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시 분야) 당선작]
당분간 버스운행이 중단됩니다.
윤승리(독어독문·12)
천연가스로 달린다는 202번 버스
그 모퉁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남 일인 양 하염없이 세상구경을 한다
서행하는 광화문 위를
무심히 흘금대는 찰나에
스쳐가는 무수한 현수막과 차벽
시위대와 경찰기동대
절규와 함묵,
차에 치인 비둘기
“잠시 후 터널을 통과하오니
고객님들의 건강을 생각하여
창문을 닫아주시길 바랍니다!”
창을 닫자 지독한 열기와 악취가 깔린다
꾸뻑 조는 아저씨 자리에는
창문이 휑하니 열려 있어
기어코 숨을 참아보지만
결국 퀴퀴한 공기를 꾹 삼켜버린다
더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꼴이라니
눈에 띄는 앞좌석 삐뚠 낙서
“오직 죽은 고기만이
흐름에 따라 헤엄친다.”
썩은 사체인 난 어디로 떠내려가는 걸까
터널 밖을 나오자
어느덧 버스는 흉측한 걸귀(乞鬼)
“다음정류장은 신촌로터ㄹ입니다.”
안내 등이 고장 났는지
‘ㅣ’가 하나 빠져있었다.
‘외른’쪽이든 ‘온’쪽이든
‘ㅣ’가 무슨 대수냐는 듯
방향감각 없이 질주하는 202번 버스
노파가 끄는 폐지 가득한 리어카를
육중한 몸으로 재촉하고는
승객들을 단숨에 토해내면서
이내 다시 먹어 치워댄다
그 창자 속에서 언제, 어디에 내려야 할까
삑, 단말마의 기계음만이
오물로 버려지는 걸 허락해준다
층층이 쌓인 하루의 편린들
총화 2만9천8백 원
‘ㅣ’가 없는 비-인(非人)에게
남은 건 ‘ㅇㄴ’
오늘, 안녕(安寧), 아니.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