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늘날 청춘은 눈 붙일 곳조차 찾지 못하고 있을까? 기본적인 의식주는 모든 사람에게 보장돼야 마땅하지만, 오늘날 대학생들이 살 곳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수도권 소재 대학들은 기숙사가 부족하고 월세도 높은 편이라 주거난이 더욱 심각한 편이다. 이에 「The Y」가 주거난(難)에 밀려나는 대학생들의 실태에 대해 취재해 봤다.

누구를 위한 기숙사인가

나는 집에서 2시간 거리의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고 있다. 신입생 시절에는 기숙사 신청에 우선권을 받아 기숙사에서 살 수 있었지만, 2학년이 된 뒤로는 학교 기숙사 선발에서 밀려났다. 결국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해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매일 통학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6 기숙사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 기숙사 수용률은 ▲서울 14.22% ▲인천 12.78% ▲경기 16.64%로, 대체로 15%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의 경우 기숙사 수용률이 10.4%로 특히 낮은데, 이에 지난 2013년 12월 고려대가 종암동 개운산 일대에 학생 1천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으나, 성북구의회와 구청이 강렬하게 반대하면서 불발됐다. 지역 주민들이 ‘기숙사를 신축하면 원룸 임대업자 등의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 김지호(일어일문·16)씨는 “학교와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학생들을 위한 질 좋고 저렴한 기숙사 신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타 대학의 상황도 피차일반이다. 서울대가 내놓은 관악구 낙성대 인근 대규모 기숙사 신축계획은 구청 허가가 미뤄지고 있고, 이화여대 역시 인근 주민들이 기숙사 신축 계획에 대해 감사 청구까지 할 정도로 심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편 기숙사비 자체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건설해 운영하는 직영기숙사는 이용료가 2~30만 원 선이지만, 최근 대학들이 주로 추진하고 있는 ‘민자기숙사’의 경우 40만 원 선이다. 민자기숙사는 대학이 기업 자본을 유치해 기숙사를 짓고, 2~30년간의 운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신용웅(인문계열·16)씨는 “월 35만 원에 육박하는 기숙사 이용료가 적잖은 부담이 돼 2시간가량 걸리는 통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의 민자기숙사인 우정원 역시 한 학기 이용료가 2인실 기준 1백36만 원 선으로 월 40만 원가량에 달한다. 고려대의 경우 프런티어관이 학기당 1백50만 원, 한양대 스마트빌의 경우 1백80만 원으로 직영기숙사와 비교해 높은 가격을 보였다.
이에 민자기숙사의 설립 및 운영의 적정성을 감시하고 높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지난 2015년 10월경 ▲연세대·고려대·건국대 총학생회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민달팽이유니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서울행정법원에 대학별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도 각 대학 측은 민자기숙사 설립·운영 원가 등의 핵심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숙사에서 쫓겨났는데… 
높은 집값에 두 번 우네

학교까지 매일 통학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너무 지치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자취를 결심하고 학교 주변 부동산을 찾아갔다. 하지만 원룸 가격은 생각보다 높았다. 살 만한 방은 보통 월세 5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고, 보증금을 내려면 상당한 목돈이 필요했다. 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교생활을 병행하게 됐다.

기숙사에서 밀려나면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해야 하지만, 통학이 편리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가 주택들의 경우 주거비 부담이 크다. 우리대학교 서문 근처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박아경(의류환경·15)씨는 “마땅한 집을 찾지 못해 학교 주변 전단에 쓰인 전화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가며 방을 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씨는 “학교 주변이라 집값이 비쌀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매달 5~60만 원 정도를 월세로 지불하고 있어 부담된다”고 말했다.

▶한겨레에서 조사한 대학생 거주 관련 통계자료.


신촌예스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새 학기 시작 때 원룸 공급이 집중적으로 늘어나는데, 전세보다는 주로 월세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다. 신촌 지역 원룸은 평균적으로 보증금 1천만 원 선에 임대료가 50만 원 선으로 이는 대학생 수준에서 부담하기에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다른 대학가 원룸의 경우에도 높은 비용은 마찬가지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서울 주요대학가 원룸 월세 현황’에 따르면, 서울 주요대학가 10개 지역의 평균 원룸 월세는 48만 원, 평균 보증금은 1천158만 원이었다. 지역별 월세는 ▲서초동 72만 원 ▲서교동·창전동 51만 원 ▲연희동·연남동 49만 원 ▲화양동·자양동 49만 원 등으로 가격대 차이를 보였지만, 어느 지역이든 대학가는 평균적으로 50만 원대로 월세가 형성돼 있었다.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살고 있다는 서울대 양윤정(치의학·16)씨는 “통학을 위해 최대한 학교 근처에서 살고 싶은데 대학가 집값이 너무 비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 문지예(건축학·16)씨는 “혼자선 집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고 전했다. 높은 수준의 원룸 비용이 대학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비교적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반지하 방에 살거나 외곽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모씨는 “오피스텔과 반지하 방은 최소 2배 이상의 가격차가 난다”며 “오피스텔이나 원룸의 공급이 있어도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주거 형태에서 학생들 간 명백한 빈부격차가 나타나는 셈이다.

대학생 주거난, 대안은 어디에?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대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희망하우징 모집 포스터.

원룸 비용을 모으고 있던 나는 선배로부터 귀가 띄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정부에서 대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주거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희망하우징’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신청하기는 했지만, 모집 인원이 극히 적고 기초생활수급자 위주로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내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그 규모와 지속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대학생 주거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차원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학교 기숙사나 자취 외에 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부상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각 지자체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을 위해 운영하는 ‘향토학숙’이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1994년 설립해 운영하는 남도학숙이 대표적인 사례며, 이외에도 충북학사, 탐라영재관, 경기도장학관 등의 다양한 지역 학사가 있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의 주거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학사의 기숙사비는 월 15만 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다. 현재 13개 지자체가 향토학숙을 운영하며 2천500명가량의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다.
청년 주거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정당초청 청년 정책토론회’에서는 여야 원내 4당의 청년 대표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청년 대표들은 임대주택 확대에 대화의 초점을 맞췄다. 토론 끝에 결국 주거 문제의 해결책은 ▲행복주택 ▲청년희망임대주책 ▲공정주택 등의 ‘임대주택 확대’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정부에서는 다양한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6월부터 주변 임대 시세의 50% 이하로 저렴하게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청년전세임대주택의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월 15만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희망하우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대학생들이 이러한 정부 정책의 수혜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1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희망하우징 신규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모집 규모가 88실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러한 정부 임대주택은 한 번 들어가면 추가로 재계약을 할 수 있으므로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신규 공급은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절대 공정하지 않은 출발선에 서 있다. 하지만 사회 복지적인 차원에서 적어도 최소한의 의식주는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학생은 오피스텔에서 살고, 다른 누군가는 반지하 방에 살며 학교에 다니는 모습은 이상적인 사회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청년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생 주거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신유리 기자
shinyoori@yonsei.ac.kr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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