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신업사원 퇴사, 그들에게 무슨 일이?

A씨는 오늘도 여러 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구직란을 뒤적거린다. 3개월 전까지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뒤 일상은 이런 검색의 반복이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반년 동안 근속했지만, A씨는 업무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고 직장 상사와의 지속적인 마찰을 계기로 퇴사를 결정했다.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라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지난 2014년 6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아래 조사)에 따르면 대·중소기업을 다니던 대졸 신입사원 중 25.2%가 1년 이내에 퇴직한다. A씨가 처한 상황은 이제 청년 세대에게 낯선 일이 아닌 것이다.
 

▲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모습

왜 그들은 퇴사하는가?

 ‘청년실업 100만 시대’라는 말은 이제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의 이목조차 끌지 못한다. 그럼에도 경쟁을 뚫고 취업한 신입사원들 중 1/4이 퇴사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왜 그들은 퇴사를 결심하는 것일까? 퇴사자 중에는 A씨처럼 업무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이유로 가장 많은 이들이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47.6%)을 선택했고 ‘급여 및 복리후생 불만’(24.2%)과 ‘근무 지역 및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17.3%)이 뒤이었다. 온라인광고대행사에 다니다 3개월 만에 퇴사한 이모씨는 “입사 전에 제안 받은 업무와는 다르게 입사 후 성격과 맞지 않는 전화영업을 강요받아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업무에 대해 조언해 주는 선배도 딱히 없었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업무와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는 신입사원 사례는 이씨뿐만이 아니다. 신입사원 퇴사자 한모씨 역시 “입사 1년이 지나도 모집 당시 공지 받은 업무를 받지 못해 퇴사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청년 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채용과정에서 기업들이 업무에 대한 내용을 세세히 공개할 책임이 있다”며 “조직문화 역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 중소기업을 더 많이 떠나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신입사원의 퇴사가 더욱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 조기퇴사 비율(31.6%)은 대기업(11.3%)에 비해 높다. 중소기업의 퇴사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낮은 임금 수준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사 결과, ‘급여 및 복리후생’에 대한 불만은 대기업(16.1%)에 비해 중소기업(27.9%)이 높았다. 중소기업의 경우 자본과 매출이 대기업에 비해 적어 직원들에게 대기업만큼의 복리후생과 급여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며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ㅈ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학교 동기들과 연봉을 비교할 때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생긴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중소규모의 단체급식업체에서 퇴사한 ㅎ씨는 “부서에 직원이 상사와 나뿐이라 직장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곳이 회사에는 없었다”며 “복지에 대한 불만도 퇴사를 결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정 정책국장은 중소기업 신입사원 퇴사 문제에 대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급여가 적고 복리후생이 부족한 것은 산업생태계의 근본적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중소기업들이 신입사원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퇴사를 하는 신입사원이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잦은 퇴사,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신입사원들이 생각하는 퇴사 예방책은 무엇일까? 기자가 만난 신입사원 퇴사자들은 입을 모아 기업 내에서 ‘사람대접’ 받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ㅎ씨는 “이전 직장에서는 많은 신입사원 퇴사자를 염두에 두고 채용인원보다 몇 배 많은 신입사원을 뽑아 충당하기도 했다”며 “이런 식으로 기업차원에서 직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행태를 멈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모씨 역시 “강제로 부서를 변경하는 일 등 직원 개개인을 무시하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모씨는 “입사부터 퇴사까지 제대로 된 교육이나 설명을 받은 적이 없다”며 “신입사원이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겨 상사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기업 측에서는 신입사원 퇴사자가 많아져 적극적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 정책국장은 이것은 원인과 결과가 전도된 것이라 말한다. 정 정책국장은 “신입사원에 대한 적절한 교육 문화 없이 곧바로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직 경직으로 인한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갈등을 막아야 퇴사하는 신입사원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신입사원이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전체 신입사원의 1/4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에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고된 취업난 속에서 경쟁을 뚫고 취업한 이들도 상사와의 마찰과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교육으로 인해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도록 종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인력 낭비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글·사진 강수련 기자
training@yonsei.ac.kr

글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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