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춘추X알바천국] 연재기사 1편

*연세대학교 학보사 연세춘추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과 협력해 '아르바이트' 연재기사 3편을 전해드립니다.

첫 기사는 '이 시대 우리들의 이야기 ‘아르바이트’ 입니다.

이제는 이 시대 우리의 삶이 된 아르바이트가 과연 무엇인지, 우리는 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아르바이트란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봤습니다.



#서빙

11시 17분 38초. 움직이는 초침조차 나의 발걸음처럼 무겁게 걸어가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끝마치고 피로한 몸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게 6시, 학교를 나와 장장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동안 지하철을 타고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에 도착하면, 내 것도 아닌 스테이크의 냄새가 나의 코를 황홀하게 한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나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위해 재빨리 제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러면 시간은 오후 9시 정각, 나의 서빙일이 시작된다.

2시간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지친 마음을 집어 들고 집으로 향한다. 집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내일의 해가 뜨면 또다시 2시간 반이라는 시간동안 땅속을 기며 학교로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울렁이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너무나 긴 통학시간 때문에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나의 시급 7250원으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주말까지 합해서 일주일에 총 16시간 일하지만 교통비와 식대, 4대 보험료를 제하고 나면 얼마 남는 것도 없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현실이다. 이렇게 쌓여만 가는 피로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니, 해야만 한다. 지치고 힘들더라도 내 꿈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과외

오늘은 화요일, 과외 가는 날이다. 몇 달 전부터 나는 우연한 계기로 두 학생의 과외를 맡게 됐다. 화요일과 목요일 각각 1시간 30분씩, 일주일에 총 6시간 동안 과외를 진행하면 나는 한 달에 70만 원이라는 돈을 받을 수 있다. 동기들은 종종 “꿀이네!” 하며 많은 돈을 받는 나를 부러워하지만 나는 오히려 과외를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동기들이 부럽다. 나에게 화요일과 목요일은 일종의 버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은 그 시간을 활용해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어디론가 떠나 캠퍼스 라이프를 만끽하거나, 하물며 학점 관리에 조금 더 시간을 쏟는 데 비해 나는 평일의 40%에 달하는 나의 시간을 남의 공부를 위해 써야 한다. 수업을 마치고 과외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면 나는 버스에 앉아서도 과외 공부를 한다. 내가 맡은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더 잘 가르쳐보겠다는 마음이지만, 밀려오는 차멀미는 머리를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거뜬히 풀만 한 문제인데도 지금 풀어보려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오늘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도 아직 정리가 다 되지 않았는데, 머리에 과외 내용을 집어넣으려니 아직 과외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지치기 시작한다.

물론 과외 하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과외로 많은 돈을 벌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단지 원하는 것은 나에게 선택지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수능이 끝나고, 이제 곧 다음 수능이 돌아오는 오늘에도 고등학교 공부를 해야 한다.

출처: 알바천국 '2016년 2분기 알바소득지수'.

청년 실업률 9.4%, 자영업자 556만, 비정규직 근로자 627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고, 취업 준비를 하며, 노동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마주봐야 할 사회의 단면이다.

부의 양극화 문제로 정규직 취업이 어렵고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 때문에 저임금·비정규 노동자가 쏟아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아르바이트는 필수불가결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의 ‘알바 소득지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대학에 재학중이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의 한 달 평균 소득은 41만 9천905원이다. 이는 평균시급 5천890원으로 일주일에 16.4시간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대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 월급은 과연 그들이 살아가는 데 충분할까.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또, 왜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까? 왜 우리 사회는 아르바이트라는 필요로 하는 것일까?

연세춘추는 이 시대 대학생들의 삶인 아르바이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봤다.

 

아르바이트 권하는 사회, 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

 

우리에게 ‘아르바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아르바이트는 독일에서 일, 또는 노등을 뜻하는 'Arbeit'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단기 또는 임시로 고용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뜻한다. 지속되는 구직난으로 인해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지금 이런 형태의 고용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출처: 통계청「경제활동인구조사」 2016년 3월 업데이트.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월 전체 실업률은 4.9%, 청년 취업률은 12.5%다. 이는 1년 사이 각각 0.9%, 1.8%가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흐름은 기간을 더 확장해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최근인 10월 12일 발표된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3.6%로 작년대비 0.4%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이후, 9월 한 달 취업률 중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청년 실업률은 9.4%였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을 하는 ‘현재 준실업자’까지 고려하면 체감 실업률은 1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구조조정의 여파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제조업 취업자가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중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경제 활동 인구 중 32.8%인 644만 4천명이다. 그 중 시간제 노동자는 지난 1년 동안 무려 24만 명이 증가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산업 구조는 ‘비정규직’을 더욱 더 양산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2016년 11월 3일 발표.

