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원주민 예술가들이 본래 활동지역에서 밀려나는 현상을 나타내는 문화 개념이다.  이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오면서 본래 예술가들이 쫓겨나고 지역의 특색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홍대나 서촌, 망원동 등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 <관련기사 1754호 8면 ‘그곳은 낯선 이들의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역기능에 저항해 그들의 공간을 지키려는 지역 예술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활동에 대해 살펴보자.


성동구청, 성수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제한 조례 제정

지하철 2호선 성수역부터 분당선 서울숲역까지에 걸쳐 있는 성수동 ‘아틀리에길’이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은 본래 공장지대였던 곳이지만 최근 유명 디자이너들이 사무실과 갤러리, 점포를 만들어 젊은이들 사이에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유명세를 타면서 임대료가 오르는 등 아틀리에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조짐이 감지됐다. 이에 성동구청에서는 지난 9월 24일부터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점을 제한하도록 하는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 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주민협의체의 자문을 거쳐 입점하는 점포의 성격을 분석해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성동구청 젠트리피케이션 TFT 관계자는 “지금 주민협의체를 마련 중이며, 오는 12월에 위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선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이 있는 아틀리에길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운영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남포럼’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고민하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실험적인 미술이나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카페로서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장을 형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6월부터 부동산 소유주와의 갈등을 겪어 철거될 위기에 처해졌다. 이에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점은 지난 7월 28일  ‘지역 문화와 예술의 공공성’이라는 주제로 ‘한남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문화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논의됐다. 특히 ▲예술가들의 문화적 저항방식 ▲부동산 소유주와 세입자 간 관계의 문제 ▲법정 공방 문제의 사회적 이슈화 ▲답변서 프로젝트 등에 대한 얘기가 주된 논의사항이었다.

해당 포럼에서는 문화적 저항이 될 수 있는 여러 사례가 제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대료 문제로 매장이 철거를 당할 상황에서, 카페 내부의 집기들을 낚싯줄로 연결해 ‘예술작품’을 만들어 철거에 저항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답변서 프로젝트’라는 활동이 제시됐는데, 법정 분쟁 시 판사에게 제출해야 할 답변서를 패러디한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포럼들이 지속적으로 열려 젠트리피케이션의 역기능을 막을 방안이 제기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 두리반 철거에 저항하는 인디밴드의 공연


홍대 앞 젠트리피케이션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들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대표적인 장소는 홍대다. 홍대 인근의 임대료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상승해,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합정동이나 문래동 인근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했고 성공한 식당이 있으니, 바로 홍대에 위치한 ‘두리반’이라는 식당이다. 두리반은 지난 2009년 기존의 장소에서 쫓겨나 철거를 당했다. 두리반 사장이자 소설가인 유채환씨는 이에 저항해 철거에 반대하는 농성을 진행했고, 이에 홍대의 수많은 인디밴드들이 참가했다. 인디밴드들은 두리반을 지키기 위해 문화공연을 개최하는 노력을 지속했고, 마침내 지난 2011년 유씨와 마포구청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합의안에 따라 마포구청 측은 두리반이 입은 피해를 보상해줬으며, 유사한 장소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와 관련해 유씨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원주민들의 생명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 문제와도 연관된 일종의 폭력”이라며 “우리나라에 전문 도시개발자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제도도 미비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유씨는 “당시 도와줬던 인디밴드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이후에도 이들과 자주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지난 2014년 영화 「파티51」로 만들어져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마포구청에서는 ‘홍우주 문화예술 협동조합’, ‘스트리트 H’ 등 다양한 민간단체들과 협동해 홍대 앞 지역문화를 살리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마포구청은 ‘문화예술관광 체험 비즈니스 모델 구축사업’과 관련해 지난 9월부터 시민들의 인식이나 시장 상황 등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 사업이 서울시 ‘사회적 경제 특구 사업’으로 지정되면 지원금을 받게 되는데 이 지원금을 활용해 홍대의 대안관광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홍대의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 생활 속의 공간을 바꾸고 있다. 홍대나 서촌 등지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 휩쓸렸고, 경리단길과 성수동 아틀리에 길 등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문화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싸우는 예술가들, 자신의 점포를 지키기 위해 목청을 높이는 중소 영세 상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기존의 문화를 파괴하는 문제, 즉 역기능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주의 사회가 유지되는 한 꾸준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여러 논의를 바탕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글 박상용 기자
doubledragon@yonsei.ac.kr

<자료사진  영화 ‘파티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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