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의 새바람, ‘언더테일(Undertale)’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인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사실 인디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비주류’ 아니냐고? 땡! 틀렸다. 그럼 인디가 뭣 인디?
사실 ‘인디’란 영어 단어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앞머리를 따온 말로, 우리말로 옮기면 ‘독립’이다. 그래서 음악이나 영화 산업에서의 인디는 거대 자본의 도움을 받지 않은 독립적인 자체 제작을 뜻한다. 개인 혹은 소수의 팀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을 인디라고 일컫고,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물들이 주류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 인디는 영화, 음악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존재하고 있으니, 이번 학기「.zip」에서는 당신이 미처 몰랐던 매력적인 인디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첫 번째 인디는 게임 산업에서의 인디이자, 그중에서도 당당히 주류의 반열에 오른 게임 ‘언더테일’이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곧 무기!

 

 

오늘의 주인공을 소개하기에 앞서 우선 인디게임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자. 인디게임 역시 개인 개발자나 작은 게임 개발업체에서 만든 것이 대부분이며 대형 개발사나 대형 유통사와는 거리가 멀다. 상대적으로 제작 환경이나 기술이 열악해, 대형 제작사보다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인디게임계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바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승부처라는 점! 아예 실험적으로 대중의 취향에 얽매이지 않거나, 혹은 꼭 팔고야 말겠다는 절박함이 낳은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곳이 인디게임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이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느냐, 바로 ‘스팀(Steam)’이나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글로벌 오픈마켓에서다. 스마트기기가 활성화된 지금,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디지털 배급을 통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인디게임은 접근성에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며 배급은 물론 제작도 쉬워짐에 따라 어두운 면도 생겼다. 인디게임 역시 어느 순간부터 주류게임처럼 기존의 재미 트렌드만을 쫓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세상 모든 캔디와 젤리를 전부 터뜨릴 기세로 등장하는 퍼즐게임들과 같이 너도나도 비슷한 형식의 게임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모바일 시장은 물론 PC를 기반으로 하는 스팀도 상황은 다를 바가 없었다. 우후죽순 비슷한 아이디어, 그럼에도 여전히 떨어지는 완성도…. 인디게임계도 새로운 재미를 찾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단 지적이 이어지던 차였다.

아무도 죽을 필요 없는 상냥한 RPG

 

그런 인디게임계의 단비 같은 게임이 바로 ‘언더테일’이었다. 언더테일은 미국의 작곡가이자 게임개발자인 토비 폭스(Toby Fox)가 2년 반에 걸쳐 개발한 게임으로, 지난 2015년 9월 15일 스팀에 등재된 후 지금까지도 인기와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골든조이스틱어워드(Golden Joystick Awards)와 같은 게임 시상식에서 대형 제작사 출신 게임들 사이에서 6위로, ‘2015 올해의 인디게임’으로 손꼽히는 영광을 얻었다. 그뿐 아니라 전 세계 최대 규모 리뷰집계사이트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도 92% 이상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고, 스팀만 봐도 유저 평가 중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다’가 97%를 차지한다. 인디게임임에도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둬, 스팀에 등록된 게임의 판매량을 집계하는 사이트인 ‘스팀스파이(Steam spy)’에 따르면 언더테일은 지금까지 대략 120만 장이 판매됐으며 한국에서도 약 2만 명 정도가 구입했다고 밝혀졌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아프리카TV BJ들의 ‘Let’s Play(게임실황, 아래 LP)’ 영상은 최고 30만의 누적 재생수를 기록하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일까?
기자도 직접 체험해봤다. 우선 언더테일은 ‘아무도 죽을 필요 없는 RPG*(The RPG game where you don’t have to destroy anyon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점부터가 기존에 없던 참신함을 드러낸다. 본래 RPG란 유저가 일방적으로 적을 사냥하며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올리던 ‘죽거나 죽이거나’의 세계 아니던가. 언더테일은 RPG이면서도 ‘적’인 몬스터를 쓰러뜨릴 필요가 없다. 애당초 몬스터가 적인가 싶을 정도다. 적과의 대치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자비(Mercy)’라는 선택지다. 그 뿐 아니라 기존 RPG에서는 ‘행동(Act)’ 카테고리에 각종 마법공격이 선택지로 들어가 있다면, 언더테일에서는 ‘칭찬하기’, ‘쓰다듬기’ 등의 몬스터에게 친밀함을 드러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어느 선택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와 엔딩이 결정된다. 다양한 선택의 폭 덕분에 유저가 볼 수 있는 엔딩만 해도 ‘보통’, ‘몰살(沒殺)’, ‘불살(不殺)’로 크게 3개, 세분화된 에필로그까지 따지면 17개다.
언더테일의 특별한 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기자가 당황했던 점은 자신이 사는 세상이 게임 속임을 인지하고, 그동안 당연하게도 유저의 권한이라 여겨졌던 ‘저장-불러오기(Save-Load)’ 기능까지 좌우하는 몬스터의 존재였다. 심지어 유저가 자신과 전투하다가 몇 번 죽었는지를 알고 있거나 전투창을 박살내는 몬스터도 있었다. 단순히 몬스터를 죽여 레벨과 경험치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RPG 장르의 클리셰**를 비꼬는 것도 모자라, 게임 외적 요소인 시스템까지 파괴하는 파격까지 선보인 것이다.
게임은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몬스터별로 공격방식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 기발하다. 덕분에 미니게임 천국처럼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모션과 BGM의 템포가 절묘하게 떨어지는 점도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언더테일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가졌으면서, 일부 캐릭터 디자인을 제외하고 전부 토비 폭스의 1인 제작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받는다.

