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신촌캠 백양로 삼거리에서 추진됐던 학생총회가 무산되어 참가했던 학생들이 자리를 뜨고 있다.

지난 25일 낮 2시 신촌캠 백양로에서 소집된 학생총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인해 개회되지 못했다. 2006년 이래 10년간 개회되지 못했던 학생총회의 성사 여부에 학생사회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개회조건에 턱없이 부족한 110명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은 학생총회 무산의 원인으로 ▲홍보 부족 ▲학생들의 무관심 ▲학외 사안만을 다룬 학생총회 안건 등을 지적했다. 

110명만이 참여한 학생총회…
결국 무산

무산된 이번 학생총회는 ‘박근혜 퇴진을 바라는 연세대학생들의 행동을 결의하기 위한 전체학생총회 제안자 일동’(아래 초동제안자)에 의해 제안돼 지난 10일부터 5일간 학생서명이 진행된 바 있다. 그 결과 재적 학생 수 2만 6천20명의 1/20인 1천301명을 넘긴 1천311명의 서명을 받아 학생총회가 소집됐다. <관련기사 1783호 2면 ‘25일(금),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학생총회’ 개회 성사될까’>
이번 학생총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개회조건 정족수를 충족해 성사될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총학생회칙 제15조 1항에 따르면 학생총회가 개회되기 위해서는 재적 학생 수의 1/10인 2천 602명이 참석하고, 참석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이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이날 학생총회는 낮 2시 30분을 기점으로 개회조건에 못 미치는 110명의 저조한 참여 인원을 기록하며 무산됐다. 이에 총학생회장 박혜수(토목‧11)씨는 “학생총회는 무산됐지만 현 시국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참여 의지 등이 꺾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우리가 직접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야만 세상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총회 개회 무산의 원인은?

이번 학생총회가 개회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는 ▲홍보 부족 ▲학생들의 관심 부족 ▲학외 사안만을 다룬 학생총회 안건 등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학생총회 성사를 위한 TFT’(아래 TFT)를 꾸리는 등 학생사회 차원의 학생총회 개회 성사 노력이 있었지만 일부 학생들은 체계적인 홍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홍현재(문화인류‧14)씨는 “학생총회의 홍보가 구체적이지 못했으며 급하게 준비된 느낌이 들었다”며 “때문에 학생들이 현 정권의 퇴진을 실현하기 위해 학생총회가 정확히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몰라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TFT에서 활동한 김성민(철학‧16)씨는 “학생총회에 반감을 가진 학생들도 있었지만 오픈 세미나 등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홍보 기간 중 만들지 못해 아쉬웠다”며 “짧은 기간 내에 선전 하는 것의 한계가 있어 홍보가 미흡했다”고 전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학생총회의 안건으로 학외 사안만을 논의한 것이 무산의 원인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것이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맞물리며 학생총회의 저조한 참여율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조용인(노문‧16)씨는 “학생총회가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학내사안을 다룬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가 더욱 저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주(정외‧14)씨는 “학생총회가 개회되고 있을 때 도서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참여하지 않는 것을 보며 많은 학생들이 이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 때문에 학생총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돼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개회 시간 ▲학생총회를 위해 따로 마련된 국제캠발 셔틀 부재 등의 문제가 학생총회 무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건희(의예‧15)씨는 “금요일이기 때문에 학교에 등교하지 않은 학생도 많았고 학생총회를 위해 따로 국제캠발 셔틀버스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1학년 학생들이 학생총회에 참석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 학생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총회 공고 후 부족했던 홍보 시간, 금요일이라는 시간대 등 다양한 이유들이 결합돼 참여가 저조했던 것 같다”고 개회 무산 원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편 서울대의 경우, 지난 10월 10일에 2천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아래 학교본부의 시흥캠퍼스 설립 추진을 반대하는 학생총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서울대의 학생총회 성사 이유로는 ▲학생들의 권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총회의 안건 ▲총학생회(아래 총학) 주도의 적극적인 홍보가 꼽혔다. 서울대 장민혁(재료공학·16)씨는 “학교-학생 간의 대립관계가 명확했고 학생들의 권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학내 사안이라 참여도가 높았다”며 “이는 총학 주도 하에 이뤄진 대형 강의동, 셔틀버스 줄 앞에서의 연설과 각 과 학생회를 통한 체계적인 홍보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총회 이후, 현 시국을 향한 학생들의 행동은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박씨는 총학 차원의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시국회의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고 계속해서 집회, 거리행진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타 학교와도 연합해 함께 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대학생 연석회의에 계속해서 참석중이며 동맹 휴업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김홍준 기자 
khong25@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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