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DJ, Disk Jockey)는 ‘음악의 기수’라는 뜻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들이 음악을 들려주는 행위가 ‘DJ+ing’, 즉 디제잉이다. 이 개념은 본래 라디오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오늘날 디제이의 세부 분야는 디제잉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우리가 흔히 아는 클럽 디제이부터 직접 작곡하는 프로듀서 디제이, 파티 또는 이벤트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파티 디제이 등이 있다. 요즘에는 직접 작곡을 통해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프로듀싱이 추세다.

 

▲ 세계 최대 규모의 디제잉 경연대회 ‘레드불 쓰리스타일’ 결승전에서 사람들이 디제이에게 환호하고 있다.

디제잉=시끄러운 음악?

아마 우리 대다수는 클럽 디제잉을 통해 디제이를 접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디제이는 클럽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파티 음악 연출과 같은 전문 분야부터 광고, 영화, 드라마와 같이 대중적인 분야에까지 디제잉이 스며들어 있다. 파티기획 기업 ‘Stomp!’에 소속돼 ‘아울리즘(Owllism)’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제이 이운경(24)씨는 광고음악과 일반음악을 작곡하는 일을 주로 하는 한편 파티 디제이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작곡을 주로 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디제잉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제이들이 다루는 음악 장르는 매우 다양하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마냥 시끄러운 음악만 트는 것도 아니다. 재즈음악을 믹싱해 틀거나, 잔잔한 음악을 만드는 등 디제이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주로 크루(crew)와 레이블(label)에 소속돼 활동한다. 크루는 서로 비슷한 장르 또는 함께 작업하는 디제이들의 집단이며 레이블은 소속사와 같은 개념이다. 그렇다고 디제잉 계에서 언더그라운드와 메이저를 가르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디제잉의 언더그라운드는 주로 마이너로 통용되는데, 그 구분은 어떤 음악 장르를 다루냐에 따라 갈린다. 힙합, 트랩, 일렉트로닉, 하우스 등 메이저 장르 외의 음악이 마이너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갖고 활동하는 디제이들의 특성상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을 정의하는 것은 섣부른 짓이다. 디제잉 계에서 이건 처음 듣는 사실이라고? 그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미 전자음악시장에서 주류가 돼 버린 ‘디제잉’을 인디 코너에 넣은 이유다.

디제잉, 당신도 하고 있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마치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 같지만, 디제잉은 여느 음악예술 분야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음악을 틀어주는 행위’는 우리도 늘상 하고 있는 일이 아닌가. 하다못해 스마트폰에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저장하는 행위도 디제잉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디제이들이 전자 장비 등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장비들을 다루다보니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기자가 만난 사람들 중 디제잉을 취미로 삼고 있는 이들이 꽤 많았다. 일례로 전자음악 동아리에 소속돼 디제잉을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를 포함해 고려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다수의 대학교에 공식 전자음악 동아리가 있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개중 우리대학교의 경우 국내 전자음악 동아리계의 효시나 다름없다. 그간 전자음악 동아리는 소수의 흥미에 의해 소모임 또는 비공식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던 도중 지난 2013년 3월 우리대학교에서 E.A.T(Electric Artwork Team)가 공식 출범했고 이후 고려대 SNAP, 한국외대 NUIT 등 EDM 동아리가 잇따라 생겨났다. SNAP을 만든 초대 회장이 E.A.T에서 음악을 배워갔다고 하니, 말 다했다.
E.A.T의 연습 시스템은 매우 체계적인 편이다. 신촌에 연습실과 장비를 별도로 마련해 1:1 매칭 멘토링을 진행하며, 정기 세미나를 통해 디제잉을 비롯한 전자음악 전반에 대해 교육한다. E.A.T의 회장인 최준근(건축·10)씨는 “무대경험이 제일 좋은 공부라고 생각해 자체적으로도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E.A.T는 정기적으로 자체적인 디제잉 파티를 열 뿐만 아니라 유명 클럽과 제휴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 기자는 2년 전, 지인 덕에 그들의 파티에 참석했었다. 디제잉 부스가 따로 없는 오픈된 공간에서 국적, 학교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그야말로 신명나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디제이의 길을 선택한 대학생들