 

당신의 의지에 달린 세계의 운명

앞서 소개한 것 외에도 게임을 할수록 새롭게 발견되는 이스터에그***와 같이 언더테일에 매력을 느낄 요소는 가지각색이다. 그렇지만 이 게임이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소는 스토리 자체에 있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인 인간 아이가 어느 날 지하세계로 떨어져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줄거리가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게임에는 없는 다양한 선택지와 각각 사연을 가진 개성 넘치는 몬스터들 덕에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며 자신이 곧 주인공이 된 듯 이야기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 인간 아이의 성격이 형성되는 구조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스포일링은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에 더 이상의 리뷰는 어렵지만, 궁금한 독자라면 직접 게임에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누군가 정해둔 것이 아닌 자신의 진심 어린 선택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결과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이 게임을 진정으로 즐기는 방법이 아닐는지. 그럼에도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특정엔딩에서만 볼 수 있는 스토리가 있으니 나머지 엔딩도 하나씩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플레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모든 엔딩을 보려면 약간의 인내심은 필수다.
모든 엔딩을 직접 플레이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유튜브에 업로드된 수많은 언더테일 LP 영상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실 LP 영상은 게임의 판매량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개발자도 있다. 그래서 기자가 직접 토비 폭스에게 언더테일의 게임 실황 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이에 대한 저작권적 대응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토비 폭스는 오히려 “LP가 게임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는가?”라며 되물었다. 저작권과 상관없다면 모든 엔딩을 직접 플레이하며 재미를 추구할지, 영상을 통해 대리만족할지도 모두 당신의 선택이다.
언더테일은 스토리상에서도 인간의 ‘의지(Determination)’를 강조한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힘,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언더테일이 기발함을 넘어서 감동까지 주는 이유는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선택하기 힘든 이들과 무엇이든 너무나도 쉽게 선택하는 이들 모두에게 선택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느끼게 주기 때문은 아닐까.

이토록 매력적인 인디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당신의 플레이 의지가 차오른다...!

 

 

 

*RPG(Role Playing Game) : 유저가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즐기는 역할 수행게임.
**클리셰(Cliché) : 장르 내부에 존재하는 상투적인 개념이나 표현.
***이스터에그(Easter egg) : 부활절 달걀, 게임에서는 게임의 내용과 관계없이 장난 또는 의미 전달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이벤트 등을 칭함.

 

글 이주인 기자
master0207@yonsei.ac.kr
<자료 출처 언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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