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치료학과 김종배 교수(보과대·재활공학)

우리대학교에는 자동문으로 열리는 교수실이 존재한다. 이 방의 주인은 바로 김종배 교수(보과대·재활공학)이다. 들어서면 구석에 자리 잡은 해부된 기기들과 전동휠체어를 타고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김 교수를 볼 수 있다. 교수로서 뿐만 아니라, ‘사이배슬론 2016’ 선수로, 보조기기 개발자이자, 대한장애인럭비협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김 교수를 만나보자.

Q. 작업치료학과 교수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종배 교수(아래 김): 정확하게 말하면 재활공학이 전공이다. KAIST 대학원 진학 후, 불의의 사고로 목뼈 다섯 번째 경추를 다쳐 가슴 아래가 마비됐다. 낙담했지만, 인터넷과 전동휠체어라는 보조기기를 통해 다시 활동할 수 있었다. 거기다,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제공 홈페이지를 구축하며 장애인에게 보조기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타 대학에서 재활공학에 대해 강연하다 더 공부하고 싶어 미국 피츠버그대로 떠났다. 미국으로 유학 갈 당시, 재활공학을 배워 한국 장애인의 삶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국립재활원에서 재활 보조 연구를 하다가 현재 작업치료학과 교수가 됐다.

Q. 원주캠의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에 많은 기여를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가?
김: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학교를 돌아다니며 들어갈 수 없는 건물도 있었다. 교수인 나도 편의시설에 요구하기 쉽지 않은데 장애 학생은 오죽 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수의 입장에서 강하게 학교본부에 건의하기 시작했다. 그 후, 장애인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와 경사로가 설치될 수 있었다. 

Q. 개발한 기기가 많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인가? 
김: 나는 장애인 보조기기에 있어 전문가이면서 소비자다. 원래 두 역할이 분리되지만, 나는 두 가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재활공학자들보다 이로운 점이 많다. 당사자이기에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을 무엇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전신마비 장애인은 욕창에 걸리기 쉽고, 걸리면 최소 3개월 병원에 입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통스럽다. 
이를 위한 맞춤형 욕창방지쿠션이 이미 존재하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욕창 때문에 고생하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른 욕창방지방석을 개발했고 현재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다.

Q. 지난 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사이배슬론(Cybathlon) 2016’에 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출전하게 됐는가?
김: 사이배슬론은 중증 장애인들이 특수 자전거, 전동 휠체어, 외골격 로봇 등을 이용해 승부를 겨루는 대회다. 피츠버그 대학에서 만난 스승이 보낸 메일로 사이배슬론 대회 소식을 들었다. 사고를 당한 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없었는데 드디어 내가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뻤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거친 길을 달리는 전동 휠체어를 직접 만들어 전동 휠체어 장애물달리기 종목에 출전했다. 깃대 장애물 피하기와 경사로, 요철, 울퉁불퉁한 길은 순조롭게 넘었지만 계단을 오르지 못했다. 예상보다 계단이 약간 높은 것이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Q.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정책이 전반적으로 잘 실행된다고 생각하나?
김: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아직 여러 방면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보통 경제 규모에 맞게 장애인 복지에 대한 예산이 측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장애인 복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장애인 복지에 대한 전반적 사회 구조나 장애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장애인 등급제 ▲부양의무제이다. 장애인 등급제는 행정 처리에 초점을 맞춰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아 구조적 문제를 낳고, 부양의무제는 장애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돌리는 것에서 문제가 된다. 장애인의 문제를 국가의 차원으로 보지 않고 가족의 차원으로 인식한 뒤, 그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겨 가족의 삶이 사라짐과 동시에 당사자도 사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는 장애인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부터 바꿔야 한다.

Q.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할까?
김: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옛날에는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 의학적인 문제로만 바라봤다. 내가 척수 손상을 받았기 때문에 사지마비장애가 됐고, 이로 인해 장애인이 됐으니 의학적으로 치료하고 재활치료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 사고를 당했던 31년 전엔 장애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환경이 매우 달랐다. 엘리베이터, 콜택시, 저상버스, 전동휠체어 등 이동수단에 대한 제약이 컸다. 그래서 사고 이후 한동안 집에서 나가지 못했다. 나 자신이 사회와 격리된 종신형 죄수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장애를 체감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그때는 아무것도 못 했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요컨대, 신체 조건으로 장애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장애는 옛날의 인식과 같이 개인의 의지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사회가 같이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 그래야 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하고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disable’을 ‘enable’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재활공학으로 우리의 환경을 바꾸고자 한다.
 

글 김은솔 기자
na_eun_@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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