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 일대를 지나다보면 노숙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한 학생의 제보를 받고 우리신문은  지난 2일, 신촌역과 현대백화점 유플렉스(아래 유플렉스) 지하 통로 일대의 노숙인 실태를 확인하고자 현장취재에 나섰다.
 

욕설, 구걸, 술판

 

▲ 유플렉스 지하통로에서 남성 노숙인이 잠을 자고 있다.


지난 2일 밤 11시, 신촌역과 유플렉스 지하 통로 일대는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모두가 신촌역을 떠나갈 때쯤, 신촌역을 하나 둘 씩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노숙인들이었다.

밤 11시 30분, 유플렉스 지하통로와 신촌역 사이에 짐을 푼 채 앉아있었던 여성 노숙인이 갑자기 욕설을 뱉기 시작했다. 이 노숙인이 “이 씨X 새끼들이...”라며 욕설을 하자 행인들이 잠깐 고개를 돌렸고, 다시 발걸음을 서둘렀다. 욕설을 내뱉던 노숙인은 이내 짐을 푼 채 의자에 누워 잠을 청했다. 김지은(LSBT·14)씨는 “해코지를 당한 적은 없지만 다른 친구들은 노숙인들을 무서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촌역에서는 구걸하는 노숙인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들은 신촌역에서 구걸을 하는 노숙인 A씨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A씨는 신촌역에서 7년째 노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A씨는 “과거 서울구치소와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한 적이 있다”며 어떠한 범죄로 복역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서 기자가 A씨에게 서대문구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숙인 시설에 입소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A씨는 “노숙인 시설에서는 노숙인들끼리 많이 싸우기 때문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허서진(ASD·14)씨는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그냥 누워있으면서 구걸하거나 집처럼 유플렉스를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유쾌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플렉스 지하 통로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들이 취재를 시작한 2일 밤 11시에 이미 유플렉스 안에서는 4~5명의 남성들이 의자 위에서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술을 마시던 중 옆에 있는 의자로 옮겨 가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들의 술자리는 다음 날 새벽 3시에도 끝나지 않았다.

 

▲ 신촌역과 유플렉스를 잇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여성 노숙인의 모습.


관련 기관들의 입장은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관계자는 노숙인 시설 내의 다툼 때문에 노숙인 시설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노숙인 A씨의 말에 대해서는 “노숙인 시설에 들어가기 싫어 핑계를 댄 것”이라고 일축하며 “노숙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경찰도 노숙인을 강제로 노숙인 시설에 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의 음주행위에 대해서는 “역내에서의 흡연은 금지돼 있지만 음주행위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따로 없다”고 밝혔다. 경찰 취재 결과 특이한 사실은 유플렉스 지하에서 음주를 하는 이들 중 일부는 신촌역 주변의 고시텔 등지에 거처를 두고 국가보조금을 받으며 사는 생활보호대상자라는 것이었다. 신촌역 주변에 거주하는 생활보호대상자들이 밤에 유플렉스에 모여서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신촌지구대 관계자는 “이들이 한 달 약 40~6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살아가는데, 따로 경제활동을 할 의지가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플렉스 관계자는 “우리가 유플렉스 지하 통로를 관리하는 것은 맞지만 노숙인들이 위법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며 “현재는 특별히 민원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촌역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 또한 “노숙인으로 인한 민원을 받아본 적이 없고 역사를 관리하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대문구 관내에는 총 5개의 노숙인 시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노숙인들 또한 노숙인 시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기준으로 서대문구 관내 노숙인 시설의 정원은 294명이지만 수용 인원은 171명에 불과해 수용률이 58.1%에 그쳤다. 많은 노숙인들이 노숙인 시설 입소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노숙인들을 거리의 부랑자가 아닌 당당한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서대문구 관내의노숙인 시설과 같은 복지 안전망의 확충뿐만 아니라 노숙인들의 자활 의지를 제고시킬 수 있는 지원책과 전문 재활지원 인력의 확대가 시급하다.

글  신준혁 기자
jhshin0930@yonsei.ac.kr
김지성 기자 
speedboy25@yonsei.ac.kr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사진 이청파 기자
leechung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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