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즐겁고 자유롭게

일상을 보내며 느꼈던 여러 감정들을 문학 속에 녹여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문학 작품을 그냥 읽기만 했다면, 문학 작품을 귀로 듣고, 요리하고, 문학 작품을 통해 타인과 교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문학을 창작하는 사람과 문학을 읽어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 연희 문학 창작촌. 이곳에서는 시와 소설이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들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학의 노래를 듣다 보면 평소에 문학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들도 문학이 우리의 삶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학이 풍성해지는 곳


지난 2009년에 개관한 연희 문학 창작촌은 서울시 최초의 문학 전문 지원공간이다. 서대문구 연희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전원 풍경과 고요한 분위기는 연희 문학 창작촌의 자랑이다. 총괄매니저 배소현씨는 “서울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로 조성됐다”며 연희 문학 창작촌 특유의 정서를 설명했다.
연희 문학 창작촌은 ‘끌림·홀림·울림·들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4개의 주택형 집필동과 야외무대, 산책로, 문학미디어랩(창작카페 연희)등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돼있다. 야외무대 열림 뒤편에는 소나무로 둘러싸인 산책로가 형성돼있고 산책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산책로에서는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서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으며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주택형 집필동에서는 20명의 국내외 문인들이 거주하며 문학 작품을 창작한다. 입주 작가는 장르에 상관없이 일 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의 정기공모를 통해 모집된다. 연희 문학 창작촌은 작가들이 집필을 하는 공간인 만큼 안정적이고 조용한 분위기를 가장 중점으로 둔다. 그렇기 때문에 행사가 없는 창작촌의 평소 모습은 몹시 조용하다. 배씨는 집필실에 대해 “서울 안에 있으면서도 굉장히 조용하기 때문에 외부 업무를 하면서도 창작촌에 들어오면 금방 집중해서 집필을 할 수 있다”며 “서울에서 창작촌 같은 집필 전용 공간이 없기 때문에 공모 때마다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시인 박준씨는 연희 문학 창작촌의 집필동에서 거주한 경험자다. 박씨는 “연희동이라는 부유한 공간의 한가운데에서 자본과 가장 먼 시가 공존하게 한다”며 집필동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씨는 직장을 다니며 시를 쓴다. 때문에 “애당초 ‘시’만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박씨에게 창작촌의 집필실은 시만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박씨를 온전히 시를 쓰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인 것이다.

문학 감상, 밥 먹는 것처럼

연희 문학 창작촌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과 문학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주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오고 있다. 가장 큰 예로 연희 문학 창작촌에서는 분기별로 집필실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바뀌는 기간을 활용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1박2일 문학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월 8~9일에 열릴 문학 캠프는 집필실에서 시민들이 직접 하루를 보내며 문학을 통한 소통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배씨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싶은 분들이 문학을 통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가족·친구·연인이라면 문학 캠프에 참여해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문학, 번지다>는 문학을 다른 장르와 결합시켜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으로 올 한 해 동안 총 5개 프로그램이 <문학, 번지다>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진행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들 중엔 신청자가 너무 많아 조기 마감된 인기 프로그램도 있는데 『맛있는 문학 키친』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맛있는 문학 키친』은 문학을 요리하는 것처럼 재구성하고 창작하는 프로그램으로 문학 미디어랩에서 진행됐다.
크리에이티브 람문의 대표 강선주씨가 주최한 이 프로그램은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문학을 사랑하고 예술에 관심 있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심미적 콘텐츠를 고안’하겠다는 포부에서 시작됐다. 강씨는 “문학을 단숨에 읽고 끝내는 행위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문학 속에서 배경, 시대, 생황, 인물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참가자들이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해체해서 음식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표현해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5~6년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강씨는 “밥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는데, 책을 읽지 않는 개인은 점점 늘어나 지성의 빈곤이 나타나고 있다”고 현대인의 문학 감상 결여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강씨는 ‘어떻게 하면 밥을 먹는 것처럼 현대인들에게 문학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필두로 프로그램을 서서히 구상하기 시작했다. 강씨는 “물론 문학 작품이 작가가 허구적인 세계로 그려낸 것이긴 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먹고 사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며 “그렇게 시선을 바꿔서 작품을 읽다 보니, 문학 작품 속에서 음식이 많이 다뤄지고, 그것에 대해 사유하는 방식이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작가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 천명관의 「퇴근」, 윤선영의 「미세스 오」, 김애란의 「입동」, 김희선의 「라면의 황제」등의 한국 현대 단편 소설들을 감상한 뒤 소설 속에 나오는 음식을 요리해 먹어보거나 소설 속의 특정한 상황에 어울리는 음식을 직접 생각해내 만들어 보게 된다. 특별한 점은 참가자 모두가 같은 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작품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참가자들은 자신이 읽은 작품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소개하면서 문학이 ‘번져’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강씨는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주체성을 갖고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사람과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서 감상은 ‘정답찾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평소에도 문학 작품을 읽어내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는 김정란(32)씨는 이 프로그램을 참가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문학 안에서 음식에 포커스를 맞춰서 재현해보고, 생각해보는 것이 신선했다”며 “이 활동을 하고 나면,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소설 속 배경인 중국집 식당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고 달라진 자신의 문학 감상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참가자 임진실(30)씨는 “항상 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었으나, 막상 문학을 접하게 되면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문학과 음식을 잇는 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었다”며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시와 음악의 향연

