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작가로, 김양수 작가를 만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면 쉽게 방향을 잃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 햇수로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가 있다. 자타공인의 작화능력과 성실함으로 어느덧 연재 920회를 넘어 1000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네이버 웹툰 『생활의 참견』의 김양수 작가를 만나봤다.

 

『페이퍼』에서 전환점을 만나다

 

김 작가는 지난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잡지사 『페이퍼』의 기자로 근무했다. 취미로 그리던 만화가 우연히 잡지 면의 빈자리에 실리게 되면서 김 작가의 만화 인생은 시작됐다. 한두 번 잡지에 싣던 만화가 구독층을 끌어 모으자 그는 1999년도부터 ‘카툰 판타지’라는 제목으로 본격적으로 잡지에 정기 연재를 시작했다. 김 작가는 일 년 동안 기자와 작가, 두 가지 직업을 병행했지만 증가하는 업무량으로 인해 ‘이대로는 어느 쪽이든 원하는 일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이내 작가의 길을 택했다.

물론 기자에서 작가로 완전히 전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작가는 자신이 일하던 잡지사의 성향과 기자 생활을 좋아했지만,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에서 인쇄 매체가 가지는 한계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잡지사를 떠나고 네이버에서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잡지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김 작가는 “ 페이퍼』와 같이 좋은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가 주목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매체들을 정기 구독 신청하곤 한다”고 말했다.

 

발견, 그리고 ‘네이버 공무원’

 

지난 2008년부터 ‘성인들을 위한 명랑 만화’라는 타이틀로 시작된 웹툰 『생활의 참견』도 어느덧 연재 10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김 작가는 “당시만 해도 ‘웹툰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성인 독자층 유입을 위해 성인들이 겪는 일상 속의 에피소드와 고충을 그려내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김 작가는 주 2회 연재 작가로서 생활 속에서 소재를 ‘발견’하는 인생을 살아간다. 많은 생활툰을 그리다보니 김 작가는 “요새는 생활툰에 내 생활방식을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을 낯설게 보며 만화의 소재를 찾아야 하는 생활툰의 특성상 그는 일상의 매 순간에 주의를 기울인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김 작가는 “지금도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남다른’ 통찰을 바탕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와 유행을 반영하는 것 또한 김 작가의 만화가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자신이 ‘네이버 공무원’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며 본인의 작가 생활을 소개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기상해 작업실로 향하는 일과 속에 살고 있다. 김 작가는 “‘예술인’보다는 ‘직업인’으로서의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며 “‘직업인’ 마인드를 통해 스스로를 다스린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가짐은 실제로 연재 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 작가는 “특히 작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찾아온 유명세가 부담으로 다가올 때 이런 마인드 컨트롤은 다시금 큰 힘이 돼준다”고 전했다. 

 

'사람' 김양수

 

김 작가는 무엇보다 ‘사람’의 가치를 중시한다. 특히 그는 인연과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작가는 “타인의 응원은 내 내면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원동력이자 지지대”라며 “그 에너지를 받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 작가의 넓은 인간관계는 그의 작품에 자주 소재로 사용된다. 일례로 『생활의 참견』 748화 ‘직업의 특성’에는 주위 작가들의 마감 별 특성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는 많은 작가들과 남다른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 바탕에는 기자 시절 쌓았던 인연이 깔려 있다. 김 작가는 특히 2000년대 초 잡지사의 기자로서 만화가 강풀을 인터뷰한 경험이 소중한 인연으로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나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던 강풀 작가의 모습에 친밀함을 느꼈다”며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른 작가들과의 인연이 더해지며 돈독해진 네트워크가 작가로서의 삶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에 젊은 웹툰 작가들의 공연 모임 ‘럽툰’도 형성됐다. 지금은 생활이 바빠 공연은 하지 않지만, 오늘까지도 이 모임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어 김 작가는 도전 정신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김 작가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에 그는 생활툰을 넘어 그간 관심을 가지고 즐겨오던 위스키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 ‘한 잔의 맛’을 출간하면서 작품 영역의 확장을 시작했다. 김 작가는 “어떤 일을 하고 있어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며 “특히 그것을 삶의 부속품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든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멈춘 시간 속에 머무르는 대신 김 작가가 선택한 것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하는 삶의 자세였다. 앞으로 1000회까지 남은 시간은 약 1년. 작가로서,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글 유채연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