보는 소신도 가진 정치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세가 대단하던 지난 2015년 국회에서 집권당의 대표로서 한 연설이 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당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당적에 매이지 않고 대통령을 비판하던 모습이 내 가슴을 울렸던 기억이 난다.
구: 참여정부는 나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을 갖게 했으나, 본격적인 집권기에 들어서며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식의 행보를 보였다.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제대로 된 개혁을 원하게 됐다. 심상정 후보는 진보정당의 리더로서 그간의 행보에서 일관성을 보여줬다. 노동운동에 20여 년을 투신하며 자신이 원하는 세상의 변화를 위해 뛰었다. 촛불 혁명은 그간의 적폐를 밝히는 데 그치지 말고 아예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라는 메시지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한 번도 정권을 잡지 못했는데, 이번에 심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근무/자원봉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배: 그만큼 정권교체가 절실해서이다. 지난 보수 정권 9년간 국민의 삶은 계속해서 어려워졌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적폐 세력이 후보를 내서 표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을 절실하게 만들었다. 또 우리나라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은 큰데 그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건 꺼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캠프 관련 봉사를 하거나 일하는 친구들을 보기가 정말 어렵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과 더불어 적극적 정치참여로 인해 20대의 목소리가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 나뿐만 아니라 홍 후보 캠프 내외의 사람들이 대부분 공감할 것 같은데, 우리는 당이나 정파적 선호도보다도 홍 후보 개인을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 홍 후보는 보수라는 정파를 떠나 잘못된 관행이나 부패한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바꿔나가기 때문에, 캠프부터 분위기가 이전 보수 정권과 다르다. 활동에 임하는 자세도 ‘반드시 이겨서 집권하는 것을 보겠다’라기보다는 홍 후보의 진정성 있는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의미가 크다. 당선되면 좋겠지만, 대선의 최종적 득표 순위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홍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 때문에 활동하게 됐다.
최: 휴학생 신분으로 정양석 국회의원실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다가 유 후보 캠프가 꾸려지면서 캠프 쪽으로 가게 됐다. 처음엔 유 후보를 잘 몰라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경선 토론회를 보고 나서 자발적으로 캠프에 들어갔다. 물론 최근의 당 내외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보수주의자고, 대한민국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유 후보의 길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지율이 안 나오고 낙선하는 것과 관계없이 옳은 길은 결국 이것이라고 믿는다.
구: 결정적인 이유는 진보정당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기존 거대정당보다 자금과 인력 면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진보정당의 현실이다. 이번에도 당 쪽에서 어렵사리 선거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빚을 졌다는 얘길 듣게 됐다. 그래서 캠프에서 공식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침마다 지하철역에서 피케팅을 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정당을 돕기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
 

Q.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반대로 뿌듯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배: 휴학을 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아무래도 학업과 병행하다 보니 시험 기간 등과 겹칠 때는 캠프 활동에 전념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불편한 점보다 뿌듯한 점이 훨씬 많다. 현장 유세를 다녀보면 우리 캠프가 확실히 다른 캠프보다 지지자나 군중이 많이 모인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활동인데 사람들의 반응까지 좋으니 힘든 줄 모르고 활동하게 된다.
허: 캠프의 모든 분들이 잘 챙겨주셔서 큰 애로사항은 없다. 가장 뿌듯할 때는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일 때다. 홍 후보는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지지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그렇게 반응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보면 피로도 금세 풀리곤 한다.
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힘이 안 빠진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노력하는 만큼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이 와야 기운이 나는 법이지 않겠나. 가장 뿌듯할 때는 토론회 이후인 것 같다. 토론회 평가 기사만 봐도 유 후보의 성적이 가장 우수하고, 댓글이나 트위터상의 유 후보에 대한 평 역시 매우 좋다. 정치인의 이미지가 아닌 정책과 역량으로 평가를 해주시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이 감동적이다.
구: 유세 과정에서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점이 애로사항이다. 지금은 다른 정당 의원이 차용해서 쓸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자전거 유세도 결국 그런 상황 때문에 등장한 유세방식으로 알고 있다. 뿌듯함을 느낄 때는 역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를 때다. 실제로 요즘 일각에서는 ‘1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얼마 전에 우리대학교에서 강연을 했을 때도 그렇고, 성신여대 앞에서 유세를 했을 때도 젊은 유권자들이 많이 환호해줬다. 그럴 때 뿌듯하다.
 

