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이 인용됐다. 헌법재판소(아래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피청구인 박근혜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 ▲권한남용 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관 8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피청구인을 파면했다.

하나의 판결, 엇갈리는 반응

헌재의 선고는 국정농단 의혹 최초 제기 후, 해를 넘기고도 약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지난 2016년 12월 9일,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으며 이후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매주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이에 맞서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집회 역시 열렸다. 하지만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92일간의 심판 과정을 통해 지난 10일 아침 11시 21분 만장일치로 탄핵됐다.
헌재와 인접한 안국역 6번 출구 부근에서 이른 시각부터 판결을 기다리던 많은 시민들은 탄핵 인용이 발표됨과 동시에 환호했다. 이학범(62)씨는 “수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안골마을학교 교사 정설(34)씨는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닥쳤을 때 다음 세대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대중가요를 크게 틀고 함께 노래 부르며 춤추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영국에서 온 롭 맥브라이드(55)씨는 “지금 이곳은 완전히 민주주의의 축제”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불과 100m가량 떨어진 차벽 너머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탄핵 기각을 요구하던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인용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곳곳에서 “헌법재판소로 치고 들어가자”,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외침이 나왔다. 판결에 격앙된 일부 참가자가 “젊은 기자는 모두 종북”이라며 우리신문사 기자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탄핵 기각 요구 집회에 참여한 안모(50)씨는 “이번 탄핵 인용은 법치주의에 위배됐다”며 탄핵 인용 결과에 분노를 표했다. 탄핵반대집회 주최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대행동을 이어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거리로 나온 대학가

판결에 대한 반발이 일부 존재하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대학사회가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학교 본부의 불통행정에 대항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투쟁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입시비리・학점 특혜 의혹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이는 곧 국정농단 사태가 대대적으로 공론화되는 단초로 작용했고, 곧 전국의 대학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말을 밝히고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10월 26일, 이화여대 등 4개교를 시작으로 대학들의 시국선언 발표가 이어졌다. 우리대학교는 10월 27일 학내 단체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10월 28일 신촌캠 총학 ▲11월 3일 원주캠 교수 ▲11월 9일 원주캠 총학 ▲11월 15일 신촌캠 교수 시국선언이 이뤄졌다. 또한 정족수 미달로 개회가 무산됐으나 11월 1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학생총회’ 소집 시도도 있었다. 
우리대학교를 포함한 대학가는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를 결성하고 매주 사전 집회와 행진 등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 11월 25일, 전국 13개 대학이 동맹휴업에 돌입했다. 그간의 공동행동에 관해 신촌캠 부비대위원장 박혜수(토목‧11)씨는 “비록 의결 및 의견수렴 과정에서 잡음이 있긴 했지만 총학은 학우들의 목소리를 차별 없이 존중하며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한 박씨는 “모두의 목소리로 바꾸어낸 결과를 맞이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길었던 겨울의 끝에서

탄핵이 인용된 지난 10일, 공동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조용인(노문‧16)씨는 “국정 농단 사태를 접하고,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한 사건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며 “후에 다음 세대에게 당당해지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탄핵이 되기까지 진행됐던 공동행동 과정에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촛불집회에 대부분 참여했다는 이시바(언홍영·15)씨는 우리대학교 학생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데 아쉬움을 표했다. 이씨는 “공지 과정이 미흡하기도 했지만, 결국 학생회원들이 공동체보다 개인적 사정을 우선시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람들이 공동체와 사회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했던 탄핵 과정은 끝났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우리대학교 비상시국회의 의장 홍용우(정외・15)씨는 “이번 선고가 정권의 모든 잘못을 반영한 것 같지는 않다”며 “그간의 적폐 청산 등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연대적 행동을 기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깬다는 ‘경칩’이다. 비로소 긴 잠에서 벗어난 우리 사회의 도약을 기대한다.

박혜지 기자  
pphhjj66@yonsei.ac.kr
홍란 기자  
nancho@yonsei.ac.kr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