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사회 분위기 조장, 이대로 괜찮은가

픽미 픽미 픽미업~

현대문명과 맞닿아 있는 사람이라면,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박자로 ‘나를 뽑아달라(pick me)’ 끊임없이 주문하는 이 후크송을 어렵지 않게 들어봤을 것이다. 이 노래는 아이돌 연습생 101명을 대상으로 유닛 걸그룹을 만들어가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나온 곡이다. 최근 들어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사람들에게는 이제 지겹게 느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음악채널 Mnet(엠넷)은 또 한번 이 프로그램을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잡음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최근에 공개된 『프로듀스 101』 출연 계약서에 따르면, 연습생들은 별도의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 또한, 소위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는 방송 편집 결과물에 소송을 걸 수 없는 계약구조가 형성돼있다. 연습생들은 이로 인해 자신이 방송 편집의 희생양이 돼도 가만히 있겠다는 약속을 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엠넷은 이전에도 실제 상황의 맥락을 배제한 채, 특정 상황이나 특정 사람의 표정만을 강조하는 편집으로 논란이 된 적이 많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프로듀스 101』에도 출연자에 대한 평가 방식의 문제가 그대로 적용돼있다. 오디션의 심사위원 평가기준이 애매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평가 내용이 과연 ‘아이돌 가수’를 뽑는 데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연습생들은 프로그램 내내 A에서 F등급으로 매겨지는데, 그 기준은 ▲예쁘고 날씬한가 ▲‘소녀스럽게’ 노래를 잘 하는가 ▲‘소녀스럽게’ 춤을 잘 추는가 등이다. 사람의 이름표에 등급을 붙여버리는 장면은 마치 헬조선의 계급 사회를 단편적으로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한편, 그보다 더 끊임없이 불편했던 부분은 연습생들의 소녀스러움을 ‘더 나은 것’이라 평가하는 모습이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하는 트레이너는 노래 실력이 좋지 않은 연습생에게 “넌 가수가 하고 싶은거냐, 연예인이 하고 싶은거냐” 물음으로써, ‘뛰어나게 노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듯 하다가도, 노래가 조금 부족하지만 ‘소녀스러운’ 춤사위나 목소리를 가진 연습생에게 여자 아이돌 가수로 적합하다고 평가한다.

아이돌(idol star)의 사전적 의미는 ‘청소년과 청년에게 가장 높은 인기를 얻는 연예인 또는 우상’인데, 이 단어에는 젠더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여아이돌은 소녀스러워야 한다’는 말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여아이돌을 성차별주의에 기반하여 성적 대상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소녀스러운 연습생을 여아이돌로 만든 것은 대중의 선호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닭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달걀이 만들어졌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논쟁이다. 대중의 선호가 미디어를 통해 교육된 것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향된 젠더의식이 파급력 높은 대중문화를 매개로 주입될 때,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화로 이어지게 되어 위험하다. 여아이돌에 대한 이와 같은 잣대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나아가 여성혐오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더 ‘소녀스러운’ 사람일수록 ‘여’아이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잣대는, 그(녀)의 ‘신체적 성별답게’ 행동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인식을 내포한다. 이는 명백한 성차별주의적 발상이다. 미디어는 성차별적인 사회적 분위기 형성에 일조하지 않도록, 더욱 섬세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프로듀스 101』이 대중문화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서 다해야 할 윤리적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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