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받는 편집권, 위기의 대학언론

▶▶지난 13일 대학신문은 편집권 침해에 반발하며 백지호를 발간했다.

최근 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은 주간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부당함을 제기하면서 1면을 백지로 발행했으며, 서울과학기술대학 학보사 「서울과기대신문」은 학생처의 편집권 침해 위협을 규탄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대학언론에 대한 학교의 편집권 침해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분노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대학언론에 대한 학교의 편집권 침해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학교와 대학언론 기자들은 편집권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이러한 학교의 편집권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교의 재정적 지원으로부터 독립한 자치언론까지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침해받는 편집권

현재 「대학신문」과 「서울과기대신문」의 편집권 침해가 대학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신문」은 대자보를 통해 주간교수가 ▲‘삼성 반도체 반올림’ 기사 게재를 불허한 점 ▲기자단의 동의 없이 기사 작성을 조건으로 하는 사업 체결한 점 ▲1면 기사 변경을 강요한 점을 들어 편집권 침해라고 항의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학신문」 기자단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 ‘반올림’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주간교수는 기사가 노동자의 입장에서만 작성됐다며 기사의 게재를 불허했다. 이에 기자단이 사측의 입장까지 기사에 추가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간교수는 기사를 승인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주간교수는 기자단에게 알리지 않고 기사 작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업을 독단적으로 체결하고, 기자단에게 특정 기사 작성을 강요했다.
나아가 주간교수는 대학언론의 얼굴인 신문 ‘1면’에 대한 편집권 침해도 서슴지 않았다. 「대학신문」 부편집장 오세훈씨는 “여태까지 신문의 1면 편집은 주간교수와 데스크진의 논의 하에 이뤄졌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주간교수가 지나치게 1면 기사의 방향을 바꿀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대학신문」에 따르면, 주간교수는 ‘10.10 총회 학생총회, 본부점검’ 기사를 1면에 게재하자는 데스크진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개교 70주년 기념’ 기사를 1면 기사로 내보낼 것을 강요했고, 사진과 제목까지 특정 방향으로 바꿀 것을 집요하게 강조했다. 이에 기자단은 지난 2016년 10월, 주간의 사임과 편집권 보장을 위한 사칙개정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총장과 대학신문사 운영위원회에 보냈으나 주간교수의 사임은 4개월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간교수는 신문사의 광고대행사와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명확한 이유없이 해임한 대학원생 간사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신문의 편집권을 넘어서 운영에까지 비정상적인 침해를 일삼은 것이다.
지난 2월 20일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학보사 「서울과기대신문」이 총학생회(아래 총학)와 학생처의 대학언론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서울과기대신문」은 ▲신문을 강제수거한 점 ▲1면 기사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발언을 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2월 19일 「서울과기대신문」은 1면에 ‘총학생회의 학생회비 횡령’ 기사가 담긴 신문을 입학식에 배포했다. 그러나 학생처와 총학은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 좋지 않은 첫인상을 주게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기사가 게재된 신문 2000부를 강제수거했다. 이에 서울과기대신문은 강력히 반발했고, 총학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생처는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처는 「서울과기대신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면에 ‘총학생회의 학생회비 횡령’ 기사가 들어간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과기대신문」은 성명문을 통해 ‘기사가 들어간 것이 부적절하다는 발언은 본사의 편집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편집장 김선웅씨는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경우에도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한다”며 “학생처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대응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3일까지 학생처의 언론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1인 시위를 했으며, 현재는 성명문을 통해 대응 중이다.

문제의 재정적 지원, 자치언론의 등장까지

대학언론이 계속된 편집권 침해에 노출되는 이유는 학교의 재정적 지원 때문이다. 학보사는 학교 산하 기관으로, 취재부터 신문 발행 및 배부까지 학교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학교는 이러한 점을 들어 편집권 침해를 일삼곤 한다. 이번 「대학신문」 편집권 침해 사태에서도, 서울대 관계자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 예산이 학생처에서 나오고 발행인이 총장으로 돼 있기 때문에 학교는 충분히 편집권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학교의 재정적 지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안적 성격의 ‘자치언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치언론은 학교의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재정을 충당하는 언론이다. 이에 자치언론은 학교로부터 편집권 침해를 당할 일이 없다는 장점을 지닌다. 실제로 학교 대학언론에서 활동하다가 학교의 편집권 침해를 견디지 못한 기자들이 모여 자치언론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국민대학교 자치언론사 「국민저널」 창간인 박동우씨는 “학보사 기자 시절 기사 방향을 두고 학교와 갈등을 빚어 면직 처리가 됐다”며 “이후 나와 비슷한 이유로 해직된 기자들과 자치언론인 국민저널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자치언론사를 만든 이후 학교로부터 부당하게 편집권 간섭을 당하지 않아 보다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치언론 역시 운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의 재정적 지원 없이 학생들이 사비를 지출하거나 직접 광고를 유치해 언론사의 재정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기성언론도 극복하지 못 하고 있는 문제인데, 전문기자가 아닌 학생기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1일 성신여대 자치언론사 「성신퍼블리카」는 더 이상의 운영이 어려워 폐간하게 됐다. 익명을 요청한 성신퍼블리카 전 편집장은 “최근 학생들은 대학 자치언론이 스펙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신입기자로 지원하지 않는다”며 “갈수록 줄어드는 기자의 수로 인해 남은 기자들이 재정적인 부담을 많이 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소속돼 있지 않은 언론사인 만큼 학교취재에 제약을 받은 부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간교수의 편집지도는 무조건 부정적?

