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보다 담뱃값을 바꿔라

▲배재휘 (국문·12)
담뱃갑에 회사의 고유한 이미지나 디자인 대신 담배의 해악성에 대한 그림이나 실제 예를 보여주는 정책은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이 흡연자(예비 흡연자와 신규흡연자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에서)의 억제에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것은 통계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앞서 말한 정책의 작용방식은 담뱃갑에 들어가는 이미지들에 대한 친근성을 최대한 줄이고 흡연자들의 담배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증폭시켜 흡연욕구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담배에 대한 이미지 자체를 공격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흡연을 시작한 기간이 길지 않은 신규흡연자 혹은 예비적으로 담배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진 예비 흡연자에 대해 영향력을 미친다. 직접적인 중독 증상에 의한 흡연이 아닌 단순한 궁금증에 의한 흡연자나 그 궁금증으로 인해 접근하고자 하는 흡연자의 경우는 이러한 정책으로 담배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고, 실제 다른 나라에서 거둔 효과도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공공정책과(식당에서의 흡연, 음주공간에서의 흡연 등)이에 대한 법조계의 판단(개인의 자유권 중 흡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혐연권의 존재를 인정) 등을 보면 우리나라는 흡연권보다 혐연권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흐르고 있으며, 이를 국가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사진이나 담배의 해로움에 관한 실제 예 등을 보여줌으로써 막을 수 있는 예비 흡연자군의 숫자는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해에 시행된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러해 동안 흡연자의 수는 감소추세에 있기는 했지만 담배값 인상으로 기존 흡연자의 많은 수가 금연을 결심해 감소 폭이 크게 커진 탓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통해 우리나라 흡연자의 대다수가 담배의 가격이라는 경제적인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적인 요소로 충분히 흡연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확실시 되지 않는 정책을 더불어 시행하는 것은 확실한 예측과 판단하에 움직여야 하는 정부규제로서 부적절하다. 그 효과가 확실시 되지 않는 반면 확실한 부작용(기업의 창의성 및 디자인권에 대한 지나친 규제, 기업의 산업권 침해에 대한 선례로서 존재)이 존재하는 규제는 시행되기에 앞서 확실한 분석과 판단이 기반되어야 한다. 그런 규제의 특성을 생각해 본다면 담배갑의 이미지를 규제하는 정책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적합하지 않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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