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불어오는 새로운 교육의 바람

신촌하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아마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 등 다양한 대학과 함께 이들이 형성하고 있는 대학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렇듯 대학을 기반으로 성장한 신촌에 새로운 교육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신촌대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신촌대학교는 학위를 주는 정식 대학의 형태는 아니지만 이대와 신촌을 기반으로 새로운 대안 교육을 제시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지난 4월 창천공원 부근과 이대역 근처, 두 곳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해 ‘기자되기학과’, ‘버스킹연극학과’ 등 다양한 강의를 개설하고 있는 신촌대학교는 누구나 자유롭게 배우고 배움을 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대학의 구조를 벗어난 대학교

신촌대학교는 신촌이 갖는 ‘대학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탄생했다. 많은 대학이 즐비해 있고, 배움과 교육이 있는 문화공간으로서 신촌이 갖는 의미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더불어 학생들의 교육 수요는 있지만 정규 대학의 학문 체계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내용을 가르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흥미를 주고자 한다.
우리 주변에는 대학에 다니며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강의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으며, 대학의 구조적 특성상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학생들에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아울러 현장에서 얻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강좌를 열기엔 정규 대학엔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와 높은 장벽이 있다.
신촌대학교는 기존의 대학이 갖는 이러한 한계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신촌대학교는 까다로운 절차나 높은 문턱 없이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으며, 이에 강좌 개설 이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신촌대학교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지난 14일 기준, 1만 1천 429명의 ‘좋아요’ 수를 기록하고 있다. 신촌대학교 윤범기 운영위원장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신촌대학교의 특징”이라며 “좋은 지식을 빠르게 전달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시민적인 대안 대학을 만들려한다”고 전했다.

평생교육의 시대, 우리는 배움이 필요하다

인간수명 100세 시대에 인생 이모작이라는 말은 옛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인생 ‘십모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우리는 긴 인생동안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라는 제도화된 기관을 벗어나 다양한 교육을 하는 것이 ‘신촌대학교’의 목적이다. 누구나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만들어진다면 평생교육 시대에 발맞춰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촌대학교는 석 달, 넉 달, 더 짧게는 한 달까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역동적인 교육환경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처럼 누구든 배우고 싶고 배움을 주고 싶다면 신촌대학교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신촌대학교는 1주일에 1회 3시간 강의를 기본으로 하며, 수강료는 학과별로 강의당 적게는 1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다양하다. 더불어 3개월의 모든 교육과정을 수료할 경우 수강료의 일부를 돌려주기도 한다. 또한 특이하게도 신촌대학교에서는 강의를 개설하는 사람을 ‘학과장’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학기마다 새로 모집을 받으며 좋은 지식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학과장이 될 수 있다. 신촌대학교는 수강료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신촌은행’을 운영한다. 더불어 신촌은행이라는 펀드를 통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제공하고 추후 10년 동안 강의료를 상환하도록 한다. 일종의 ‘후원’을 하는 셈이다.

▲ ‘불’만없는 아동요리학과의 강의실 한 켠에 자리한 아동요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곳, 신촌대학교

신촌대학교는 현재 총 23개의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뇌섹학과’, ‘가라오케 근현대사학과’ 등 재미있는 이름도 많이 볼 수 있다. 수강 인원도 적게는 4명에서 20여 명까지 다양하다. 무엇보다 강의를 개설하는 학과장의 의지가 확실하다면 수강인원이 적더라도 가급적 강의를 진행하도록 하는 점이 신촌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배움의 장’이라는 신촌대학교의 취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수강생으로 참여했다가 신촌대학교의 취지에 적극 공감해 학과장이 된 사례도 있다. ‘불(火)만없는 아동요리학과’의 백항선 학과장은 “처음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스피치 학과를 수강하러 왔다가 대안 대학교라는 취지가 마음에 들어 학과장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불을 사용하지 않는 아동 요리를 가르치고 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주로 들으러 온다”고 전했다.
신촌대학교 최고 인기 강의인 ‘가라오케 근현대사’를 강의하는 배기성 학과장은 ‘드라마틱 동아시아사’라는 수업을 함께 강의하고 있다. 배 학과장은 “신촌대학교가 잘 돼서 일반 시민들이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강생 이성준(40)씨는 “기존의 일반 정규 교육 과정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점들을 배울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드라마틱 동아시아사 수업은 우리가 기존의 교육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배우지 않았던 사건들을 시간마다 파고들면서 자세히 가르치고 있다. 또 다른 수강생 문성준(46)씨도 “정치과정에 제대로 참여하려면 우리가 거쳐 온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이 강의를 통해 우리의 지난 역사를 새롭게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드라마틱근현대사’를 강의하고 있는 배기성 학과장

신촌대학교는 대학가인 신촌을 새로운 배움의 장소로 만들고자 하는 하나의 움직임이다. 대안 대학교로서 다양한 배움을 제공하고자 하는 신촌대학교가 만들어 나갈 대안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 막 시작한 신촌대학교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아마 우리대학교가 위치한 ‘신촌’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뜻이 모여 새로운 교육을 제시할 수 있는 발전된 모습의 신촌대학교를 기대해 본다.

 


글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사진 전준호 기자
jeonjh12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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