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프렌차이즈 업체의 알바 노동자들 부당대우 실태

▲ 알바노조 노조원들이 서울 상암동 CJ CGV 본사 앞에서 “얼굴로 매표하냐, CGV는 ‘꼬질이 벌점’을 없애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아르바이트(아래 알바)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 개인 사업장의 알바 노동자들도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대기업 프렌차이즈 업체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 프렌차이즈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본사로부터 내려온 규정에 의해 구조적인 부당 대우를 받고 있으며, 부당함에 이의제기를 하기도 훨씬 어렵다. 취업난 못지않은 알바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상시 모집’을 하고 있는 대기업 프렌차이즈 업체들은 접근성도 높아 피해 사례가 훨씬 더 많기도 하다. 많은 알바 노동자들이 대기업의 이미지를 믿고 일을 시작했지만, 돌아온 것은 부실한 근로계약서와 권리 침해였다.
 

외모 가꾸기, 숨겨진 ‘무임’ 노동


대기업 프렌차이즈에 있어 ‘통일성’은 매우 중요하다.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각각 다른 가맹점에서도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영업장의 분위기나 인테리어까지 모두 똑같아야 한다. 또한, 이는 곧 알바 노동자들에게 엄격한 복장이나 용모에 대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요식 프렌차이즈 업체의 경우에는 위생 관리 측면에 있어 복장이나 용모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복장이나 용모에 대한 규제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많은 대기업 프렌차이즈 업체들은 업무 내용과 관련이 없는 립스틱 색, 눈 화장의 여부 등까지 규정으로 명시하고 있다. 애슐리는 신입 알바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육 자료에 ‘밝고 자연스러운 화장’을, CGV는 특정 브랜드의 붉은색 립스틱을 바를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는 알바 노동자는 ‘꼬질이*’라고 칭하며, 인센티브를 삭감하는 등 화장을 강요하고 있다. 애슐리에서 근무했던 이수민 (ASD·15)씨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다시 대기실로 돌려보낸 적도 있다”며 “특히, 여성 알바 노동자들에게는 볼펜과 함께 립스틱을 늘 소지하고 있으라고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애슐리는 남성 알바 노동자들에게도 ‘뒷머리는 목선을 넘지 않도록, 과도한 염색이나 부분 탈색은 하지 않도록, 구레나룻 기르지 않고 옆머리는 귀의 중간을 넘지 않도록’ 요구하는 등 위생과 관련된 규제를 넘어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알바 노동자에게 특정 색의 스타킹이나 구체적인 신발 디자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업체의 무리한 요구에 드는 비용을 모두 알바 노동자들이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요식 프렌차이즈 업체에서 여성 알바 노동자들에게 의무화하고 있는 머리망을 비롯해 유니폼의 일부까지도 알바 노동자가 사비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세븐스프링스에서 근무한 정다빈(21)씨는 “정해진 디자인의 바지를 사비로 구입했다”며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데, 알바를 시작하기도 전에 하루치 알바비를 다 써 버렸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3월 알바노조가 CGV,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 알바 노동자 30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6%가 사비로 업무용 물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CGV 측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위생적이고 단정한 용모에 준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교육하고 립스틱과 머리망은 업체에서 제공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신문의 취재 결과, CGV 신촌아트레온점 관계자 A씨는 “립스틱의 경우는 대기실에 비치된 공용을 지칭하는 것이며, 머리망 제공 여부도 가맹점별로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 CGV 측은 지나친 복장 규정 대신 편안한 트레이닝복으로 유니폼을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A씨는 “트레이닝복은 일부 가맹점에만 국한된 이야기라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근로시간도 꺾이고, 마음도 꺾이고


