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자들, 딜레마에 빠지다

올해 가장 많이 개설된 홈페이지는 무엇일까? 웹 개발업체 ‘랭크업’에 따르면 2015년 가장 많이 개설된 홈페이지는 바로 구인구직사이트(아래 알바사이트)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개설된 웹 페이지만 총 290건에 이르는 알바사이트. 일자리를 찾아주는 사이트의 개설 급증은 경제 불황의 여파로 인한 취업의 어려움을 입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의 아르바이트(아래 알바) 경험은 2013년도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40.6%에 육박한다. 이들이 알바를 구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알바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알바사이트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알바 중개의 영역을 넘어

▲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한 '알바정상회담'

알바사이트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알바천국(http://www.alba.co.kr)과 알바몬(http://www.albamon.com). 현재 알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두 웹페이지는 이제 단순한 알바사이트 중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기준 하루 동안 알바몬에 등록된 이력서만 2천155건. 알바천국의 월 채용공고 조회수는 무려 1억 3천250만 건, 일 채용공고 게재 건수는 30만 건에 이른다.
두 알바사이트는 구인구직 중개를 할 뿐 아니라 전문직 관련 정보와 관련 법규 사항을 게재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세대에 발맞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의 손을 잡고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이다.
알바천국과 알바몬이라는 브랜드가 알바 근로자뿐 아니라 대중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된 것은 광고의 힘이 가장 컸다. 언제부턴가 이들 브랜드가 TV광고 및 지면과 야외 광고에 자주 노출되기 시작했다. 알바몬은 고용주들에게 ‘알바가 갑이다’라는 강펀치를 날렸고, 알바천국은 ‘알바를 위한, 알바에 의한’이라는 메인 로고를 통해 알바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청춘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호응을 받았다. 이와 같은 환호를 받은 까닭은 고용주와 피고용주라는 일종의 계급을 띠고 있는 알바시장 속에서 피고용주인 알바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광고를 인상 깊게 봤다는 김보금(의공학부·15)씨는 “기업에서 알바생의 인권을 우대한다는 것을 표현한 점에서 마케팅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알바 경험자 이연수(치위생학과·15)씨는 “광고를 통해 알바의 권리에 대한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현재 알바사이트는 광고뿐만 아니라 건강한 근로 문화 장려와 알바생의 권리보호 체계 강화 등을 추구하고 있다. 알바천국은 지난 10월 7일 서울시와 함께 근로계약서, 최저임금, 주휴수당 3가지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알바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또한 지난 2012년에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청소년 고용리더 캠페인인 ‘1218알자알자 캠페인’을 추진하며 청소년 알바생들의 근로권익을 알리는 협약을 체결시키기도 했다. 알바몬의 경우 임금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며 사업장명과 대표자명은 기본이고, 소재지와 체불액까지 포함했다. 그러나 알바노조 측 관계자는 위와 같은 행사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는 보여주기 식 행사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바사이트는 고용자와 피고용자를 중개한다는 점에서 고용주와 알바생 둘 중 어느 편에도 완전히 설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알바몬에서 ‘알바가 갑’이라는 광고를 게재한 직후 업체 사용자 측에서는 회원 탈퇴 및 반대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례는 알바사이트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은밀하고 교묘한 알바 공고

알바사이트는 표면적으로는 수많은 광고와 다양하고 화려한 활동들을 진행하며 약자의 위치에 놓인 알바생의 편에 서 있다고 비춰진다. 그러나 정작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사이트 내부 시스템은 개선하지 않고 있다.
구인 공고에 기재 돼 있는 것과는 다른 이른바 ‘알바 사기’는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바 있다. 알바 사기란 구인 공고자가 공고란에 서술해 놓은 것과 실제 노동 조건이 서로 서로 다르거나, 월급을 합산했을 때, 일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를 말한다.
숙명여자대학교 이나라(한국어문학부·15)씨는 알바사이트를 이용하던 중 황당함을 느꼈다. 이씨가 설정해 둔 거주지역의 알바로 게재된 공고가 사실 타 지역의 모집 공고였던 것이다. 이씨는 “사람을 모으려고 일부러 지역을 다르게 적어놓은 경우를 비롯해, 기재된 시급과 실제 지급되는 시급이 다른 경우도 허다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알바몬 홍보팀 안수정씨는 “개별 채용공고를 1:1로 방문해 사실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 대안이겠으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 직접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알바천국 홍보팀 현승희씨는 “채용공고 등록단에서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장치는 존재하나, 사업주가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등록해놓은 시급은 전적으로 사업주의 양심과 의식이 좌우하는 부분”이라며 “공고시급과 실제 시급이 다른 지의 여부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안씨는 “구직자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기업, 혹은 단 한 번이라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기업의 경우 별도의 이용제재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씨는 “피해를 입은 구직자들의 신고를 통해 블랙기업리스트를 만들어 공고 불가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두 사이트의 입장 표명은 비슷했다. 그러나 이러한 알바 사기에 대해 알바 노조 측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구인 공고를 하는 사용자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고용주의 횡포는 알바사이트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알바천국에 마련된 코너 19bar의 월급은 적게는 25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으로 알바천국 급여 중 최고 금액에 해당한다. 또한 알바천국의 많은 코너 중 유독 19bar에만 유독 성인인증을 필요로 한다. 이 19bar의 구인 공고 대부분에는 ‘건전 대화’와 ‘터치 없음’이라는 문구가 공통적으로 삽입돼 있다. 그러나 그 뒤에 ‘레이싱모델 출신 환영’, ‘바지는 안 된다’ 등의 문구가 덧붙여있다.
19bar라는 코너를 만든 이유에 대해 현씨는 “알바 시장에서 건전하게 운영 중인 일반 바의 경우 업체수와 구인 공고가 많아 이 업종 관련 광고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씨는 19금 표시를 붙여놓은 까닭으로 “술을 파는 업종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청소년 보호를 위한 장치를 걸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19bar 이외의 코너에서도 ‘술을 파는 업종’인 호프와 주점의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바천국의 입장대로라면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는 해당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모든 ‘술을 파는 업종’에는 성인인증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모순됐다.
국민대 김주영(국제통상학·15)씨는 “한 눈에 봐도 성매매 업소인데 아닌 척하고 올리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강남구 수사경찰서 강력1팀 민상기 경위는 그 이유에 대해 “알바사이트에 올려놓을 때에는 성매매의 뉘앙스를 나타내지 않고 순수하게 포장해 놓고 있다”며 “그 내면에 들어가면 위법 사항 투성이”라고 전했다. 즉, 공고자들은 순수해 보이는 단어를 사용해 성매매를 은폐함으로써 교묘하게 법망을 피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 구인 공고지에 가서 접하기 전까지는 그 실체를 일반인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민 경위는 알바사이트와 알바생들의 대처방안에 대해 “알바공고를 통해 피해를 당하거나 성매매를 강요받은 당사자가 경찰에게 적극적으로 제보와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며 “사이트 운영 측에서는 문제를 인지하고 처리해서 폐쇄 통보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사업체의 특성상 중개를 원하는 공고자가 나타날 경우 광고를 올려주는 것은 알바사이트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윤리적이지 않은 구인 공고에 대한 엄중한 판결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는 현 시점에서 알바사이트는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알바사이트의 광고

알바사이트를 들어가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가 암묵적으로 형성되는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계. 구직자들은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알바생들과 고용주들 사이를 잇고 있는 알바사이트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시점에서 알바사이트의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글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사진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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