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대학순위평가 성적표는?

2015년 QS(Quacquarelli Symonds) 대학순위평가(아래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교는 105위로 작년 대비 1위 상승했다. 이외에도 세계대학랭킹센터인 CWUR(Center for World University Rankings) 에서는 98위(작년 대비 9위 상승), 국립대만대학 발표 대학평가에서는 154위(작년 대비 16위 상승)를 차지했다. 한편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 발표한 대학평가에서는 301~350위, U.S. News & World Report에서 발표한 평가에서는 260위로 낮은 성적을 받기도 했다.
국외대학평가 자료에 따르면, 우리대학교는 ▲학계 평판 ▲동문의 우수성 ▲특허 부문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연구 영향력(피인용) ▲세계적 수준의 연구 실적 부문은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학평가 속 연구역량 강화와 국제화

기획실 평가팀 이상두 팀장은 “대학평가가 아니더라도 연구역량강화와 국제화는 대학의 기본적인 책무이지만, 국내 대학들이 대학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연구역량 강화와 국제화”라며 “이 두 가지는 우리대학교의 전략적 목표로 계속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대학교는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우수교원 확보 ▲연구풍토 확립 ▲대형 연구기관(연세-IBS) 유치 ▲국내·외 연구 활성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학평가가 교수들의 연구에 압박이 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서광덕 교수(과기대·영상통신)는 “언론사가 정한 잣대에 우리의 연구를 맞추는 것이 옳지는 않지만 평가 결과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평가 비중이 높은 연구 분야에서 연구업적을 많이 내기 위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이 팀장은 “단기간의 평가에 집중하면서 교수들이 짧은 시간에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어 단순한 랭킹을 매기는 평가방식의 문제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는 대학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역할이고, 연구수월성이 확보돼야 좋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연구가 대학평가로 인해 그 본래의 목적이 변질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학생들의 교육 또한 대학평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이 팀장은 “일반적으로 대학평가의 지표에 있어 연구나 국제화에 비해 교육과 관련된 변별력 있는 지표가 적어, 대학평가가 학생들의 교육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화 지수를 높이기 위한 과도한 영어강의 개설, 외국인 학생 유치 과열 등의 문제는 대학평가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로 자주 지적돼왔다. <참고기사 1740호 5면 ‘‘국제화’지수를 높인 8할은 영어강의?’> 우리대학교는 지난 2005년부터 ‘연세비전 2020’을 발표하며 국제화를 위해 영어강의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왔으며, 실제로 지난 2014학년도 우리대학교의 영어강의는 38%에 이르는 등 그 숫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2005년 15.7%). 대학교육연구소(아래 대교연)의 김삼호 연구원은 “해외의 세계대학평가들은 주로 외국인 교수 채용 비율을 본다면, 국내 대학평가들은 영어강의 개설 비율을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맞춰 국내 대학들이 과도하게 영어강의를 개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정욱(철학·14)씨는 “철학 수업이 영어로 열릴 뻔했던 적이 있었는데, 철학적인 이야기를 영어로 하는 것은 학생들 수준에 비해 내용이 어렵다는 점 등의 여러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영어강의를 절대평가로 하면서 학생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고, 심지어 체육실기 같은 수업을 영어 강의로 열어 놓고 한국어로 진행하는 것도 봤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 팀장은 “대학평가가 상업화되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솔깃할 만한 지표들을 찾으며 무리하게 지표들을 개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평가기관과의 접촉을 통해 이러한 지표들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왜 대학은 대학평가를 신경 쓰는가…?

국내·외의 대학평가에 대한 대응은 우리대학교 기획실의 평가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팀장은 “대학평가의 결과가 장기적으로는 평가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로만 학교가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대학교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저평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가팀은 당장의 지표 하나하나보다는 전반적인 추세를 강조했다. 단순히 순위를 매기는 것은 옳지 않지만, 세계의 여러 기관들이 각각의 일관된 관점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내놓은 것들에 의미를 뒀다는 것이다.
학교 본부는 대체로 어쩔 수 없이 대학평가에 신경 쓴다는 입장이었다. 대외협력처 홍보팀 차기섭 팀장은 “대학평가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지적되지만 우리나라의 줄 세우는 분위기 속에서 신경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단순히 따르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평가를 거부하겠다는 학교도 없어 우리도 신경쓸 수밖에 없는 딜레마 같은 구조”라고 전했다. 하지만 평가팀 이 팀장은 학교 본부가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에 대해 부정하며 “대학평가에 대응하는 것은 평가팀 업무 중에서도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하며, 언론사나 민간기관의 평가 역시 수많은 대학평가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학교 본부가 세계대학평가에 대응하는 것이 외국인 학생 유치 등의 국제적인 인지도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소위 ‘SKY’라 불리며 나름의 인지도가 있는 국내와 달리 국제적인 인지도를 위해서는 세계대학평가에서의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국제교류에 도움이 되는 등 학교의 국제화에 도움이 되는 이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대교연 김 연구원은 “국제적인 인지도를 통해 해외유학생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세계대학평가의 좋은 순위가 이점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러한 지표결과가 대학으로서의 학문적 위상 때문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원 “한국대학에 오는 해외유학생들 중 학문적인 목적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가를 생각했을 때, 이런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이번 2015학년도 우리대학교의 외국인 학생은 3천93명으로, 3천336명인 고려대보다는 적은 수이지만 한양대 2천56명, 성균관대 2천387명, 서울대 1천356명 등과 비교했을 때 많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 중 29%에 해당되는 903명의 학생만 학위과정의 학생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연수과정(어학연수 1천591명 등 2천190명)의 학생들인 점을 고려한다면, 학위를 취득하려는 목적의 해외유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평가와 대외적 이미지, 홍보에 힘쓰는 대학

