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중문·15)씨는 올해로 자취 1년 차다. 이제 슬슬 적응할 때도 됐건만 혼자 사는 자취방은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외부와 차단된 채 홀로 누워있자면 친구들과 함께했던 송도 생활과 부모님과 살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회상이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삐져나오기도 한다. 요새는 자나 깨나 그저 우울할 뿐이다.

2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취생활을 꿈꿔봤을 것이다.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난 삶은 확실히 달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아름답지 않다. 양씨의 사례 외에도 지난 2014년 민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청년가구의 주거실태와 정책 연구」에 따르면 서울의 1인 청년가구는 다른 인구 집단보다 집의 구조·방음 상태·화재에 대한 안정성 등이 떨어지는 집에 거주하고 있다. 의식주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요건일진대 개중 하나가 위태로운 것이다. 이렇듯 주거불안문제는 생활불안(生活不安)을 야기하며 삶의 질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댈 곳 없는 시간…나 홀로는 너무 외로워요!

양씨는 “자취방에 들어오는 순간 타인과의 접촉이 차단되고 이웃과의 교류도 없다 보니 고독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에 성북구 정신건강증진센터 관계자는 “집에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사람이 없거나 주변 자원이 없는 경우에는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며 “타고난 성향에 따라 우울증으로 발현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자취방이 임시거주지라는 점 또한 이 같은 불안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자취는 대부분 하숙, 원룸 등 월세로 묶인 임시거주 형태를 띠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청년 1인가구 중 월세 비율은 81.7%다. 대학가 월세의 경우 보통 1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맺기 때문에 임차인, 즉 자취생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주거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난 2013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대학원에서 진행한 「청년세대 1·2인 가구의 주택점유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는 잦은 주거이동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이 육체적, 정신적, 불안감을 포함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자취방은 청년세대가 기댈 수 있는 보금자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끊이지 않는 치안 문제 그리고 불안함

대학가 원룸촌의 고질적인 치안 문제도 생활불안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신촌 거리는 밤에도 각종 불빛으로 휘황찬란하지만 원룸이 밀집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거짓말처럼 인적이 뚝 끊긴다. 하지만 치안이 좋은 원룸은 흔치 않을뿐더러 있다 해도 가격이 비싸다. 신촌 에이스부동산 관계자는 “CCTV의 경우 큰 비용이 들지는 않지만 경비원이 상주하는 집을 구하려면 인건비 때문에 높은 임대비용을 감안해야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대문구청 측은 가로등을 LED등으로 교체하고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대학교는 ‘이글가드’라는 대학생 자치순찰대를 꾸려 신촌 일대 치안 강화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신촌의 모든 주거구역을 관리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이 경우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큰길 근처나 상업지대 한복판에 집을 구하는 것도 안전 문제를 보완할 방법 중 하나다. 고려대 강민성(식품자원경제·15)씨는 “원래 학교 근처 주거지역에 살았는데 골목이 너무 어두워 큰길 쪽으로 이사 왔다”며 “(외진 곳에 살 때는)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역시 불안을 완전히 지워주지는 못한다. 번화가에 거주하는 홍익대 권은교(행정·16)씨는 “주말이면 밤늦게 귀갓길에 취객이 많은 것도 불안 요소”라고 말했다.

생활불안도 빈익빈 부익부!

그 외에 주거 형태의 불평등이 생활불안의 정도를 좌우하기도 한다. 상수역 근처에서 자취하는 오은지(24)씨의 오피스텔은 보증금 7천9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높은 임대가격만큼 그녀의 방은 쾌적하다. 커다란 유리창으로 늘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방안은 깔끔한 디자인의 가구로 채워져 있다. 그녀는 “공부와 직장 때문에 빠르면 반년, 길면 1년에 한번씩 이사하는데 불안정한 기분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며 “친구들과의 모임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장 큰 휴식처는 집”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거환경이 열악할수록 집을 휴식처로 여기는 경향이 드물었다. 임석인(사복·14)씨는 지난겨울 공부에 집중하려고 일부러 고시원을 선택했다. 그가 살던 방은 1평 남짓한 크기로 180cm 키의 그가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좁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월세가 저렴하고 편의시설과의 접근성이 좋더라도 집으로서의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그는 “집에서 쉰다는 개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주거비문제를 혼자 해결하기 위해 고시원을 선택했던 ㅇ씨 역시 같은 의견을 밝혔다. 창문 없는 방에 살았던 그는 “말 그대로 갇혀있는 기분이었다”며 “괜히 무기력해진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주거불안이 야기하는 생활불안은 매우 복합적인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청년 대상 주거안정지원제도의 정착, 주거지역 치안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상당히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마라톤이다. 청년이 흔들리면 사회가 흔들린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청년이 더 이상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이상적 주거정책을 향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장혜진 기자
jini14392@yonsei.ac.kr
최서인 기자
kekecathy@yonsei.ac.kr
<자료사진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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