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지상 낙원 태국 크라비

무더운 여름, 더위에 지친 일상을 지내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푸른 에메랄드빛 시원한 바다에 몸을 맡기고 싶을 때가 있다. 힐링이 필요했던 기자는 누구나 가는 흔한 휴양지가 아닌 순수한 바다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찾던 중, 우연히 태국 남부에 있는 ‘크라비(Krabi)’의 사진을 보게 됐다. 크라비는 태국에 있는 지역으로, 배낭여행의 성지로 알려진 ‘방콕’과 영화 『007』의 배경이기도 한 ‘푸켓’에 비하면 다소 생소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자연의 순수함이 남아있는 곳이다. 또한 암벽 등반, 카야킹*, 레프팅 등등 다양한 수상 레저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기에 기자는 망설임 없이 크라비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사람 냄새가 나는 크라비 타운

우리나라에서는 크라비를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방콕을 경유해야만 했다. 방콕의 돈므앙(Donmuang) 공항에 도착해 다시 태국 국내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갔을까. 비행기 창문에서부터 보이는 바다와 섬의 모습은 기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침내 크라비 공항에 도착한 기자는 셔틀버스를 타고 크라비 타운으로 향했다. 크라비 타운은 태국 크라비 주(州) 제1의 도시이자 이번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오낭 비치로 향하는 교통의 중심이기도 하다.
처음 크라비 타운에 도착한 기자는 낯선 태국 시골 마을의 풍경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구글 지도의 힘을 빌려 우여곡절 끝에 크라비 타운의 ‘pack-up’ 호스텔에 도착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배낭 여행객으로 가득했던 호스텔은 다른 동남아 유명 관광지들과는 달리 한국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뉴질랜드에서 온 미셸(30)씨는 “태국은 3번째 여행인데, 순수한 바다를 느끼기 위해 크라비에 왔다”며 “크라비 타운은 다양한 야시장과 아침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태국만의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아 눈과 귀가 즐거웠다”고 전했다.

▲ 크라비 타운의 야시장

크라비 타운을 돌아다니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곳곳에 있는 유인원 모양의 동상과 유인원 신호등이었다. 동상과 신호등을 통해 3천500만 년 전 영장류의 화석이 발견돼 고고학적 의미가 깊은 장소인 크라비 타운의 면모도 엿볼 수 있었다. 신호등을 건너 북적북적한 음악 소리를 따라가 보니 어느새 주말마다 열리는 야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태국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직접 만든 수공예품과 기념품들을 구경하면서 기자는 야시장의 분위기에 한껏 취했다. 특히 다양한 먹거리가 기자의 침샘을 자극해 참을 수 없던 기자는 망고를 직접 갈아 만든 음료를 마시며 더위도 식히고 허기도 달래면서 시장을 구경했다. 그중 야시장 한복판에서 캐리커처를 그리는 화가가 눈에 띈 기자는 화가에게 캐리커처를 부탁했다. 하지만 완성된 캐리커처를 보고 나니 ‘실제 내 얼굴이 이렇게 생겼나’ 싶을 정도로 웃음 반, 씁쓸함 반만 얻게 됐다고. 마지막으로 크라비 야시장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 바로 장기자랑 무대! 태국 현지인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야시장의 음식을 먹으며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단언컨대 크라비 야시장만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오색빛깔 일몰이 매력적인 아오낭으로 안 오낭?

▲ 오색빛깔 아오낭의 일몰

크라비에서도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면 바로 대표 휴양지인 아오낭(Ao Nang)이다. 크라비 타운에서 아오낭으로 가기 위해서는 태국의 마을버스인 ‘성태우’를 타고 약 3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원래 아오낭은 자그마한 어촌 마을이었지만 특유의 아름다운 전경으로 유명해져 오늘날의 휴양지로 자리 잡게 됐다. 이곳에서는 약 1km 길이의 해변을 따라 다양한 호텔, 레스토랑, 상점, 마사지가게가 옹기종기 늘어져 있어 이국적인 바닷가 마을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휴양지가 그러하듯 많은 식당과 마사지가게에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호객행위가 이뤄졌지만, 다른 휴양지처럼 지나치게 상업적이거나 퇴폐적이지 않아 여행을 즐기는 데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아오낭의 바다와 곳곳에 펼쳐진 직각의 절벽들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또한 투어를 떠나는 여행객들과 고깃배를 몰며 삶을 살아가는 현지인들이 어우러져 아오낭만의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호주에서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엔지(49)씨는 “아오낭에서 열흘 정도 머무르고 있는데, 다양한 태국 음식점들을 맛보고 즐길 수 있어서 즐겁다”며 “특히 저녁을 먹고 난 이후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생애 최고였다”고 아오낭의 매력을 전했다.
이처럼 아오낭 해변 주변에 늘어져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즐기고 마사지를 받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그중 여행의 피로는 물론 그동안 쑤셨던 부분까지 모두 시원하게 풀어주는 태국 현지에서 받는 타이 마사지는 여행의 또 하나의 묘미가 아닐런지.
아오낭 해변의 놀 거리를 하나 둘씩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 저녁 시간이 되었다. 저녁 시간이 된 아오낭 해변은 수평선을 따라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오색빛깔 일몰을 연출했다. 백사장에 앉아 맥주 한 캔과 함께 노을을 감상하니 그간의 복잡한 생각은 잊고 바다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기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붉다 못해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면서 아오낭의 진가를 깨닫게 됐다.