그런가하면 취미로 시작한 활동을 직업으로 발전시키는 이들도 있다. 단국대 유형준(광고홍보·11)씨는 새내기 때 대외활동을 통해 디제잉을 처음 접한 뒤 흥미가 생겨 꾸준히 활동하다가 이제 디제이를 전업으로 삼고자 공부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그는 프로듀서 디제이가 되기 위해 본인의 곡을 작업하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이화여대 이재영(식품공학·11)씨 역시 같은 케이스다. 친구 집에서 디제잉을 처음 접했던 그녀는 친구들과 인터넷에 장난삼아 찍어 올린 1시간짜리 믹스셋(Mix Set)*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유씨와 마찬가지로, 이씨는 “최종 목표는 작곡을 통해 나만의 트랙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제이로서의 소신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디제이의 역할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잘’ 트는 것”이라며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디제이의 의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전공과 무관한 진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역대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 세대에게 전공이라는 스펙과 관련 없는 길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진로 선택에 있어 거부감은 없었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오히려 쿨하게 “NO”라고 대답했다. 이씨는 “새로운 것에 도전했던 기억이 재밌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무관해 보이는 진로도) 결국 다 언젠가는 서로 맞물려 연결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씨 역시 “학년이 올라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취업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지만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돈 드는 음악? NO!

디제이들의 악기는 믹서, 컴퓨터, 이펙터 등 음악을 조작할 수 있는 기계 장비다. 전문가용 장비를 갖추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지만, 아마추어들은 중고 장비를 마련하거나 기본 사양만 갖춘 장비를 구매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인다. 이런 경우 보통 4~50만 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웬만한 기타 한 대 값이다. 이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해 전문가의 코칭을 받으며 그곳의 장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대학교 부근 CMP 실용음악학원의 경우 월 20만 원으로 1일 1회 1:1 매칭 강좌를 열고 있다.
그 외에 동아리에서 또는 지인으로부터 직접 배우는 경우도 많다. 최준근 씨는 처음에는 “실력 있는 선배에게 디제잉을 배웠고 점차 독학하며 실력을 키웠다”고 전했다. 이운경·이재영씨 역시 같은 사례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유명 디제이들 중 다이시 댄스(Daishi Dance), 다니엘 포트만(Daniel Portman) 등 또한 지인과 독학을 통해 디제잉을 배워 지금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디제이 어플리케이션 ‘DJ Mixer’, ‘Djay’ 등이 출시되면서 사람들이 별도의 비용이나 장비 없이도 손쉽게 음악을 믹싱하고 디제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수능을 막 마쳤던 그해, 해방감에 들떠 친구와 무작정 카운트다운 콘서트 티켓을 끊었다. 아는 음악이라곤 대중가요나 팝송뿐이었던 그때 무대 위에서 디제잉을 하던 이들은 3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IDIOTAPE)이었다.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 그들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 뿅뿅거리는 전자음악과 플라스틱 컵에 담긴 칵테일의 맛은 ‘나도 이제 성인이 됐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기자에게 음악들의 ‘융합’과 ‘창조’를 거듭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디제잉은 우리 20대의 이미지 그 자체다. 실제로 디제이를 메인으로 하는 축제 관객 중 20대는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자랑한다. 그리고 10대, 30대 나아가 4~50대의 비중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는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부터 하이네켄 스타디움, 믹스맥 코리아 그리고 수많은 카운트다운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디제이들이 설 무대는 수도 없이 많고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모든 음악 장르를 아우르는 디제잉의 세계가 점점 넓어진다는 것은, 우리 세대가 그만큼 그 어느 세대보다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믹스셋(Mix Set) : 여러 음악을 한 곡처럼 자연스럽게 이어놓은 것.

장혜진 기자
jini14392@yonsei.ac.kr
 

<자료사진 레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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