Q. 대학생에게 각 후보가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배: 문 후보가 내놓은 10대 주요 공약 중 1번이 일자리 공약이다. 또 선거 과정에서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건 바 있다. 막 경제활동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청년 세대에게 이는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청년세대가 직면한 등록금과 기숙사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 차원에서 꾸준히 관심을 표해왔다. 무엇보다도, 후보 중 안정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개혁을 할 최적임자는 문 후보라는 점이 청년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허: 홍 후보는 서민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실제로 매우 어려운 성장기를 겪었기에 요즘 청년들이 부딪히는 현실의 벽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직접 겪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마인드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가난했던 서민 출신의 홍 후보는 과거 사회 부조리를 바꾸기 위해 검사가 됐고, 그런 마인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이다. 이런 진정성이 청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 부각이 잘 안 돼서 그렇지, 유 후보도 충분히 젊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고 또 실제로도 인기가 많다. 비록 청년에게 특화된 정책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유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탄탄하고 실현 가능성 높은 일자리 정책으로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
구: 심 후보는 전략적으로 요즘 대학가를 공략하는 유세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 방식 자체부터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강점이다. 또한, 심 후보는 상속‧증여세로 걷은 재원을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나눠주는 등 막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에 특화된 정책을 내걸고 있다. 이에 20대 유권자 사이에서 문 후보에 필적할 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Q. 지지하는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누구를 지지했겠는가?
배: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을 것이다. 심 후보가 살아온 인생, 노동운동 등 그간의 행보를 봤을 때 소신이 매우 뚜렷하고 입장 표명이 명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정당으로서 외연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보 정당의 핵심 가치를 주장하며 이것저것 재지 않고 전진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정책 면에서는 심 후보가 제안하는 독일식 비례대표 정당명부제 등의 안에 대해서 공감한다. 또 세월호 등 우리 사회의 아픔에 대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후보기도 하다.
허: 심상정 후보가 홍 후보와 통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홍 후보는 앞서 말했듯 자신의 청년 시절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아픔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지연, 학연도 없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소망이 홍 후보와 심 후보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최: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을 것 같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그동안 정치인들이 표 잃을 걱정에 하지 못했던 발언을 거침없이 하지 않나. 최근 특정 노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배제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엄연히 비판받아야 하는 문제임에도 정치인들은 공개적으로 이에 대해 발언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홍 후보는 TV토론에서 귀족‧강성노조 비판을 주저 없이 한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다.
구: 정치적 성향으로 본다면 문재인 후보를 비판적으로 지지했을 것이다. 나도 어쨌든 참여정부 출범 당시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이었고, 문 후보가 과거 인권변호사로서 남긴 족적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본다면 개인적으로 홍준표 후보를 찍었을 것 같다. 사람 자체가 너무 호탕하고 재밌다. 사용하는 언어도 굉장히 서민적이라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Q. 불과 며칠 앞으로 대선이 다가온 시점에서, 각오는 무엇인가?
배: ‘나라를 나라답게’. 문 후보의 두 번째 슬로건이다. 첫 번째 슬로건은 아시다시피 2012년의 ‘사람이 먼저다’였다. 세 번째 슬로건을 국민께 선보일 일 없도록 하겠다. ‘3수는 없다’, ‘마지막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마지막 일주일 보낸 뒤 선거에 임하도록 하겠다. 그만큼 절실하기에 결실을 맺을 것이라 믿는다.
허: 일주일이란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겠지만, 후회 없이 보내려 한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간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살려낼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모든 후보들의 마음이 같으리라 믿고,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최: 최근 당내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 지역구 재선을 바라봐야 하는 의원들의 사정도 이해는 간다. 결국 정치인은 재선을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끝까지 간다. 유 후보와 바른정당이 가는 길이 곧 보수가 가야 하는 옳은 길이라는 믿음으로 꼭 완주하고 싶고, 완주할 것이다.
구: 내 역량이 닿는 한까지 심 후보를 도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10%라는 상징적인 득표율을 넘겼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고,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분열되고 상처 입은 국민들을 통합해 아우를 수 있는 대선이 됐으면 한다.
 

* 각 참가자의 견해가 해당 캠프의 입장을 100% 대변하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안철수 캠프의 경우 청년위원회 측 사정으로 섭외가 지연돼 좌담회에 불참했습니다. 서면 제출을 요청했지만 기사 작성시까지 답변이 없었습니다.

 

 

글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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