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필요

‘삐~’. 낮 1시 30분, 연돌이는 열심히 수업을 듣던 중 화재경보음을 들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화재경보기 오작동이라며 수업을 진행하셨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국가재난센터에서 제시한 「화재 국민행동요령 매뉴얼」은 불을 발견하면 화재경보 비상벨(아래 화재경보기)을 누르고 대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에서는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대피하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신촌캠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신모씨는 “전공수업을 듣다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고장이라며 수업이 계속된 적이 있다”며 “안전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주캠 글로벌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최모씨도 “공통기초수업을 듣는 중에 경보음이 울렸지만 교수님은 아무 조치 없이 계속 수업을 진행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최씨는 “실제로 화재가 일어나도 같은 반응일거라 생각했다”며 “전체적으로 공공안전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신촌캠 총무처 관계자는 “화재경보기가 화재 시에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오작동에 의해 울리는 경우가 많다”며 “화재경보기가 울릴 때마다 대피를 한다면 수업에 많은 지장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신촌캠은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해당건물 관리실, 방재안전관리센터, KT텔레캅에서 동시에 신호를 감지하고 1~2분 안에 화재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관계자는 “화재상황일 경우 전 건물에 안내방송을 하는 등 관리자 통솔하의 대피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주캠 역시 신촌캠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원주캠 총무처 이병일 시설기술실장은 “화재경보기가 민감한 온도차에도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오작동이 많다”고 말했다. 원주캠의 경우 화재경보기가 울릴 시 해당 건물 관리실에서 화재경보위치를 파악하고 직접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확인 결과 화재가 아닐 경우 경보음을 즉시 중단하고 화재일 경우엔 방송을 통해 대피를 돕고 있다. 이 실장은 “학교차원에서도 오는 11월 종합재난훈련을 실시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경보기가 울렸을 때 학생들이 대피하지 않는다고 따로 제재할 방안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강제성은 없지만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화재여부를 떠나 바로 밖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며 신속한 대피를 강조했다.
 한편 캐나다의 모든 대학에서는 오작동 여부를 떠나 화재경보기가 울렸을 때 건물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또한, 화재경보기가 울린 직후 근처 소방서는 소방대원을 출동시켜 직접 화재여부를 판단한다. 캐나다 UBC(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어학과정을 수료한 미사키 타니(23)씨는 “수업 중 화재경보음이 울리자 모두 신속히 밖으로 대피했다”며 “단지 오작동일지라도 안전을 위해 철저히 소방규범을 지키는 것이 배울 점”이라고 전했다.


심소영 기자
seesoyo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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