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장애인의 성, 올바른 담론을 위한 방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3D 포르노 잡지 『택타일 마인즈(Tactile Minds)』의 일부분, 사진출처: 디자인붐

두 사람이 만나 몸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느낀다는 것은 가장 감각적인 경험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으나 여전히 장애인의 성에 관련한 담론은 금기시돼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최근 해외를 중심으로 장애인 포르노가 생산되며 장애인을 성으로부터 격리시키던 담장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장애인의 성을 수면위로

 

미국의 성인물 사이트 ‘포르노허브(Pornhub)’는 지난 2016년, 시각장애인들을 겨냥한 상품을 소개했다. 이들이 출시한 ‘설명첨가 비디오(Described Videos)’는 원본 성인물 영상에 상세한 설명이 덧입혀져 편집된 것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잠재적 소비자로 생각하고 출시한 서비스다. 해당 영상은 ‘피부가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나체의 여성이 선 베드에 누워 반라의 남성으로부터 등마사지를 받고 있다’와 같은 설명을 음성 내레이션으로 제공한다. 또한 지난 2010년에는 캐나다 국적의 리사 머피가 ‘택타일 마인즈(Tactile Minds)’라는 포르노 잡지를 만들어, 적나라한 내용의 점자 텍스트와 알몸 남녀의 돋을새김 사진을 싣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최근엔 해외를 중심으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자막이 있는 성인 영상들도 제작되고 있다.

이렇듯 장애인들이 시청 가능하도록 한 성인물의 제작 및 배포는 장애인들의 성을 공론화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일각에선 해당 움직임이 오히려 장애인의 성을 음지화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애인의 건강한 성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푸른아우성’의 조윤숙 대표는 “장애인 포르노는 원론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포르노는 장애인들에게 왜곡된 성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성 담론을 사회의 음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장애여성의 인권과 권익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여성네트워크’의 관계자는 “한국 포르노에는 불법적 특성이 있다”며 “그 소비자가 장애인으로 확장된다고 해서 현재 한국 포르노의 자극적 상업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장애인 포르노의 유용성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포르노라는 매체 자체가 성적 욕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특히 국내 사회에선 포르노가 음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성은 사치?

 

실제 장애인 성의 현주소는 어떨까? 성적 권리가 묵살된 채 무성(無性)화 되고, 제대로 된 성 교육을 받지 못해 잘못된 성 인식의 굴레에 갇힌 장애인들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조 대표는 “장애인은 스스로 존엄성을 가지는 인격체이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다”며 “대개 그 사람의 장애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장애인들을 성적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이면엔 장애를 가진 자녀의 생리 및 2차 성장을 ‘막기’ 위해 자궁적출을 알아보거나, 자녀에게 성욕 억제 주사를 맞히는 부모들이 존재한다. 장애를 가진 내 ‘아이’에게 성은 무모한 일일 뿐이다.

한편 장애인들의 성욕 자체를 부정하진 않더라도, 이를 무조건 누군가 해결해 줘야만 하는 문제로 생각하는 이들도 허다하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조경덕 감독의 영화 『섹스 볼란티어』는 중증뇌성마비 남성을 위해 ‘성 자원봉사’를 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에 인터넷 카페에선 장애인의 성욕과 성도우미, 성매매에 관련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조 대표는 “봉사자들을 교육하다 보면 성경험을 원하는 장애인들의 부탁에 이들을 성매매 업소로 데려가려고 하거나 성도우미를 찾아주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는 장애인들에 대한 동정이며 성적 욕구 해소에만 초점을 맞출 뿐 장애인들이 성과 관련해 겪는 다른 문제들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행동이다”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성적 체험에 도움을 받기보다 비장애인처럼 스스로 사회에 나가 여러 상황에 부딪히고 상처도 받아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방향은?

 

그렇다면 장애인의 건강한 성 문화를 제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며, 장애인 포르노는 그 대안들 중 어느 위치에 서있는 것일까? 조 대표는 “우선 장애인들을 위한 성 상담 센터나 성 교육 센터가 많아져야 한다”며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되면 포르노를 봐도 ‘픽션’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포르노가 아니라 일반 성인물에서의 장애인 배려를 통해 장애인들의 성적 체험을 다양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장애여성네트워크 관계자는 “장애인의 올바른 성인식 제고가 중요하다”며 “다만 그것은 포르노가 아닌 올바른 성교육이나 성인용품의 사용 방법 숙지와 같은 방법을 통해 확립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밝혔다.

 

성 담론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비장애인의 성 문제와 장애인의 성 문제를 구분 짓지 않고 해결하려는 접근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성이란 이제까지 도외시돼 왔다는 점에서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 포르노의 등장 역시 잘못된 성 인식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장애인 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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