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홍수 속 그들의 이야기

정문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별다방, 콩다방,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백다방까지. 해마다 나오는 거품 논란을 무색하게 할 만큼 신촌은 프랜차이즈 카페들로 ‘점령’당하고 있다. 뛰어난 위치선정, 그리고 전국 어디의 카페를 찾아도 익숙한 메뉴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학생들의 발길을 프랜차이즈 카페로 돌려세운다. 그러나 신촌 골목골목을 잘 찾아보면 커피향과 디저트 냄새로 가득 찬 작은 카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신촌 속 핫(hot)한 카페만 골라 모아봤다. 프랜차이즈 홍수 속 신촌의 소규모 개인 카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일 아침 따끈한 파이를 손수 만드는 그 곳, 파이홀

커피보다 파이, 파이홀(PIE HOLE)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나와 대학약국을 끼고 오른쪽으로 걸으면 신촌 연세로의 한 구석에서 ‘PIE HOLE(아래 파이홀)’이라는 가게를 만나볼 수 있다. 기자가 찾은 파이홀은 구석진 곳에 숨어있음에도 한낮부터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붐비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스웨덴 세탁소의 ‘답답한 새벽’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손님들은 테이블을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그들만의 얘기에 빠져들어 있었다. 매일 갓 구운 파이들을 보여주는 진열장에는 파이홀의 베스트셀러인 ‘얼그레이 가나슈 파이’와 ‘단호박 파이’가 진열돼 있었다. 처음에는 취미 생활로 카페를 열었다는 파이홀 사장 최혜리(31)씨는 “애초에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손님 층이 다른 것 같다”며 “프랜차이즈 카페가 신경 쓰인 적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작은 카페를 좋아하는 손님들은 작은 카페로 갈 것이고, 프랜차이즈 카페를 좋아하는 손님들은 프랜차이즈로 갈 것이라는 것. 이어 최씨는 “파이홀에선 좋은 재료를 가져와 직접 카페에서 파이를 만든다”며 “이 점이 파이홀과 프랜차이즈 카페의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파이홀이 신촌 구석에 자리했음에도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끝없는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파이가 가진 매력 때문이 아닐까.
파이홀의 인상적인 마케팅 중 하나는 SNS마케팅이다. 파이홀은 매일매일 굽는 파이가 다른데 파이홀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 그날의 파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최씨는 “따로 블로그 광고 등을 하지는 않지만 처음에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손님들과 소통하던 것이 잘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이소윤(역사교육․12)씨는 “페이스북에서 평소 먹고 싶던 무화과 파이가 올라온 것을 보고 재빠르게 달려간 적이 있다”며 “SNS에 올라오니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파이홀의 게시물들은 여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못지않은 좋아요 수를 자랑한다. 특히 파이홀은 페이스북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조각파이가 아닌 온전한 파이를 신청 문구와 함께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준다고도 하니 참고하자.

▲ 프랑스 카페의 정수, 헌치브라운

초콜릿과 함께 춤을, HUNCH BROWN

이번에는 정문에서 나와 왼편에 위치한 굴다리를 건너보자. 창천교회 쪽으로 꺾어 들어가 첫 번째 골목에서 오른쪽을 보면 ‘HUNCH BROWN’(아래 헌치브라운) 이라는 카페의 초콜릿색 간판이 눈에 띈다. 카페 안에 들어서면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과 갓 로스팅한 커피향이 눈과 코를 사로잡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커피 주문 시 생초콜릿이 개당 700원이라는 문구는 커피를 주문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헌치브라운을 운영하는 쇼콜라티에 이시형(37)씨는 “초콜릿과 커피가 좋아 공부를 하고 카페를 차리게 됐다”며 “정통 프랑스 카페를 지향하는 헌치브라운은 좋은 재료를 써서 천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헌치브라운은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달리 방문객들이 원하는 취향을 말하면 이에 맞는 메뉴를 추천받아서 즐길 수 있다. 이씨는 “자신이 원하는 원두와 커피 맛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 카페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손님의 요구라고 모든 것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카페라는 특징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음료에 생크림을 올려달라는 손님도 있지만 몸에 좋지 않은 생크림을 올리거나, 로스팅 된 지 오래된 원두를 사용하지 않는 헌치브라운만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씨는 작은 소규모 카페만의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카페와 같은 기준을 두고 이들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이씨는 “사람들이 개인 카페만의 맛과 질은 고려하지 않고 프랜차이즈에 비해 비싼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대량으로 재료를 구입하기 때문에 개인 카페에 비해 훨씬 저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재료값의 비중을 비교하자면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가 더 비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가 유행하는 이유는 커피의 맛보다는 분위기로 가고 싶은 카페를 결정하기 때문에 홍보가 잘 되거나 인테리어가 잘 된 카페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씨는 “그런 시스템은 프랜차이즈를 따라가기 힘들겠지만 맛에 있어서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커피와 초콜릿의 맛과 품질에 있어 이씨에게 프랜차이즈 카페는 문제가 아닌 듯 보였다.

