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대학교 이과대학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

백두산은 우리 민족과 뿌리를 함께 하고 민족의 혼이 깃든 산이다. 이 백두산은 서기 958년, 969년, 1668년, 1702년, 1903년 등 수차례 화산 분화 전력이 있는 활화산이다. 특히 서기 969년의 화산 폭발은 화산폭발지수 VII의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산 폭발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96~120km³ 에 이른 당시 배출된 화산재와 화산쇄설물은 일본 열도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 지역에 5cm가 넘는 퇴적층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폭발로 백두산 정상부에는 지름 5km의 분화구가 만들어졌으며, 분화구 내에는 담수량 20억톤의 가로 4.4 km, 세로 3.3 km의 크기의 천지가 형성되었으며, 최대 수심은 370 m에 이른다.

백두산의 화산 분화 잠재성은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먼저 백두산 일대의 높은 지진 발생 빈도를 들 수 있다. 2002년부터 시작된 관측을 보면 2002년 여름 하루에만 30회가 넘는 지진이 관측됐다. 또한, 백두산이 위치한 지각 내에 지진파 속도가 감소하는 층이 관측됐다. 횡적으로 광범위하게 관측되는 이 저속도층은 일부 학자들에 의해 마그마 방의 위치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백두산 주변과 정상부에서 관측되는 맨틀 기원의 가스를 포함한 80°C에 이르는 고온의 온천수는 활화산으로서의 백두산을 잘 대변한다.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폭발 크기에 따라 그 피해 규모도 달라진다. 소규모의 폭발일 경우 국지적인 피해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큰 화산 폭발의 피해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 지역까지 그 범위가 확대된다. 특히, 백두산 화산을 구성하는 마그마는 점도가 큰 유문암질 마그마로서, 화산 분출시에 강력한 폭발력을 동반하며, 다량의 화산쇄설물이 고층의 대기로 분출된다. 이로 인해, 항공기 운항 차질로 인한 교통과 물류 대란, 호흡기 질환, 농작물 냉해, 정밀기기 산업 피해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동북아 지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백두산 화산 분화가 전 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은 백두산 정상으로부터 약 116km 떨어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지금까지 지진규모 4.3에서 5.1에 이르는 핵실험을 총 4차례 실시했으며, 앞으로 추가적인 핵실험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분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오고 있다. 이런 우려는 자연지진에 의해 화산 활동이 가속화된 과거의 여러 사례 보고와 맞물려 신빙성있게 제기되고 있다. 지진으로부터 발생한 지진파가 마그마방을 통과하며 압력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마그마방 내에 기포가 형성되면서 화산분화가 촉발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핵실험에 의해서도 강력한 지진파가 발생함을 고려해 볼 때, 핵실험이 인접한 활화산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의 핵실험에 의한 백두산 화산의 뚜렷한 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 구소련과 미국 등에서 실시된 핵실험 사례에서 보듯이 큰 핵실험은 지진 규모 7을 넘어설 수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핵실험이 백두산과 인접한 북한 핵실험장에서 이뤄질 경우,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핵실험에서 발생하는 지진파가 마그마방 내 기포형성에 충분한 압력 상승을 유도하는지다.

필자와 동료 연구원들은 지난 2월에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 (논문 제목: Prediction of ground motion and dynamic stress change in Baekdusan (Changbaishan) volcano caused by a North Korean nuclear explosion)에서 지난 1-3차 핵실험 지진파형 자료를 활용해 규모 5.0에서 7.6까지의 핵실험이 발생할 때 백두산 지표와 마그마 방에 미치는 지진동 크기와 압력 변화값을 추정했다. 이 연구를 통해 큰 규모의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지표와 마그마방 내에 강한 진동을 유도함을 확인했다. 특히 지진 규모 7.0의 핵실험에 의해 마그마방내에 최대 118 kPa의 압력 변화가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이 압력변화값은 과거 화산 활동 결과로 발달한 화산 분화 구조를 보이는 화산체의 마그마방 내에서 기포를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는 북한 핵실험이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경우, 백두산 화산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핵실험에 의한 백두산 분화 촉발은 어디까지나 충분히 성장한 백두산 화산 마그마방이 존재한다는 전제조건을 만족하여야 한다. 만약 백두산 하부 마그마방이 없거나, 마그마 방이 충분히 발달하여 있지 않다면, 아무리 강한 지진동이 발생하더라도 화산 분화로 연결될 수 없다.

현재 백두산 화산 마그마 방의 상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백두산 화산에 대한 긴급한 연구가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의 긴밀한 협조와 공동 연구가 요구된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공정, 북한-중국 간의 국제 관계 등 민감한 이슈들과 맞물려 백두산 현지에서의 직접 연구에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겨레의 영산 백두산이 북한 핵실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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