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캠 총학, 최초로 입후보자 없어 선거 무산, 1961년 이후 55년 만에 총학 공석 위기, 학생사회 위기론 심화

20대 총학생회장 우상호 동문(국문·81)부터 지난 53대 총학생회 <Collabo>에 이르기까지의 신촌캠 총학생회장단의 모습들. 하지만 이번 54대 총학생회 선거에는 입후보자가 없어 55년 만에 총학이 공석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신촌캠 총학, 최초로 입후보자 없어 선거 무산
1961년 이후 55년 만에 총학 공석 위기
학생사회 위기론 심화


신촌캠 총학생회(아래 총학) 선거가 1961년 총학 발족 이래 최초로 무산됐다.

지난 9일 우리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선관위)는 입후보 등록 공고를 통해 54대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음을 발표했다. 이는 1961년 총학이 발족한 이래 55년 만에 처음으로 총학이 공석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로써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지적돼 오던 우리대학교 학생 사회의 위기가 직접적으로 가시화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대 처음으로 무산된 총학 선거 총동연, 4개 단과대도 선거 무산돼
 

총학 선거에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된 것은 지난 1961년 총학이 발족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10년 간 우리대학교 총학 선거에는 매번 2~4개의 선본이 출마했으며 단선 후보 출마 사례 또한 전무하다. 특히 지난 47대 총학 선거에는 6개의 선본이 출마했을 정도로 항상 총학 선거는 치열한 경쟁이 이뤄져왔다.

한편, 타 대학들에서는 총학 선거가 무산돼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체제로 구성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실제로 서강대의 경우 2012년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 선거가 무산됐으며 가톨릭대는 같은 이유로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비대위 체제로 진행됐다. 이처럼 타 대학의 총학들은 단독 선본은 물론 공석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대학교 총학은 선거 무산의 전례 없이 그 역사를 이어 왔다. 하지만 우리대학교도 학생 자치 후퇴라는 대학사회 전반의 거대한 흐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번 총학 선거 무산에 대해 학생들은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원석(사회‧16) 씨는 “학생회가 설립 된 이후 처음으로 후보자가 아무도 나오지 않은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중선관위원장인 53대 총학생회장 박혜수(토목‧11) 씨는 “이번 총학 선거 무산에 대해 총학생회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거 무산으로 학생들의 자치 생활, 문화, 그리고 권리가 퇴색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부총학생회장 유상빈씨(간호‧12) 씨는 보궐선거 계획에 대해 “보궐선거를 치룬다면 2017년 3월에 이뤄질 예정”이라며 “확실한 여부는 그때 상황을 보고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 의결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총학은 28대 총여학생회 선거(아래 총여 선거)를 마치고 보궐 선거 이전까지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도 걸림돌이 존재한다. 총학생회칙(아래 회칙)에 명시된 총학의 임기와 비대위의 구성 시기가 상충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회칙 제40조는 총학의 임기를 ‘새로운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이어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50조의 ‘비대위는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될 때 구성된다’는 회칙이 40조와 시기상 충돌하고 있다. 이에 박씨는 “총학이 비대위 체제로 움직이는 것이 처음이라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 당황스럽다”며 “총여 선거가 현재 진행 중이므로 선거를 마친 후 임시 중운위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중운위에서 세칙상 충돌되는 부분을 조정해 비대위 체제로 움직일지 총학 임기를 이어갈지 결정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논의 참여 주체가 현 53대 중운위인지, 이번 선거로 구성되는 차기 54대 중운위인지에 대해서 유씨는 “그 문제에 있어 현재 명시된 부분이 부정확해 회칙을 다시 살펴보고 해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 선거뿐만 아니라 총동아리연합회(아래 총동연), 여러 단과대 학생회 선거 또한 입후보자의 부재로 선거가 줄줄이 무산됐다. 지난 9일 총동연이 선거 무산 공고를 낸 것을 포함해 11월 12일 기준으로 총 18개의 단과대 학생회(법과대는 2017년 2월 학부 폐지 예정) 중 아직 후보자 등록을 받고 있는 약학대를 제외하고 ▲문과대 ▲생과대 ▲교육대 ▲자유전공 학생회 등 4개 단과대 학생회의 선거에서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최근 5년간의 단과대 선거 중 가장 많은 비대위가 나왔던 2015학년도 52대 단과대 학생회 선거의 5개에 한 개가 모자란 수치다.

 

빙산의 일각이었던 학생 사회의 위기, 그 실체 드러나나

 

총학과 단과대 선거의 잇따른 무산으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생 사회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사학과에 재학 중인 조모씨는 “학교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학생회가 없다면 학생 자치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 내년 연고전 등의 행사 개최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이나 복지에도 타격이 우려 된다”고 말했다. 배근호(경영·16)씨는 “총학은 학생 사회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총학생회가 시작 전부터 무산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학생 사회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번 선거 무산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 변화 ▲학생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 ▲기존 학생 사회에 대한 비판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 사회 위기론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제기돼 온 문제다. 그러나 총학 입후보자의 공석은 위기의 학생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학생 사회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도 여전히 계속될 수 있는 우리의 무관심이다. 우리대학교 학생 사회는 지금 재기와 몰락, 그 기로에 서 있다.


김홍준 기자
khong2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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