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아닌 하나의 기회로 바라봐야

최근 엠넷의 새로운 기획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화제다. 『프로듀스 101』은 국내 50여 개의 연예기획사 소속 101명의 걸그룹 연습생들이 모여 경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최종 선발된 11명에게는 실제 연예계에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방영을 시작한 지 한 달 남짓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제작자의 기획 및 편집 ▲출연진의 태도 및 표절 등을 놓고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이 글에서는 시야를 넓혀 프로그램의 운영 전반에 초점을 맞춰보려 한다. 『프로듀스 101』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기회제공의 측면과 경쟁을 통한 상품화의 측면 중 어느 것에 더 부합하는지에 대한 것이며, 이 중에서 전자의 특징을 중심으로 본 프로그램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아이돌의 특성상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대중의 관심이다. 우리나라 아이돌 시장은 소위 말해 범람 상황에 놓여있다. 날이 갈수록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데뷔하지만 모두가 그들의 입지를 다지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그들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이돌 연습생들은 결국 벼랑 끝에 몰리고 만다. 『프로듀스 101』은 101명의 걸그룹 연습생들로 하여금 대중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희망을 부여한다. 선발된 101명의 연습생에 대해서도 선발기준과 절차에 대한 의문은 제기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프로듀스 101』이 없었다면 과연 눈에 띌 수 있었을까? 얼굴은커녕 이름조차 대중과 언론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프로듀스 101』에서 데뷔의 기회를 부여받는 것은 11명에 불과하지만, 대중의 시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중의 관심은 곧 팬덤 형성으로 이어지며, 우리는 이 팬덤의 힘이 그 아이돌의 실력이나 기획사의 영업능력보다도 더 큰 힘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몇 차례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실제 데뷔의 기회가 주어지는 11명 이외에도 대중과 언론에 노출된 모든 연습생들에게 이미 『프로듀스 101』은 기회를 제공한 것이 된다.

두 번째로는 현 아이돌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이돌 시장구조는 SM, YG, JYP 등 거대 기획사의 독과점 형태를 보인다. 급변하는 아이돌 시장에서 생존하는 데에는 기획사의 경쟁력과 자본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소수 기획사의 독과점적인 시장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약소 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들은 시장 진출 및 확보가 어려운 현실이다. 『프로듀스 101』에 등장하는 연습생들이 소속된 기획사는 몇 기획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중들에게 생소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은 그런 약소 기획사들의 존재 및 시장구조에 대해 자각하게 되고, 약소 기획사들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경쟁구도에서 새로운 형태의 경쟁구도로 대중에게 접근할 기회를 얻게 된다.

위와 같이 개인 연습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는 측면과 아이돌 시장구조 및 약소 기획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 측면으로 『프로듀스 101』을 조명했다. 대중의 관심과 문화가 자칫 경쟁구도의 고착화 및 상품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중문화는 개개인의 가치관과 윤리관에 따라 얼마든지 비판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 『프로듀스 101』을 둘러싼 논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 때, 그것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인식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비판적 수용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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