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비례대표에 청년은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그중에서도 총선은 의회 민주주의의 축제라 할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의회 민주주의의 축제가 다시 한 번 열렸다. 하지만 이 축제는 결코 모두의 축제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인구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인구의 14% 정도다. 지난 4.13 총선에서 당선된 300명 중 20대는 한 명도 없었다. 인구 비례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상당히 왜곡된 것이다.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물리적인 나이는 차치하더라도, 현재 청년들은 의회정치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다. 청년 세대는 정치권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법안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대 총선에서 각 정당들은 여러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내세웠다.
 

19대 국회 청년비례대표들의 입법 성적표

 

입법(立法)은 의회정치의 핵심이다. 하지만 19대 국회의 청년 관련 입법 성적표는 초라했다. 이는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각 정당은 앞다퉈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의 이재영, 김상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장하나, 김광진 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19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김재연 前의원은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나머지 4명의 의원 모두 이번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우리신문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을 통해 19대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 4명의 입법활동을 대표발의 법안을 기준으로 전수조사했다. 청년관련 법안이란 '법률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고용, 교육, 주거, 세제 등의 정책을 명시한 법률을 말한다. 총 326건의 법안 중 청년관련 법안은 23개에 불과했고, 이들 중 본 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전무했다.

우선 새누리당의 이재영 의원은 청년 관련 법안으로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중소기업청장이 청년 창업자를 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같은 당의 김상민 의원은 ‘청년발전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가와 지자체가 고용촉진 및 창업지원 등에 관한 대책을 수립, 시행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새누리당 청년비례대표 의원들의 입법활동에 대해 고려대 박진수(사회·12)씨는 “창업지원이나 취업 모두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20대들이 현재 직면한 아르바이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는 정치인은 없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문제가 많이 이슈가 되는 만큼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처우 개선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김광진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김광진 의원은 청년비례대표 의원들 중 가장 활발한 청년 관련 입법활동을 보여줬다. 김광진 의원은 ▲청년발전기본법안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발의했다.

김광진 의원은 우리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청년 관련 법률의 미비를 지적했다. 김광진 의원은 “청소년의 경우에는 청소년기본법이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청소년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만 청년의 경우에는 청년을 법률적으로 규정하는 기본법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비례대표들의 20대 총선,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멀었던

 

20대 총선에서도 각 당은 앞다퉈 청년 후보들을 내세웠다. 하지만 각 정당들은 후보자들의 자질이나 선출과정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보여줬다.

새누리당의 청년비례대표로 당선된 신보라 당선자(33)는 새누리당의 공천관리위원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또한 새누리당 예비후보였던 조은비(25)씨는 노동법 현안조차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보였다. 김광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경선 과정에 대해서 “청년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참가비 문제와 당헌·당규에 명시된 청년비례대표의 순번을 어긴 문제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경선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00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했으며 수천만 원의 경선비용 또한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했다. 그 결과, 19대 총선에서 382명에 달했던 청년비례대표 지원자는 20대 총선에서는 27명에 그쳤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당선안정권에 배치한다는 당헌과 달리 청년비례대표 후보가 당선안정권 밖에 배치돼 많은 갈등이 일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은 모두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원내 제3당으로 급부상한 국민의당의 경우, 김수민(30) 당선자가 국회의원을 지낸 여권 유력인사의 딸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답답해서 우리가 뛴다
 

‘20대 개XX’론이라는 것이 있다. 20대의 정치적 무관심과 체제 순응에 대한 비판을 담은 극단적인 담론이다. 또한 한 지식인은 TV에 출연하여 이른바 ‘헬조선을 만드는 것은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들’이라고 역설하기도 한다.

20대는 정말로 개XX일까? 의회정치가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자, 이번 총선 과정에서 많은 청년들이 직접 정치의 장(場)으로 나섰다. ‘2016 총선청년네트워크(아래 총선네트워크)’가 바로 그것이다. 총선네트워크는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 16개의 청년단체들의 연대 기구다. 총선네트워크에 참여했던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19대 국회를 보며 정치와 청년의 삶이 분리됐고, 기존의 제도권 정치가 새로운 감각에 대한 수용성이 낮다는 것을 느꼈다”며 “미래와 변화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을 모아서 총선에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총선네트워크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총선네트워크는 선거 기간 동안 각 정당의 청년정책을 점검하고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다. 의회정치에서 소외됐던 청년들이 직접 자신의 ‘밥그릇’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박원호 교수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의회는 내전을 대체하는 제도이자 과거에 총칼로 싸우던 걸 이제 대표를 보내 말로 싸우는 제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세대는 제대로 된 그들의 대표자조차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의사당 건물은 24개의 기둥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24개의 기둥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의미한다. 하지만 청년이 배제된 현재의 의회정치는 기둥 빠진 건물과도 같다. 청년세대가 의회정치의 든든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만 건강한 의회 민주주의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지성 기자
speedboy25@yonsei.ac.kr
일러 안제성
 

<자료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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