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가나

▲ 신촌역 앞 문학의 거리 동상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서대문구는 신촌 연세로 일대를 문학의 거리로 조성했다. 연세로 일대에는 유명 문인들의 ‘핸드프린팅’ 동판이 설치됐으며, 당시 서대문구청은 시 낭송회, 작가와의 대화 등 문학 관련 행사를 상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 후 2년여가 지난 지금, 문학의 거리 사업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학의 거리의 인지도가 낮으며, 문학 관련 행사 또한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문학의 거리의 인지도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분석해봤다. 지난 7일 기준으로, ‘문학의 거리’라는 이름으로 검색된 해시태그는 50여 개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상당수는 신촌 지역이 아닌 다른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학의 거리와 관련된 게시물이었다. 이재용(경영·11)씨는 “연세로 일대가 문학의 거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문학 관련 행사가 열리는 것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문학의 거리에 대한 대학생들의 낮은 관심은 문학의 거리의 빈약한 콘텐츠에 기인한다. 문학의 거리 사업은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의 소관이었다가 지난 2014년 9월, 신설된 지역활성화과로 이관됐다. 하지만 서대문구청 산하의 두 부서 모두 문학의 거리 관련 행사 추진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 조영아 팀장은 “문학의 거리의 문학 관련 행사로 2014년 3월 정호승 작가의 북 콘서트가 열린 적이 있다”며 “그 외에는 문학의 거리 관련 행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정한영 주무관은 행사와 관련해 “아직은 구상 중인 단계이며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학의 거리가 도입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서대문구청이 추진한 문학 관련 행사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편, 지난 2013년 12월 문학의 거리 조성 당시 홍익문고 또한 백일장과 독서토론회를 상시로 개최해 문학의 거리 안착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익문고 박세진 사장은 “독서토론회를 현재 진행 중이며, 백일장 또한 책따세**와 연계해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신촌 지역사회의 한 부분인 우리대학교는 문학의 거리 사업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이 사업이 우리대학교가 추진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신촌 지역사회의 한 축인 우리대학교에서도 홍익문고처럼 문학의 거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콘텐츠 운영에 참여한다면 문학의 거리 사업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대학교 출신인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동주』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윤동주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신촌 거리를 거닐며 수많은 시상(詩想)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렇듯 신촌은 많은 문학의 숨결이 깃든 곳이기에 상당한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신촌이 지닌 문화적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지역사회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시태그 : SNS에서 ‘#특정단어’ 형식으로, 특정 단어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기능. 해시태그는 검색의 편리함을 위해 도입된 기능이지만, 특정 주제에 관한 관심과 지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책따세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의 줄임말. 각종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글 김지성 기자
speedboy25@yonsei.ac.kr
사진 이청파 기자
leechung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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