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최근 IT 분야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지만, 한국의 VR 시장은 아직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그런 한국에서 지난 7월 최초로 가상현실 체험공간이 문을 열었다. 지난 8월 19일, 기자는 강남역에 위치한 ‘VR플러스 쇼룸’에 방문해 봤다.

 

생소하면서도 신기한 VR 체험기
 

VR카페 체험 중인 기자

VR플러스 쇼룸은 한국VR산업협회가 VR 육성을 위해 설립한 ‘테마파크 개발운영 위원회’의 첫 결과물이다. 대중들에게 VR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주 설립 목적이며, 앞으로도 지점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기자는 VR플러스가 문을 여는 아침 11시에 맞춰 매장을 찾아갔다.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이 VR플러스 쇼룸을 방문했다. VR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VR플러스 쇼룸은 VR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과 음료를 사 먹을 수 있는 카페로 나뉘어 있다. 현재 체험존 이용은 무료인데 아직 정부의 게임물 심의나 전파인증 등의 과정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험존에는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리프트’, HTC의 ‘바이브’가 각각 두 대씩, 레이싱 시뮬레이터가 하나 설치돼 있다. 이 5개의 주요 기기 이외에도 삼성의 ‘기어VR,  LG의 ‘360VR’ 등 모바일용 VR 기기도 갖춰져 있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체험해 볼 수 있다. 기기마다 담당 직원이 배정되어 사용을 도와주기 때문에 VR을 처음 접해본다고 해서 긴장할 필요는 없다. 덕분에 처음 VR을 접해보는 기자도 쉽게 VR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레이싱게임을 좋아하는 기자는 제일 먼저 레이싱 체험 VR을 해 봤다. 좌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보통의 레이싱게임과 별로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고 느낀 순간, 자동차가 화면 속에서 트랙에 부딪히자 쿵 하는 충격이 느껴지며 좌석이 덜컹거렸다. 도로의 굴곡이 그대로 기자의 몸에 전해지는 듯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머리에 쓰고 해 본 롤러코스터 체험 역시 신기했다. 좌석의 움직임과 머리에 쓴 VR 기기만으로도 롤러코스터 비슷한 느낌이 났다. 레이싱과 롤러코스터 체험 외에 3대의 기기에서 제공하는 게임은 매일 바뀐다. 기자는 다른 VR 기기를 착용한 뒤 활을 쏘고, 박자에 맞춰 리듬게임을 해 봤다. VR 기기는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기자의 동작을 인식했다. VR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VR플러스에서 체험해 본 다양한 VR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친구들과 함께 VR플러스 매장을 찾았다는 강민지(경영·16)씨는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VR 체험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화여대 문지민(사복·16)씨는 “생생하고 특이한 경험이었지만 종종 발생하는 오작동이 아쉬웠다”며 “경험한 게임 외에 다른 VR도 체험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VR을 즐겁게 받아들였지만, 콘텐츠의 부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일단 VR플러스 내에 VR 기기가 5대밖에 없고, 그마저도 대부분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에 VR플러스 켄 황 대표는 “VR 기술은 게임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며 “장차 다양한 분야에 VR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VR플러스는 전국에 테마파크 형태로 지점들을 계속 설립해 널리 뻗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부산에 350평 규모로 지점을 새로 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VR로 스릴을 즐기는 기자

 

국내외 VR 산업의 현주소

 

VR플러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 8월 9일에는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VR플러스를 방문해 직접 VR 기기들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그만큼 정부에서도 VR을 미래의 주력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VR 기술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니, 페이스북, HTC 등 수많은 해외 기업들은 이미 VR 기기를 상용화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발전하는 VR 기기에 맞춰 VR 콘텐츠 역시 성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난민을 주제로 한 가상현실 동영상을 제작해 큰 화제를 낳았으며, 아우디 등의 자동차 회사들은 매장 내에 VR 기기를 비치해 가상 운전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삼성에서 ‘기어VR’을 출시하며 VR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VR 콘텐츠는 아직 많이 미흡한 상황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직 VR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VR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을 먼저 장악하는 기업이 주도권을 얻을 확률이 높다. 한국 기업들이 VR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400억 원 규모의 VR 전문펀드를 조성해 오는 2020년까지 50개의 VR 전문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노력, 그리고 소비자의 관심이 합쳐져야 국내 VR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한국은 아직 VR 산업에서 선진국보다 많이 뒤처져 있다. 한국에서 기업들이 VR 기기나 콘텐츠를 개발한다고 해도, 일반 대중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면 VR이 널리 확산되기는 힘들다. VR플러스처럼 일반 사람들이 VR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한 이유다. VR플러스는 VR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VR플러스가 한국 VR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VR을 온 몸으로 즐기는 기자의 모습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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