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 퍼지는 연세인들의 목소리

▲박신영 (국문·15)

 

10월 28일, 총학생회 콜라보에서 작성한 시국선언문이 발표되었다. 몇 시간만에 수천 개의 좋아요와 공유를 받은 이 시국선언문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이는 총학생회가 ‘느린 민주주의’,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 총학생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현 시국 속 수많은 연세인들이 원하는 방향의 움직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긴급 중앙운영위원회에서의 시국선언 논의를 시작으로 총학생회는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한 명 한 명 연세인의 의견은 어떠한지 묻는 시간을 가졌고 그 결과 학생들은 ‘나 하나’의 의견이 전달될 수 있는 구심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연세인의 입장에서 임기가 끝나가는 순간까지 이번 시국선언 공동행동에 임해준 총학에게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바쁘게 뛰어다니며 귀를 열어준 총학생회에게, 학교 학생들 또한 반갑고 당당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실제로 시국선언문이 발표된 다음날, 학생회관 앞에서 ‘연세대학교 학생 시국선언 보고’ 가 이뤄질 때에도 세 명의 학우가 자유발언에 참여했다. 어떤 학우는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학우는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에는 방향성이 불명확하고 부족하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연세인들이 청계광장의 집회에도 참가해 함께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청와대를 향해 걸었다. 총학생회를 기반으로 모두가 자신 스스로의 정치적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우리 연세인은 그렇게 직접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

  부패한 권력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에 맞서 우리는 정말 잘 싸웠다. 이처럼 계속해서 연세인의 목소리는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학생회를 주축으로 지속적인 한 시국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TFT를 구성하는 등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연세인 모두와 같은 선상에서 걸어가겠다고 선언한 순간부터 시작된, 목소리의 다발이 끊어지지 않기 위한 노력 말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 이 공론장의 열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공론장의 열기가 식어버린다면, 우리가 되찾기 시작한 민주주의의 가치가 그대로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이는‘느린 민주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을 전적으로 보여준다. 느린 민주주의의 약점은 단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점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자유로운 공론장의 지속적인 작동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만들어진 지금의 구심점은 더 많은 연세인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충실해야 한다.

  현재의 공론장이 유지되어 더 뜨거워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모이는 것뿐 아니라 이를 통해‘어떤 모습을 이루는가’가 드러나야 한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모습을 더 많은 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대학생의 날, 연세인 공동 집회’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의 자유발언이, 수렴된 의견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모아져 어떤 모습을 낳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현재 TFT의 회의도 중앙운영위원회도 열리지만, 다수의 연세인의 목소리가 모인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 공론장은 실체가 없는 음파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앎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박근혜와 그 측근, 새누리당과 정치경제계 사이에 있었던 비리의 진실을 앎으로써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앎을 통해서 그 진실을 위한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지금 어떠한 목소리를 내는가, 그것은 어떻게 화합되고 섞여 연세대학교의 현 사태에 대한 정체성을 만드는가, 그리고 그 정체성은 전국대학생 회의체와 전국적 규모의 집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총학생회는 수많은 연세대학생들과 함께 가는 길을 택했고, 총학생회가 대표하는 것만큼의 정치적 책임을 부여받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함께 더 큰 목소리를 만들고 그 목소리를 단단히 하자. 그 목소리가 이 시국에 울려퍼져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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