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싸움의 시대는 지났다

최현욱 (경영·12)

최근 모병제에 대해 논의가 한창이다. 2016년 여권 차기 대권 주자 중 한명인 남경필 지사가 모병제 이슈를 제시했고 유승민 의원이 이에 반대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그간 징병제를 실시해왔다. 모든 남성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군대에서 약 2년을 생활한다. 이러한 징병제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경제적으로나 군대에 대한 인식이라는 측면에서나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국방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이 군사력 제고와 더 효율적인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 20대 남성이라면 모두 ‘군대’라는 단어에 민감할 것이다. 모두가 군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국방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막상 2년 동안 사회와 단절된 채 복무하는 것은 20대 남성의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인식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원해서 군인이 된 것이 아니다보니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렇다보니 군대 내에서도 소위 ‘중간만 가자’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병제를 통해 자신이 선택해서 가는 군대, 경력 단절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진로가 이루어지는 군대를 만든다면 현재 군대 내에 만연한 무기력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병사 개개인의 사기와 직결되고, 국방력과도 직결된다.
국방력은 곧 개별 병사의 사기에서 나온다. 앞서 말했듯이 모병제를 통해 병사를 징집하게 되면 병사들은 모두 자신이 선택해서 군인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병사들은 더 이상 강제로 징집돼온 무기력한 사병들이 아닌, 자신의 진로로 군인을 선택해 국방에 기여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된다. 설령 돈을 벌기위한 마음으로 군 입대를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징집된 병사들보다는 사기가 높을 것이 확실하다. 또한, 현대전(戰)은 더 이상 병사의 숫자로 싸우는 고전적 의미의 전쟁에 속하지 않는다. 현대전은 완전히 새로운 의미의 전쟁이다. 날아오는 핵무기와 미사일들은 아무리 병사가 많아도 막을 수 없고, 20세기부터는 물리적 의미의 전쟁에 속하지 않는 정보전 또한 등장하였다. 따라서 이제는 전문성 제고를 통한 국방력 강화에 힘을 써야 한다. 일정 숫자의 병사 수를 유지하는 것보다 모병제를 통한 전문화된 인력 교육과 최첨단 장비의 도입이 국방력 제고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모병제는 경제적으로도 징병제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현재 65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27조 원의 병력 운영비가 사용된다. 모병제를 통해 30만 명의 병사를 유지할 경우 이를 최대 8조 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줄어드는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장비의 첨단화가 필요하고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는 현대전에서 국방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비용이다. 이는 현재 만연한 국방 비리와도 직결돼있다. 병력 운영비라는 모호하고 조작 가능성이 높은 예산을 줄이고 이를 군인 급여나 군 장비 구입과 같은 비교적 투명한 예산으로 전환한다면 국방비리 척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모병제가 실시되면 20대 남성들의 사회 진출이 2년 앞당겨지고 우수한 인재들의 기회비용이 줄면서 16조 원의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는 보고가 있다. 결국 모병제 전환을 통해 비리를 척결하고 사회전체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인구절벽’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인구 절벽’ 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던트(Harry Dent)는 대한민국이 2018년부터 인구 절벽을 경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금처럼 머릿수를 고집하며 운영되는 군대가 차후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를 고려했을 때, 군대의 규모는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것을 방지하려면 장기 복무하는 기술력 뛰어난 병사들로 숫자를 감축해서 군을 현대화해야 인구 절벽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전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방문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예전부터 매우 민감한 문제였고, 징병제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군이 실시해온 병력 보충 수단이었다. 일견 병사의 절대적 수를 줄이자는 모병제는 위험한 제도로 보일 수 있으나, 현대전의 특성을 고려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측면을 고려할 때 모병제는 세계 변화에 우리 군이 발맞추기 위해 필연적으로 채택해야할 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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