학생들은 재정 지원을 이유로 한 편집권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자치언론을 만들 정도로 학교와의 갈등의 골이 깊다. 대부분의 대학언론이 겪는 편집권 갈등은 학교의 입장을 중시하는 주간교수와, 학생의 입장을 중시하는 학생기자의 의견이 달라 발생한 갈등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주간교수의 존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주간교수는 정확한 보도 혹은 공정한 입장정리를 도와주기도 한다. 주간교수는 기사의 오보는 물론 논리적인 부분에 대한 지도를 해줄 수 있으며, 학교와 학생 간의 의견차를 좁혀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 학보사 「한대신문」 주간교수인 류웅재 교수는 “주간교수는 학생기자들의 기사작성에 있어서도 지도와 같은 교육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또한 주간교수는 학교와 학생 사이의 입장 차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기자들 또한 주간교수가 심하게 기사의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 한, 주간교수의 지도를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간교수의 기사 수정 정도가 지도를 넘어 침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가령 「대학신문」의 백지호에 따르면, 기자들은 노동자들의 입장을 너무 많이 담은 점을 인정하고 사측의 입장까지 담겠다고 했지만 주간교수는 결국 기사 게재 자체를 불허했다. 사측의 입장을 담지 않았다는 지적은 주간교수의 적절한 지도였으나, 기사 게재 불허는 도를 넘은 편집권 침해였다. 류 교수는 “주간교수의 편집권 지도는 편집권을 침해하거나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대학언론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편집권을 지켜내기 위한 대학언론의 노력

대학언론에 대한 편집권 침해는 고질적인 문제다. 이에 대학언론들은 편집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결책과 예방책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학교의 편집권 침해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학교에 대한 재정적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재정적 의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대학언론이 자율경비를 통해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면 보다 많은 자율경비를 얻을 수 있으며, 광고를 많이 유치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학언론들은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기사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고전적인 신문 제작 방식에서 탈피해 기사 유통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경희대학교 학보사 「대학주보」는 종이신문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간으로 발행하던 종이신문을 격주로 발행하고 있다. 대신에 온라인 중심의 편집국을 만들고 영상팀을 꾸려 영상이 곁들여진 기사를 제작하고, 속보성 기사와 읽기 편한 카드뉴스를 생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기사를 게재하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매일 아침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다.
우리신문사의 경우, 이번 학기부터 본지와 함께 삽지로 발행되던 매거진 『The Y』를 잡지 형식의 신촌 지역지로 개편했다. 이는 학생들의 일상에 보다 밀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동시에 학내에만 국한되던 독자층을 지역사회로까지 넓히기 위한 변화의 시도다.
대학언론들이 편집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에 대한 해결책뿐만 아니라, 학칙개정이라는 장기적인 예방책도 필요하다. 대학언론은 학교에서 임명한 주간교수의 승인을 받아야만 신문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내‧외의 권력을 견제 및 감시하는 동시에 학교의 승인을 받아 발행돼야 한다는 기형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최근 대학언론들은 편집권을 지키기 위해 학교에 학칙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많은 학교들이 학칙에 ‘대학언론의 최종적인 편집권은 전적으로 편집장에게 위임된다’고 명시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언론들은 편집권 침해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다. 이번 「대학신문」 역시 또한 편집권 침해를 규탄하며 학교에 학칙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신문」 부편집장 오세훈씨는 “학칙에 편집권이 누구에게 위임돼 있는지 명시돼있지 않아 편집권을 두고 주간교수님과 기자단이 계속해서 갈등을 겪고 있다”며 “편집권은 결정적으로 기사를 쓴 기자 개인에게 속해 있기 때문에 기자단을 보호할 수 있는 학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들은 정부의 부패에 대해 침묵하는 기성언론을 목격하면서, 언론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의 편집권 침해는 대학언론의 침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올바른 언론이 필요하듯이, 건전한 대학사회를 위해서는 올바른 대학언론이 필요하다. 참담한 결과를 목격한 지금, 학교와 대학언론은 정론직필을 쫓아야 한다.

 

 

글 이영준 기자
zero6@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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