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동아리에 침투하는 사이비 종교

▶▶ 원주캠 동아리 방의 모습. 본 사진은 위 기사내용과 무관하다.

최근 원주캠 교목실에서 신천지 의심 동아리가 담긴 리스트를 공개해 논란이 됐다. 학생들은 이 리스트가 확실한 근거가 부족했으며,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된 점을 들어 이번 교목실의 섣부른 리스트 공개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교목실 또한 문제의 리스트의 내용을 번복했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사이비 종교의 동아리 침투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외에도 많은 대학교가 사이비 종교의 캠퍼스 내 동아리 진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교 동아리에 침투하는 
사이비 종교단체 

지난 2014년, 공주대학교에서는 신천지에 몸담았던 한 학생이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대학교 동아리 내 사이비 종교 침투 실태에 대해 폭로했다. 신천지 신도 학생들이 탁구나 바둑처럼 종교활동과 무관해 보이는 동아리를 만들고 학생들을 유인해, 그 동아리 안에서 조직적으로 포교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폭로를 한 학생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 학생들은 기독교 동아리로 위장된 단체를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포교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공주대학교 동아리연합회는 문제가 된 동아리들을 제명했다. 
지난 2004년 전남대학교에서는 동아리연합회 자체가 신천지 신도들에 의해 장악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신천지 신도였던 동아리연합회 회장의 폭로로 밝혀졌다. 신천지 신도들이 운영권을 쥔 동아리연합회는 회칙을 무시하면서까지 교내 5개의 정상적인 기독교 동아리들을 제명시키기도 했다. 또한 당시 전남대학교에서는 신천지 신도 학생들이 일반 동아리에서 조직적으로 포교활동을 펼친 사실도 밝혀졌다. 동아리연합회 회장의 폭로 후, 새로운 구성원들이 동아리연합회를 맡게 되면서 문제가 된 동아리들은 교내에서 제명됐다.

우리대학교는?

우리대학교의 원주캠은 특히 사이비 종교의 동아리 침투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 체육 동아리에서는 신천지 신도인 학생들이 가입해 일반 학생들을 상대로 포교활동을 해왔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2016년, 학생복지처는 교목실과의 협의 하에 해당 동아리의 승인에 제재를 가했고, 해당 동아리는 이번 학기부터는 사라진 상태다. 
학교 본부 산하의 한 봉사팀에서도 위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 봉사팀에 침투한 사이비 종교 신도 학생은 다른 학생에게 포교를 시도했다. 봉사팀에서 포교활동을 당했던 A씨는 “봉사팀 내 선배가 특정인과의 만남을 부추겼다”며 “그 특정인은 봉사활동과는 무관한 종교적인 만남까지 요구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이 사실을 교목실에 신고했고. 교목실의 권유에 따라 봉사팀을 나왔다.
심지어 사이비 종교단체는 우리대학교 기독교 단체까지 침투했었다. 지난 2013년 우리대학교 원주캠 ‘연세기독학생연합회’(아래 연기연)의 회장이 사이비 종교단체의 신도로 밝혀진 바 있다. 기독교 모임인 연기연의 회장 자리에 기독교 학생이 아닌 사이비 종교 학생이 오른 것이다. 문제가 된 당시 연기연 회장은 사이비 종교단체의 신도임이 밝혀지자 교목실로부터 연기연 회장 자리를 박탈당했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신천지 신도 증가율은 우리대학교 국제캠이 위치한 인천이 가장 높았고 원주가 뒤를 이었다. 우리대학교 캠퍼스의 동아리 내에서 신천지의 포교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이비 종교의 동아리 침투,
무엇이 문제인가

사이비 종교단체의 대학교 동아리 사회 속 침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동아리 본래의 목적을 변질시키며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일반 학우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학교들은 교내시설과 지원금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그런데 사이비 종교단체가 동아리에 침투함으로써 원래 동아리 활동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으며, 학교 지원의 의미 또한 퇴색되고 있다. 
동아리에 침투하는 사이비 종교단체로 인해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평범한 동아리 활동을 원해 가입했다가 종교활동으로 얼룩진 동아리에서 본래 원하던 활동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와 무관한 학생들이 동아리 내 몇몇의 사이비 신도들로 인해 같은 사이비 신도로 의심받아 학내활동을 제한받는 상황도 있다. 심지어 동아리가 사라져 동아리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교목실로부터 제재를 받은 동아리의 경우에도, 구성원 모두가 사이비 종교단체의 신도가 아니었음에도 몇몇 신도 학생들의 포교활동 때문에 학생 모두가 동아리 활동을 못 하게 돼 불만이 있었다. 교목실로부터 사이비 종교 활동이 적발돼 사라진 한 체육동아리에 가입했었던 B씨는 “학교에서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에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동아리 내에서 사이비 종교의 포교활동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활동하지 못하고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학교의 대응

일반적으로 우리대학교와 같은 미션스쿨에서 일어나는 종교활동은 교목실에서 관리한다. 하지만 교목실이 없는 대학교의 경우 사이비 종교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부서가 없어 사이비 종교 단체의 동아리 내 포교활동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교목실이 있다고 동아리 내 사이비 종교단체의 활동이 완전하게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활동이 워낙 교묘하게 일어나 교목실에서도 그 활동을 쉽게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신천지 의심 동아리 리스트 사건 또한 교목실에서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지만, 학생들의 제보가 들어와 취한 대응이었다고 교목실은 밝혔다. 교목실 관계자는 “신천지의 경우, 동아리 내에서 포교활동이 워낙 교묘하게 일어나 증거를 잡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교목실은 “따라서 학생들의 자체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며 “학생들은 학교에서 인정한 종교 동아리 외에서는 종교활동을 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포교활동을 넘어서 동아리 사회까지 붕괴시키는 사이비 종교, 그들의 활동에 학내구성원 모두가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 대학교회 3층에 위치한 교목실. 동아리 내 사이비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이 있다면 교목실로 신고하면 된다.

*신천지 :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로부터 사이비로 분류된 종교

글 이영준 기자
zero6@yonsei.ac.kr
사진 모재성 기자
mo_sorry@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