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강단을 떠나게 된 ‘마광수 교수’를 만나다

‘윤동주의 시에는 부끄러움의 정서가 깔려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교과서에서 봤을 설명이다. 수능 국어영역에서 익숙하게 다뤄지는 이 해설을 누가 처음으로 분석한 것일까? 바로 마광수 교수(퇴임·국문학)다.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마 교수에 대한 평가는 ‘외설 논란’으로 귀결되곤 한다. ‘스물여덟의 천재 교수’로 시작했지만,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강단 위에서의 37년. 이제는 우리대학교를 떠난 그를 만나봤다.

Q. 지난 8월을 끝으로 강단을 떠나게 됐다. 이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A. 교편을 잡았던 시간 동안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다. 착잡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헤어지게 된 것이 무척 서운하다.

Q. 스물여섯의 나이에 「배꼽에」, 「망나니의 노래」 등 여섯 작품으로 문예지 『현대문학』에서 등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가?
A. 문학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다. 그때는 문학이 지금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었던 시절인 만큼 소설책, 시집 등 많은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문학에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문학 관련 상도 많이 탔었는데, 특히 고등학교 때 우리대학교 백일장에서 시로 1등을 하기도 했다.

Q. 지난 1983년에 쓴 논문 「윤동주 연구」에서 국문학 역사상 최초로 윤동주의 모든 시를 분석한 것으로 안다. 윤동주의 시를 분석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윤동주 시는 쉽고 내면에 솔직해서 좋았다. 윤동주는 당시 유행했던 모더니즘, 좌파 문학 등 외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독창적인 자기 세계를 일군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자기 세계라는 것은 내면의 고백을 의미하는데 그러한 솔직함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윤동주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별 헤는 밤」이다. 이 작품은 서정적으로 완벽할 뿐만 아니라 다른 윤동주의 시들에 비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구절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준다는 점에서 그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Q. 윤동주를 교과서에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는 ‘야한 소설을 집필하는 교수’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아무래도 내가 우리대학교에서 에로티시즘을 처음으로 다뤘던 사람이기에 그런 것 같다. 내가 집필한 작품들과 연구가 모두 야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런 부분에 집중하는 바람에 편견이 생긴 것 같다. 그러한 편견이 조금은 섭섭하다.

Q. 『즐거운 사라』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썼는데,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인간 내면세계 가운데 중요한 요소가 성(性)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감추려고 한다. 감춘 것을 벗겨내야 성에 대한 무지로 벌어지는 비극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는 게 힘이고 모르는 것이 악’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에 대한 우리의 시선과 문화를 바꾸고자 했던 것인데 탄압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다.

Q. 소설의 인물을 구상할 때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해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허구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다.
A. 거의 다 허구다. 『즐거운 사라』의 주인공인 ‘사라’의 경우도 허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에 대해 자유롭고 당당한 여성상을 그려보고자 ‘사라’를 만들었다.

Q. 1989년과 1991년에 각각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를 출판한 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학교 본부의 징계를 받고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까지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이러한 작품을 쓴 것이 후회되지는 않는가?
A.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후회한다. 그러한 작품들 때문에 많은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집필했던 『권태』도 『즐거운 사라』만큼이나 야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즐거운 사라』만 표적의 대상이 됐다. 당시 우리나라가 성에 대해 문화적으로 개방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착잡할 따름이다.

Q. 최근 문학계 동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 문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예전만큼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문학계가 에로티시즘을 너무 피해간다. 여태껏 문학계에서 민중문학이라든지, 사회주의 리얼리즘, 참여문학 등을 강조한 면이 많았는데 그보다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성이라고 생각한다.

Q. 퇴임 후 계획이 궁금하다.
A. 우선 올해 시집이 하나 발간될 예정이고, 내년 초에는 소설이 나오게 될 것 같다. 하지만 향후 문학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엔 너무 우울해서 예전보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어디에서든 강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기회가 생기지 않아 많이 아쉽기도 하다.

*마광수 교수는 1983년 박사학위논문으로 「윤동주 연구」를 발표했으며 1984년 우리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한편 마 교수는 해직 이력 때문에 명예교수로는 임용되지 못한다.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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