취업포털 ‘알바몬’이 지난 2015년 7월 알바 노동자 612명을 대상으로 ‘알바생 부당대우 경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알바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부당 대우는 휴게 시간 및 출퇴근 시간 무시와 수당 없는 연장근무 등의 ‘과잉근무’(29.7%)였다. 특히, 이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꺾기’라 불리는 강제 근로시간 감축이다.
많은 알바 노동자들은 영업 현황에 따라 일방적으로 조기퇴근, 강제휴식을 통보받고 있다. 맥도날드 알바 노동자 유승현(21)씨는 “손님이 별로 없을 때 종종 조기 퇴근을 시켰다”며 “수당을 주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전했다. 애슐리에서 근무했던 한양대 김영진(국문·16)씨는 “손님이 별로 없을 때는 강제로 휴식 시간을 갖게 한 뒤, 시급을 계산할 때 휴식 시간은 제외했다”며 “생계형 알바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감소로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큰 어려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롯데리아는 지속적인 꺾기 논란으로 지난 2015년 청년유니온이 선정한 ‘2015 청년착취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고,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등 SPC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비난의 글은 여러 알바 노동자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사실 이러한 꺾기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던 근로시간이 업체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변동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슐리 NC강서점 측 관계자는 “근로시간은 오전조, 오후조로 편성돼 있고, 한 번 정해지면 잘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전·오후의 대략적인 시간대만 정해져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근로시간이 명시돼 있지 않아 알바 노동자들은 얼마든지 추가 근무나 꺾기를 당할 위험에 놓여 있다. 하지만 꺾기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맥도날드는 여러 언론을 통해 ‘근로시간이나 근로기간을 반드시 명시해 법에 따라 작성하고 있고 꺾기는 없었다’며 꺾기 논란을 부인하는 등 많은 대기업 프렌차이즈는 꺾기 논란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근로준비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현재 대다수의 업체는 근로준비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복장 및 용모 규정이 까다로운 업체의 알바 노동자들은 원래의 출근시간보다 훨씬 더 일찍 출근해야 한다. 근로준비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출근확인은 모든 근로준비를 마친 다음에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근로준비를 한 뒤에야 출석확인을 할 수 있어 출근시간 전부터 와서 옷을 갈아입었다”며 “그런데 근무준비를 마치고 나니 출근시간보다 3분이 지나 있었고, 지각 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법률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대기업


위와 같은 알바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한 걸까?
외모에 대한 지나친 규정에 대해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박윤진 노무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고용관계를 외모와 관련짓는 것도 이미 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직무수행과 용모가 관계가 없다고 전제한다면,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다’고 밝혔다. 박 노무사는 이어 ‘여성에게만 꾸미기 노동을 강요한다면, 이것은 성역할을 구분하고 사회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근로시간과 관계된 부당처우에 중 꺾기도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다. 알바노조 측은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서에는 소정근로시간**을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데, 이를 변경할 경우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일방적인 근로시간 변동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근로기준법」 제46조는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시간을 줄일 때는 근로를 안 하는 시간에도 통상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기업 프렌차이즈 업체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바노조 측은 “공공연하게 위법행위가 지속되다 보니 사업주들에게 이 같은 부당행위가 문제라는 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유지영 변호사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알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유 변호사는 ‘노동법 적용을 받아야 할 노동임에도, 본업이 아니라는 식으로 여기며 노동인권의 중요성을 폄훼하고 부당함에 대한 대응을 무력화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명확하게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알바 노동자의 권리도 침해하고 있고,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때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알바 노동자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처해있다.


알바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관행이 돼 버린 부당한 대우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재한 결과, 대기업 프렌차이즈 업체에서는 비슷한 양상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가맹점의 문제라고 하지만, 상당수의 영업장에서 비슷한 양상의 부당처우 사례가 발견된다는 것은 본사에서부터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설령 본사와는 별개로 각각의 가맹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 역시 본사의 역할이므로, 대기업 프렌차이즈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알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근로기준법에 저촉되는 위반행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꼬질이 : CGV 극장에서 매표업무 등을 담당하는 알바 노동자에 대한 벌점제도.
**소정근로시간 :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하기로 정한 근로시간.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자료사진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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