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drunken, No shouting, No clapping!

연희동 어느 골목 안쪽을 지나가다보면 비밀스러운 공간이 나타난다. 벽면을 따라 있는 서가에는 책들이 꽂혀 있어 서점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의 탁자 위에는 술 한 잔씩이 올려져 있다. 책과 술이 있다면 그것이 낭만 아닐까. 낭만을 공간으로 만든, 책바의 사장이자 『소설 마시는 시간』의 작가인 정인성 대표를 만나봤다.

 

Q. 원래 직장생활을 했다고 들었는데, 책바를 운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A. 바(Bar)와 심야서점이 결합한 공간으로, 책과 술을 즐기는 곳이다. 더 나아가 무엇인가를 창작하고, 생산적인 이야기를 담길 원한다.

나는 ‘제품’, ‘글’, ‘공간’ 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가장 처음 제품으로는 니플밴드*가 있다. 나는 책바를 운영하기 전 개인적으로 필요해서 니플밴드를 만든 적이 있다. 개인적인 이유로 만든 것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필요성에 공감해주면서 ‘나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또한, 글을 쓰기도 했는데 『머물러 있는 청춘』이라는 책을 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글로써도 세상에 기여를 한 것을 느꼈다.

책바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마지막 꿈인 ‘공간’을 이루기 위해서다. 나는 이전에 마케팅 쪽에서 일했는데,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실망감이 컸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옛날부터 구상해왔던 공간인 이곳을 2015년 가을에 만들었다.

 

Q. 책장으로 된 자동문, 1인석 등 많은 인테리어가 독특하다고 느꼈다. 인테리어를 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둔 것은 무엇인가.

A. 내가 손님일 때 어떤 공간이 좋을지를 생각했다. 책장으로 된 자동문은 비밀의 문인데, 가게에 작은 재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만들었다. 혼자만을 위한 공간인 1인석은 조용히 혼자 술을 마시고 싶은 분들이 만족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 자리에는 다양한 술이 진열돼있다.

 

Q. 메뉴판이 한 권의 책 같다. 메뉴판에 관해 설명을 해 달라.

A. 책바와 가장 어울리는 메뉴판이 책이었고, 실제로 책처럼 구성돼 있다. 봄·여름 메뉴판과 가을·겨울 메뉴판이 따로 있다. 메뉴판을 본 손님들은 대체로 재밌어한다.

 

Q. 추천메뉴는 무엇인가.

A. 추천메뉴는 딱히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 메뉴판을 보고 모르겠으면 취향에 맞게 추천을 해준다.

 

Q. 1주년 행사로 어떤 이벤트를 했는가.

A. 책바의 1주년 행사로 ‘빌보드 차트’를 통해 손님들의 글을 모은 책을 만들었다. 책바랑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책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책의 이름은 『우리가 술을 마시며 쓴 글』이다. 작가로 이름이 올라간 손님들께는 책을 선물해드렸다.

 

Q. ‘빌보드 차트’가 무엇인가.

A. 간단히 말하면 책바에 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백일장이다. 손님들에게 우리의 무엇인가를 표출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술의 힘을 빌려 자신의 숨겨진 감수성이나 창의성을 조금 더 드러내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술을 마시면서 자신의 작품성을 더 돋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 아이디어의 착안이었다. 손님들이 글을 쓰면, 투표를 해서 한 달에 한 번 좋은 글의 등수를 발표한다. 3등 안인 손님에게는 술 한 잔을 드리고, 이 글들은 일 년에 한 번 책을 낼 때 들어간다. 참여율은 꽤 높다.

 

Q.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그리고 책을 대여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열람용 책은 손님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거나, 작가들이 종종 와서 기증한 책이다. 판매용 책은 술과 어울리는 시나 에세이, 술이 등장하는 소설들이다. 이곳에 왔으면 술이 등장하는, 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술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책을 대여해주는 이유는 책은 보면 볼수록 좋기 때문이다. 책을 빌린 손님이 책을 돌려주러 오면 술을 마실 수 있다.

 

Q. 대학생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A. 세 권이 있다. 첫째로는 『여덟 단어』다.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이를 마음에 품는다면 더 지혜로운 어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살아갑니다』이다. 일단 작가가 연대 졸업생이면서 단골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이분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살고 싶다고 느낀다. 마지막으로는 『달과 6펜스』다. 달은 이상을 6펜스는 현실을 의미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Q. 서점주인과 바텐더의 역할을 모두 해내고 있는데 두 역할의 매력은 무엇인가.

A. 둘 다 사람에 대해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서점 주인은 사람들이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를 볼 수 있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바텐더는 손님들이 ‘자신의 날것을 드러내는 것’을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직업이다.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사람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여기는 책바이지만 꼭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는 술을 마시고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자신의 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Q. 책을 읽으러 바에 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곳도 책을 싫어하거나 술에 너무 빨리 취해서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술을 적당히 마실 수 있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 혹은 둘 중 하나를 즐길 수 있다면 한 번 와서 경험해보면 좋겠다.

 

Q. 책바에게 연희동이란?

A. 연희동은 머물면 머물수록 애정이 샘솟는 동네다. 이름도 예쁘고 사람 사는 동네 같다.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하늘도 볼 수 있고, 조용한 편이다. 예술가분들도 많이 살고, 이곳같이 자신만의 열정을 가지고 사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시는 것은 이도저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책과 술이 적당히 어우러진다면 그보다 더 괜찮은 일은 드물 것이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으면 책바의 매력을 느끼러 가보자.

 

*니플밴드 : 남성용 유두가리개

 

글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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