가게 곳곳에 주인의 손길이 담긴 더 샌드

The Sand

신촌 문화의 중심지인 빨잠(빨간 잠망경) 옆으로 나있는 명물거리를 따라가다가 사주·타로집이 밀집해 있는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카페 ‘The Sand’(아래 더 샌드)가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신촌에 자리를 잡았다는 더 샌드는 ‘모방하다’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모래처럼 유연하게 따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게이름을 더 샌드라고 지었다는 것. 더 샌드의 사장 홍민철(39)씨는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있지만 우리 가게만의 색깔로 운영하고 싶다”며 “가게에 대한 외부의 홍보보다는, 소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고 저녁 때가 되면 초도 키고 노래도 틀면서 우리 가게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음식의 대부분을 직접 만드는 것이 목표인 만큼 더 샌드는 와플의 반죽부터 모든 것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홍씨는 “일본에서 살던 시절, 도쿄에서 유명한 카페의 몇 가지 제품을 보고 변형해 와플을 만들었다”며 “매년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지만 와플은 특히 애착이 가는 메뉴”라고 전했다.
이처럼 더 샌드는 자신만의 색깔로 신촌 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카페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점은 존재한다. 올해는 특히 메르스 사태로 유동인구가 줄어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홍씨는 “신촌 일대에 사람이 많은 것만 보고 장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 건물주도 많은데 실제로는 뒷골목에 빈 가게가 많다”며 “연세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면서 오히려 차들이 뒷골목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통행해 손님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zip 13호 [지역사회] ‘차 없는’ 거리에 남겨진 상권의 미래> 또한 백양로 지하에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입점한 것에 대해 홍씨는 “학교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편리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 측에서 수익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여 아쉽다”고 전했다.

▲ 이대 앞의 숨겨진 명소 티앙팡

오후에 홍차 한 잔 어때요? 티앙팡에서

눈길을 조금 돌려 이대 앞으로 가보니, 프랜차이즈 카페가 가득한 번화한 길 뒤편에서 홍차 전문점 ‘티앙팡’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서자 지금까지 갔던 카페들의 모던한 분위기와는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가 보석처럼 숨겨져 있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카페 전체에 흐르고 있는 홍차 향은 커피 원두향보다 부드럽게 코끝을 스쳐지나갔다. 지하에 있다는 점까지 더해져 마치 바깥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카페의 주인은 임현정(40)씨. 임씨는 “지난 2001년부터 취미 삼아 하던 카페가 이렇게 커졌다”며 “당시에는 없었던 홍차 전문점을 열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임씨는 “홍차 종류만 300여 가지를 팔고 있다”며 “디저트를 납품받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티앙팡의 디저트는 유기농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들어 팔고 있다”고 밝혔다.
티앙팡의 인기 메뉴는 홍차에 바닐라 진을 넣어 만든 바닐라 차이. 어스름한 조명 아래 따뜻한 잔을 들고 한 모금 넘기니 긴장이 풀리고 그제야 카페 안의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가게를 가득 메운 여자 손님들이었다. ‘이화여대 앞이라서’만으로 설명하기엔 연령대가 매우 다양했다. 임씨는 “대학시절 티앙팡을 찾았던 손님들이 지금도 오는 등 단골손님이 많은 편”이라며 “근처 어학당에 있는 외국인 손님들도 자주 오곤 한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역시 무작정 트렌드만 쫒기보단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임씨는 “최근 인테리어 시장의 트렌드는 ‘모던’이라 전문가들이 와서 보고는 놀라서 바꾸라고 조언한다”며 “그래도 지금 이 느낌이 좋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고 이런 느낌 때문에 티앙팡을 찾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티앙팡 역시 프랜차이즈 홍수 속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임씨는 “다른 카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프랜차이즈 때문에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프랜차이즈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소규모 카페들이 오히려 음식 하나하나에 더 정성을 쏟고 더 좋은 품질의 차와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준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와 코끝을 간질이는 홍차향을 느끼고 싶다면 신촌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티앙팡은 훌륭한 대안일 것이다.
카페 문화가 시작된 프랑스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수는 약 90개. 그에 반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스타벅스 매장 수는 약 700개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홍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소개팅이나, 데이트와 같이 신경 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 분위기 좋은 소규모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비(非)프랜차이즈 카페들만이 가지는 분위기와 맛에서 정성을 느낄 수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걸음걸음마다 눈앞에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홍수 속에서 이제는 빠져나와 신촌의 작은 카페들에 찾아가보자. 그리고 커피 한 잔과 함께 그 안에서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글 김민호 기자
kimino@yonsei.ac.kr
글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사진 전준호 기자
jeonjh1212@yonsei.ac.kr
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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