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유혹하는 번들링

‘1+1행사’나 ‘사은품 증정’이란 문구에 혹한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본제품에 무언가를 얹어주는 판매 전략은 우리 주변에서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사은품을 갖기 위해 본제품을 사는,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에 따르면 “이렇게 미끼상품(로스 리더*)을 공짜로 제공해 손님을 모으는 판매 전략을 번들링(묶음판매)이라고 한다”며 “사은품은 비용이 매우 저렴해 이를 대량판매하면 불황기에 브랜드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판매도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거가 아닌 즐거움을 팝니다, 맥도날드

맥도날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빅맥, 상스치**, 베토디***’와 같은 버거 종류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맥도날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러한 인기 제품 대신 해피밀 세트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해피밀의 사은품으로 제공된, 노란 얼굴에 동그란 고글을 쓴 미니언 피규어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기 때문. 특히 미니언 피규어는 전국 곳곳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피밀 세트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SNS를 통해 노출되면서 더 큰 화제가 됐다. 이렇게 미니언 피규어가 인기를 끌자 맥도날드 측에서는 해피밀과는 무관하게 미니언 이름만을 넣은 ‘미니언 슈비버거’가 출시되기도 했다. 당시 열풍에 동참해 각기 다른 미니언을 모두 모았다는 중앙대학교 조성진(전기전자·10)씨는 “해피밀 세트를 사려고 집 근처 맥도날드에 줄을 서서 미니언을 받았다”며 “미니언들이 서로 달라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밝혔다.
한양사이버대학교 호텔관광외식경영학과 김영갑 교수는 “맥도날드의 미니언 피규어 사용 사례는 사은품 자체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것으로 선택해 활용한 경우”라며 “본제품을 파는 업체와 사은품 브랜드를 소유한 업체가 서로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호 윈-윈 모델이 완성돼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맥도날드의 해피밀 이벤트는 단순히 업체의 판매촉진 행사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장난감을 어른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감상을 다시금 떠올리고 있다. 김 교수는 해피밀 이벤트에 대해 “어린 시절 햄버거를 먹으면 장난감을 함께 주던 맥도날드라는 브랜드는 어느새 추억과 즐거움이라는 이미지까지 가지게 됐다”며 “이는 맥도날드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미니언 피규어 같은 작은 상품을 통해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의 충성도를 삽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와는 약간 다르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비슷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연말에 커피 몇 잔 이상을 마시면 다이어리를 준다는 식의 이벤트다. 이런 이벤트의 대표가 바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에서는 연말마다 다음 해 달력이 들어간 다이어리를 3만 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지만, 이를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17잔의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 다이어리를 ‘공짜’로 받을 수 있기 때문. 연말이 되면 커피를 마시고 받은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인증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17잔이나 되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야 된다는 점은 다이어리를 통해 새로운 ‘스타벅스 마니아’를 양산하기에도 충분하다. 지난 2014년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만 두 권을 받았다는 우리대학교 권민성(경제·11)씨는 “처음에는 다이어리가 목적이 아니었지만 커피를 한 잔 한 잔 마시면서 쌓이는 쿠폰은 계속해서 특정 커피숍을 찾아가게 한다”며 이어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을 제품을 사은품을 받기 위해 주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권씨는 “스타벅스의 판매 전략에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기호 생활을 누리면서 얻게 되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할리스 커피도 비슷한 이벤트를 지난 2014년 연말 진행했지만 할리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필요한 커피는 겨우 5잔이었기 때문에, 다이어리를 받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스타벅스만큼 열풍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다이어리 이벤트에 대해 김 교수는 “스타벅스의 경우 상품 자체의 인지도나 차별성은 없지만, 그 상품 안에 별도의 이벤트를 넣어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라며 “맥도날드가 단기적인 재미로 장기적인 성과를 노린다면, 스타벅스는 애초에 장기적인 노력과 성과에 초점을 두는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부산의 ‘해운대 달맞이점’을 포함해 전국 유명 관광지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스탬프를 모아오면 연말에 별도의 상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해 이벤트와 이벤트가 계속 연결되도록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렇게 이벤트와 이벤트가 이어지면 소비자들의 충성도는 끊임없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마케팅은 섣불리 따라 하다가는 실패할 확률도 높다. 김 교수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경우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치밀한 계획으로 성공한 사례”라며 “많은 치킨 브랜드들이 장난감이나 전자시계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하지만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지는 정도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이런 ‘주객전도 마케팅’은 김 교수의 말처럼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는 만족감과 편익을, 업체에는 판매 촉진을 가져다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업체의 상술로만 여겨졌던 번들링은 주객전도 마케팅이었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취미 생활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업체와 소비자 간의 ‘윈-윈’ 전략이 된 것이다. 그러니 괜히 판매 전략에 말려들어 ‘호갱’이 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런 이벤트를 즐긴다면 소비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로스리더(Loss Leader) : 업체에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상품
**상스치 : 상하이스파이스치킨버거
***베토디 : 베이컨토마토디럭스버거

김민호 기자
kimino@yonsei.ac.kr
<이미지 출처> 맥도날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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