우리나라에서 아르바이트가 양산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한국 사회의 ‘부의 양극화 심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매우 복합적 현상으로 미국,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 이후 이런 현상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문제는 특히 자녀세대인 대학생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비싼 학비와 생활비는 대학생들의 삶을 무겁게 만든다. 지난 1일 통계청은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째 1% 상승했음을 발표했다.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4년제 대학 기준 한 학기 평균 300만 원 이상의 학비도 한몫 한다. 직장인 조유승(24)씨는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가정의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생의 경우 학생이라는 울타리에 있어도 성인이기 때문에 경제적 독립성을 갖추기를, 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이렇게 경제적 약자인 청년들에게 기본적으로는 사회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 대학의 비교정치경제학 전공 최모 교수는 “사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더라도 청년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까지 정책을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북유럽 국가에서 대학까지 무상 교육을 지원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청년들을 위한 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배경에는 아르바이트라는 노동 형태의 특수성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의 경우 학업과 노동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단기로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중앙대 이유빈(23)씨는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정작 대학생은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며 “당연히 수업시간에 맞출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되는 경제 침체는 청년층의 구직난은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비정규직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들은 더욱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사회에서의 아르바이트, 쉽지 않다

 

효율적인 성장을 외치며 정부 주도의 급격한 성장을 이룬 한국사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분배나 복지부분이 취약한 편이다.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인 아르바이트의 경우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데 이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단순히 영화 관람료가 8천원 이상, 프렌차이즈 점 커피 한 잔이 5천원 이상인데 비해 최저임금은 6천원을 웃도는 현실은 청년들의 쓴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한 제도적인 보호 장치나 법적 대우도 부족한 상태다. 이와 함께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도 한몫 한다. 최 교수는 “청년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법적 보호 제도를 마련하는 등 아르바이트를 위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문제는 물론 주휴수당, 임금체불 등 여러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아르바이트생들의 권리문제는 오랫동안 문제시 돼 왔다. 최근 들어서는 ‘감정노동’이나 ‘임금꺾기’의 문제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라는 고용 형태가 사회에 널리 자리잡고, 사람들 사이에서 노동 관련 문제들이 중요하게 다뤄지면서 아르바이트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그러한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을 존중하지 않는 시선도 그들을 더욱 어렵게 하기도 한다. 정모(22)씨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담당 매니저가 함부로 대하는 것이 늘 힘들었다”며 “‘언제든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하면서 ‘힘들면 나가라’고만 했다”고 전했다. 조모(27)씨 또한 “가족 같은 직원을 뽑는다던 업체도 그만둔다고 할 때는 사소한 트집을 잡으며 월급 깎던 것이 기억난다”며 “단기간에 계속 바뀌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당한 대우는 수없이 당했다”고 말했다. 한모(24)씨는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일하면서 배려해줄 때가 정말 기억에 남는다”며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확립된다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로 직원을 고용하는 ‘사장님’들도 힘든 사정은 있다. 신촌의 ㄱ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모씨는 “직원 한 명 고용하느냐, 두 명 고용하느냐가 한 달 지출에 꽤 큰 많은 영향을 준다”며 “최저임금을 줘야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려니 막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작은 사업을 하는 영세업자에게는 최저임금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촌의 한 프랜차이즈 ㅂ식당의 매니저 이모씨는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근로기준법 등 여러 제도들을 최대한 준수하고는 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고 전반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이모씨는 “흔히들 아르바이트를 말할 때, 고용주는 나쁘게만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짧은 기간 안에 수없이 그만두고, 시작하는 것의 반복인 상황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절대 쉽지만은 않다”며 “제도나 인식 등 본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주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심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로만 살아갈 수 있을까

 

“알바로만 살 수 있을까요”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문득 정모씨가 던진 질문이다. 당장 취업은 어렵고, 알바만이 눈앞에 보이는 지금 현실에서 누구나 한 번쯤 해 볼 수 있는 상상이다. 흔히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최저임금이 높고 근로 환경이 좋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알바로 상당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현재 시급 1천 엔으로 일주일에 18시간 일을 하고 있다는 일본의 HAL도쿄대 최진영(영상학부CG•16)씨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실질적으로 벌 수 있는 금액이 한 달에 꼭 필요한 돈을 제하고도 여유 있게 남는다”며 “대학생으로서 한 달에 벌 수 있는 돈은 10만 엔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독립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출을 줄인다면 충분히 가능하긴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한모씨는 “단순히 임금의 액수뿐만 아니라 돈 떼이지 않는다는 보장, 여러 수당 꼬박꼬박 받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또한 아르바이트라고 무시 받지 않으며 여러 기본적인 대우도 받는다면, 그 때 생각해볼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질문을 던졌던 정모씨는 “알바로만 산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시할 수도 있지만, 자기 시간, 여가 시간 갖는 게 중요한 요즘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물론 지금 상황이라면 택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들은 ‘아르바이트로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던지면서도, 아르바이트가 지금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않고 있다며 그 상상을 멈췄다. 이에 조모씨는 “결국 우린 아르바이트를, 학교를 졸업하듯 언젠가는 그만둬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또한 조모씨는 “돈을 번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지금은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아르바이트를 누구나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생계를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경우 단기 비정규직인 아르바이트는 그들에게 뗄레야 뗄 수 없다. 결국 아르바이트는 곧 이 시대 청년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구직난은 더 많은 청년들을 아르바이트의 굴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 노동 처우 개선 문제 등 이를 둘러싼 많은 이슈 들은 좀 더 건강한 아르바이트 문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당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노동 관련 제도 개선,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을 통해 좀 더 건강한 아르바이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글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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