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여성 청소년 60명에게 배송된 서대문구청의 ‘드림박스’

깔창으로 생리대 대체한 청소년 사연에 시민들 눈물 글썽…
이에 생리대 지원에 나선 서대문구청
그러나 생리대 지원 지속될 지는 아직 미지수

 

서대문구청이 ‘드림박스’ 사업을 통해 여성용품 지원에 나섰다. 지난 9월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한 서대문구청은 11월 6일, 저소득 한부모가정의 여성 청소년 60명에게 ▲순면 생리대 ▲위생팬티 ▲일회용 생리대 ▲파우치 등이 담긴 ‘드림박스’를 전달했다. 해당 사업은 저소득 여성 청소년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 ▲자존감 보호 ▲건강과 환경 고려 등의 목적으로 추진됐다.
 

솟아오르는 생리대 가격
휴지 뭉치, 깔창 생리대까지 등장

 

지난 5월,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쓰고 있다는 한 청소년의 사연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사지 못해 휴지 뭉치나 신발 깔창을 속옷 안에 넣어 대용품으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6월, ‘유한킴벌리’가 신제품을 기존 가격보다 약 7.5% 높은 가격으로 출시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0.6% 상승했지만 생리대 가격은 25.6% 상승해 전체 물가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지난 2004년 정부가 기업들에게 생리대 부가세를 면세해줬음에도 정작 소비자들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헤럴드경제』의 ‘세계 각국의 생리대 가격 비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 생리대 가격은 개당 ▲미국 181원 ▲일본 181원 ▲프랑스 218원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생리대 가격은 개당 260원에서 331원으로 다른 국가보다 50%에서 크게는 70%까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 대해 손선우(UD·16)씨는 “여성의 생필품인 생리대 구입이 부담스러운 현실이 안타깝다”며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정책 마련 및 지원을 통한 가격 조절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세종대 박소연(교육‧16)씨는 “안 그래도 생리대 가격이 비싼데 집에 다른 여자 형제가 있는 경우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높은 생리대 가격이 업계의 독과점 시장구조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전민선 간사는 “특정 업체들이 생리대 시장을 독점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가격을 먼저 올리면, 후발주자 업체들이 연달아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저소득 여성 청소년들을 위한 작은 배려, 
‘드림박스’   

 

이렇듯 한국의 높은 생리대 가격으로부터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서울시에서는 추석 전부터 만 10세부터 19세 사이 9천2백여 명의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시 생리대 지원 사업에서는 한부모가정 중 국민기초수급가구가 아닌 가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에 서대문구청은 서울시의 생리대 지원 사업의 주요 수혜 대상에서 배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번 ‘드림박스’ 사업을 추진했다. ‘드림박스’ 사업은 청소년이 선호하는 생리대 제공은 물론 개인별 맞춤 사이즈까지 섬세하게 고려하며 타 생리대 지원 사업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였다.
한편 이번 사업에서 서대문구청은 ▲대상자 추천 ▲물품 구입 ▲택배 발송을 담당했으며, 서대문구사회복지협의회(아래 서대문구사복회)가 모금 활동을 맡았다. 그 결과 지난 10월말 기준 총 1천8만3천 원의 성금이 모이면서 드림박스가 꾸려졌다. 모인 성금의 규모에 따라 서대문구청은 수혜 대상으로 관내 거주자 중 60명을 선정했다. 수혜 대상은 저소득 한부모가정의 여성 청소년 12세부터 19세까지로, 자발적으로 구청 홈페이지에 신청을 하거나 주민 센터의 추천을 받은 이들이다.
이번 사업에 대해 서대문구청 복지정책과 김수정 주무관은 “가난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으로 예민한 청소년들의 자존감 보호를 위해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았고, 물건도 직접 수령하는 방식이 아닌 택배를 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회용 생리대에 비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면 생리대 등도 함께 마련해 청소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장기적으로 건강이나 환경도 신경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드림박스’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한편 이번 사업의 모금 활동 과정에는 대학생들의 활발한 참여가 눈에 띈다.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한 것이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실용음악학과 학생들은 버스킹 공연의 수익금을 전달했고, 우리대학교 50대 음악대 학생회 ‘WITH’ 역시 ‘지역주민을 위한 가을음악회’에서 모은 성금을 사업에 기부했다. 우리대학교 음악대 학생회장 지세진(관현악·11)씨는 “우리대학교가 속한 서대문구 관내 저소득 취약계층을 돕고 싶었다”며 “이에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인 ‘드림박스’에 성금을 기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업에 대해 조재영(심리·16)씨는 “사람의 생리적인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물품을 제공해줬다는 점에서 사업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또한 이화여대 방지은(화학생명분자과학부·16)씨는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값이 비싼 편인데 이런 사업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업의 수혜 인원이 60명이었다는 점에 대해 지원 규모가 적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서현(HASS·16)씨는 “더 많은 도움을 위해 이번 사업이 주기적으로 진행돼야 할 뿐만 아니라 수혜 인원의 확충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주무관은 “내년에 이 사업을 특화 사업으로 추진해 수혜 대상 및 지원 품목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사업은 연초부터 미리 계획된 예산으로 추진된 것은 아니며, 하반기에 진행된 모금 활동만으로 실시됐다.

‘깔창 생리대’ 논란 이후 정부 및 각 지자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는 전국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 29만 명에게 생리대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생리대 지원 사업이 추경예산을 재원으로 한 한시적 조치였기에, 내년 이후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계획이 아직 부재한 상태다. 서대문구의 ‘드림박스’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생리대 지원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길 바란다.

신유리 기자 
shinyoori@yonsei.ac.kr
<자료사진 서대문구청,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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