마지막으로 연희 문학 창작촌은 문학을 창작하는 사람과 문학을 접하는 독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이 되길 꿈꾸고 있다. 때문에 연희 문학 창작촌에서는 창작자와 독자 모두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배씨는 연희 문학 창작촌이 추구하고 있는 바에 대해 “창작촌에서 생산된 문학 작품을 시민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3일, 연희 문학 창작촌의 야외극장에서는 <여름이 도망간다는 소문>이라는 표제를 내건 낭독회가 열렸다. 이날 낭독회에서 관객들은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잠시 무뎌졌던 마음을 간질거리게 하는 시와 음악으로 풍성히 채울 수 있었다.
연희 문학 창작촌과 튜티 앙상블이 공동 주최한 이번 낭독회는 단순히 작가의 작품을 낭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문학과 음악의 만남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고 야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어둑해진 공간 사이로 켜진 조명들과 음악들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충분했다. 일본 효고에서 우리나라로 관광 온 아키카(18)씨는 친구들과 함께 낭독회를 찾았다. 아키카 씨는 낭독회의 매력으로 ‘시를 듣는 것’을 꼽았다. 낭독회에서는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과 직접 대면해 작가들의 목소리로 작품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씨는 이번 낭독회 컨셉에 대해 “매년 돌아오는 여름을 색다르게 기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잡았다”며 “이때쯤이면 휴가철이 끝난 직후라 바캉스를 다녀오신 분들이 많을 텐데 보통 바캉스라고 하면 여행을 떠올리곤 해 여름과 여행을 합쳐보자고 계획을 해봤다”고 기획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낭독회는 시와 음악의 만남인 만큼 여느 낭독회보다 음악에 집중을 했다. 배씨는 “여름과 어울릴만한 음악들을 결합시켜 봤다”며 이번 낭독회에서 듣게 될 음악에 대해 언급했다.
배씨는 창작촌에서 이뤄지는 여러 문학 행사 중 낭독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문학이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낭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씨는 이번 낭독회를 진행하기 위해 문학 쪽의 시인, 여행의 이야기를 듣는 여행기자, 클래식 음악가들과 같은 전혀 다른 색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주목한 점은 ‘그 세 가지의 색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였다. 배씨는 “순수 문학에 접근하는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연희 문학 창작촌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문학 관련 행사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배씨를 비롯한 연희 문학 창작촌 관계자들은 낭독회를 통해 시민들이 문학을 쉽고 즐겁게 느끼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낭독이 끝난 뒤 시인들과 여행기자가 한자리에 모여 자신이 보내온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기자 류진씨는 “고독하면서 자유로운 것이 여행”이라며 “일년쯤은 계획에 없는 한 해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이어나가면서 관객들에게 여행을 떠나볼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낭독회를 끝내고 난 뒤 시인 김소연씨는 “관객들이 문학이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밝혔고 시인 신해욱씨는 “매미가 울 때 시작해 귀뚜라미 울 때 지는 여름에 낭독회를 갖게 됐다”며 여름의 낭만성을 강조했다. 이번 낭독회뿐 아니라 그동안 많은 낭독회를 진행 및 참여해온 박씨는 “혼자 방에서 시를 쓰다가 독자들을 낭독회에서 관객으로 만나게 됐다”며 이번 낭독회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씨에게 낭독이란 ‘내가 쓴 시를 타인에게 되묻는 것’이다. 박씨는 낭독회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것에 대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낭독회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여름이 끝자락에 다다른 이때 지나간 시간을 더듬어보며 다가올 가을을 맞이해보자. 생각을 정리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아마도 ‘글쓰기’가 아닐까? 하지만 무작정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작가들의 삶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학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 역시 추천해볼 만하다.
 

글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사진 전준호 기자
jeonjh12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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