크라비의 바다를 100% 즐기는 방법

▲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진 크라비의 아름다운 섬

크라비는 푸켓의 동쪽에 위치해 해안 지역과 200여 개에 이르는 섬들을 포함한다. 이처럼 수많은 크라비의 섬과 바다를 즐기기 위한 크라비 여행의 필수 코스로 ‘섬 투어’가 있다. 섬 투어는 크게 4섬 투어와 7섬 투어로 나뉜다. 우선 4섬 투어는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을 걸을 수 있는 텁(TUB) 아일랜드, 치킨 머리처럼 생긴 치킨 아일랜드, 포다 아일랜드, 암벽 등반을 즐길 수 있는 프라낭 동굴까지 총 4곳을 여행하는 투어다.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4개의 섬과 함께 라일레이 섬 등 다른 3개의 섬을 돌아보며 야간 스노쿨링과 불 쇼, 일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7섬 투어다. 설령 이 투어들을 미리 예약하지 못했더라도 현지에서 언제든지 예약할 수 있기에, 크라비를 여행하는 독자라면 크라비의 바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 투어들을 절대 놓치지 말기를.

기자가 섬 투어를 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스노클링이다. 우리에게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물고기 ‘니모’로 알려진 크라운 피쉬와 함께 에메랄드빛 바다를 즐길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휴양지의 묘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의 팁을 주자면, 먹다 남은 빵이나 과자를 챙겨가는 것을 잊지 말자. 빵을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순간 수백 마리의 열대어들이 몰려드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물고기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무섭기도 하고, 물려서 따끔하기도 했지만 눈앞에서 형형색색의 물고기를 보는 것은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기에 이 조차도 즐거웠다. 네덜란드에서 온 미야(32)씨는 “크라비에서는 아름다운 산호를 보면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며 “자연의 순수함을 간직한 크라비의 바다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다양한 섬을 돌아다니면서 스노클링을 하다 보면 금새 출출해지고 저녁 시간이 다가온다. 7섬 중 마지막 섬인 라일레이 섬에서 로맨틱한 일몰과 함께 다양한 바비큐로 이뤄진 저녁을 먹는 것도 이 투어의 핵심이다. 또한 음악과 함께 현지 가이드들이 준비하는 불 쇼를 놓치지 말자. 신나는 음악과 함께 열정적인 불 쇼가 해변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욱더 무르익게 해준다. 분위기에 취해있던 기자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밤바다를 볼 수 있었다. 바로 이때부터 바닷물이 몸에 닿는 순간, 깜깜한 밤바다 속 플랑크톤이 마치 반딧불이처럼 ‘반짝’하고 빛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투어의 마지막 코스가 시작된다. 7섬 투어의 마지막이 아쉬워서인지,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함께 투어를 했던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다 함께「Twinkle Twinkle Little Star」를 불렀는데, 마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 같은 그곳, 크라비 정글투어

▲ 온천수가 흐르는 크라비의 정글

크라비의 바다는 정말 아름답지만, 바다만으로 크라비의 매력을 100% 다 표현하지는 못한다. 크라비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수직 절벽, 정글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인 자연 온천 ‘핫 스프링’과 ‘에메랄드 풀’을 즐길 수 있는 정글투어 역시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여행 코스!
아오낭에서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크라비에 위치한 한 정글에 도착한다. 입구에서 영화『아바타』에 나올 것 같은 울창한 숲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핫 스프링’ 온천을 발견할 수 있다. 더운 여름 나라에서 관광객들과 많은 현지인들이 노천 온천을 즐기는 것이 기자의 눈에는 신기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에메랄드 풀

핫 스프링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던 기자는 시원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에메랄드 풀’에서는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실제로 부푼 기대를 갖고 도착한 에메랄드 풀에서의 물놀이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 모두를 웃음 짓게 했다고. 에메랄드 풀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블루 풀에도 갈 수 있다. 블루 풀은 신비로운 푸른색 물이 모여 만들어진 호수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소리가 들리면 물속에서 거품이 올라오면서 물이 반응한다고 한다. 시간 관계상 아쉽게도 기자는 ‘블루 풀’까지 가지 못했지만 이런 신비로움 때문에 크라비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방문하고 싶은 장소이다. 덕성여대 최희준(패션디자인·15)씨는 “숲 속에 온천이 있다는 점이 경이로웠고 매일 이곳에서 온천을 즐기고 싶다”며 “나무 사이의 에메랄드 풀이 환상적이었으나 오래 놀지 못해 자꾸 뒤돌아보게 됐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기자가 방문한 크라비는 마치 무릉도원에 온 듯 그 어떤 여행지보다 자연의 순수함 그대로를 간직한 곳이었다. 영화 속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풍경도 풍경이지만, 아침마다 반갑게 인사하던 현지인들의 미소는 기자가 여행하는 내내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다양한 수상 레저 스포츠와 함께 휴가다운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다음 휴가는 크라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카야킹(Kayaking) : 강이나 바다에서 카약을 타는 일

 

글·사진 남유진 기자
yujin2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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