이외에도 대학평가가 대학들의 광고 게재를 압박한다는 의견과 함께 대학들이 대외적인 홍보에 많은 힘을 쓰는 것도 지적됐다.
대교연은 지난 2014년 9월에 낸 ‘언론사 대학평가의 본질과 문제점’이라는 논평을 통해 ‘신문이 평가 결과를 내놓은 때를 전후해 대학들의 광고가 쏟아지는데, 대학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골적인 압력은 이미 수차례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이 팀장은 “우리대학교는 국내 주요 대학 중에서 가장 광고를 적게 내는 대학 중 하나”라며 “외국인학생 유치 등 학교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부분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재정상황을 고려해 광고 게재를 결정할 수는 있지만,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광고는 지양한다”고 전했다.
또한 대교연은 신문 광고 외에도 대학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홍보를 위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대학교의 홍보비 결산액은 지난 2013년 약 10억 1천757만 원, 2014년 13억 1769억 원이었고, 이번 2015년에는 본 예산으로 약 15억 9681만 원이 신청된 상태다. 예산액이 결산액보다 적은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2년 사이 57% 증가된 금액이 예산으로 신청된 것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또한 올해 홍보비 예산 중 5억 2천여만 원은 등록금 회계에 포함된 돈이다. 홍보팀 차 팀장은 “홍보팀이라고 해서 홍보 전체를 전부 담당하는 것도 아니고, 홍보비 전체의 금액이 자세히 어디에 쓰이는지는 모른다”면서 “홍보팀의 경우, 지난해부터 SNS나 뉴스영상 시스템인 YNN 개설 등 여러 홍보 업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집행하는 예산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교연 황희란 연구원은 “이러한 돈은 대개 신입생 유치를 위해 사용되는데 연세대는 학교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비등록금 회계에서 쓰는 돈도 적지 않은데 등록금으로도 홍보비를 쓰는 것은 문제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가팀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대학평가의 대응 중 국제 홍보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영문 홈페이지 홍보 게이트 활용 ▲연세만의 브랜딩 개발 ▲해외 노출 최대화(Research Magazine 온라인화로 개별 연구자 우수 연구실적 홍보, 교내 국제행사 홍보) ▲국제 홍보 전담부서 설치 및 전문 인력 양성 등이 제시돼있다. 이를 고려하면 국제적인 인지도를 위한 홍보에 우리대학교가 상당한 재원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 팀장은 “대학평가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학교 내부에서 국제 홍보를 위한 부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국제 홍보는 차별화된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부서가 신설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교연 황 연구원은 “국제화 시대, 정보화 시대에 접근성의 용이함을 위한 홍보는 물론 필요하지만 이것이 과해지는 것은 문제”라며 “대학의 경쟁력은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앞서 지적했던 바와 같이 현재의 대학평가가 대학 본래의 역할인 연구와 교육을 변질시킬 수 있다는 비판은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학은 사회적인 이미지나 국제적인 인지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신경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얻게 된 인지도가 진정 대학으로서의 학문적 위상을 통해 얻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대학평가를 비롯 대외적인 인지도를 위해 홍보에 힘쓰는 모습이나 이렇게 해서 높은 순위가 나온 대학평가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이 바람직한 대학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대학평가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단순한 ‘줄 세우기식’에 그치지 않고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조언자로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진정한 대학이라면, 본래의 목적을 잃은 평가 지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연구와 교육이라는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책임에 충실하며 그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대형강의 : 수강생이 100명 이상인 강의
**초대형강의 : 수강생이 200명 이상인 강의

 

이정은 기자
lje8853@yonsei.ac.kr
최명훈 기자
cmhun@yonsei.ac.kr
한동연 기자
hhan58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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