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청년 새터민의 ‘새 터’가 될 수 있도록

지난 6월 기준, 우리나라에 정착해 있는 새터민 수는 2만 8천 명을 넘어섰다. 늘어난 수만큼 그들이 활동하는 사회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올해 최초로 새터민 출신 목사가 탄생했으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새터민 여성과 우리나라 남성의 가상결혼 생활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활발한 사회참여와 함께 교육에 대한 열의도 늘어났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실시한 『2011년 북한이탈주민 생활실태 조사』에 따르면 새터민 청소년의 90%가 대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고자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요 대학들은 새터민 전형을 실시해 이들을 뽑아 학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모든 새터민 대학생들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새터민 대학생의 탄생

여러 대학이 시행하고 있는 새터민 전형의 공통된 특징은 ▲정원 외 모집 ▲최저학력기준 미반영 ▲면접구술 시험 등이다. 대학들은 정원 외 모집을 통해 계열별로 소수의 새터민을 뽑으며,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는다. 새터민 전형의 경우 그들의 교육 환경을 고려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보진 않지만, 대신 평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이뤄지며, 그 외 역량은 면접구술 시험을 통해 평가된다. 김종민(철학·14)씨는 “비교적 열악한 교육 여건에 있는 새터민들은 일반 학생들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터민 전형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은 ▲전형료 ▲모집방식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새터민 전형을 시행하고 있는 서울권 주요대학 7곳의 2016학년도 모집요강을 살펴본 결과 전형료는 무료부터 8만 원까지 다양했다. 대부분 대학의 새터민 전형의 전형료는 다른 전형보다 저렴했지만, 서강대의 전형료는 8만 원으로 논술, 학생부 전형보다 비싸다. 우리대학교의 새터민 전형의 전형료는 1천 원으로 저렴한 축에 속했다. 우리대학교 입학처 관계자는 “일부 새터민에게 전형료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 저렴하게 책정된 것”이라며 “전형료가 낮다고 평가를 부실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러 대학에서는 새터민 전형을 재외국민과 외국인을 뽑는 전형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 대학의 재외국민 및 외국인 전형은 매년 7월에 지원하는 등 모집방식에서 수시 및 정시와 시기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새터민 중에는 모든 교육과정을 우리나라에서 수료한 이들도 많기에 이들을 재외국민 및 외국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학들은 재외국민 및 외국인 전형으로 새터민을 뽑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중 한 대학인 서강대 입학처 관계자는 “새터민 전형의 경우 정원 외 선발이기에 어느 시기에 모집하더라도 크게 상관없어 편의상 재외국민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곤란과 이야기

새터민 전형 안에서는 주로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새터민끼리 경쟁한다. 그렇기에 새터민 대학생들은 입학 후 우리나라의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다른 대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있다. 새터민 대학생인 한국외대 이춘범(중국언어문화학부·12)씨는 “다른 사람들은 몇 시간이면 쓰는 리포트를 며칠 동안 고생하며 쓴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새터민 대학생 최광(컴퓨터정보공학부·14)씨 역시 “조별과제나 토론 수업 과정에서 표현력 문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됐다”고 전했다. 학업 이외에도 새터민 대학생들은 대학 문화에 녹아들지 못해 고초를 겪는 일이 빈번하다. 이씨는 “새터민인 점을 밝히면 주변의 시선이 바뀌는 것을 느낀다”며 “이런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움츠러들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새터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새터민 대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일부 대학의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도 새터민 대학생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씨는 “동아리 차원에서 도움을 받긴 했으나 학교 차원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진 않았다”면서 “2학년 2학기가 돼서야 학교 안의 다른 새터민 대학생들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새터민 대학생들에게 제도적으로 도움을 주는 대학도 존재한다. 서강대에서는 매년 입학하는 10명 정도의 새터민 대학생을 북한 전문가인 한 교수가 전담해 돌보고 있으며, 가톨릭대학교에서는 새터민 대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발표 수업을 위한 비교과 과정을 열고 있다.
 
새터민 대학생들의 학력증진과 적응을 돕기 위한 단체도 존재한다. 지난 2011년 개원한 새일 아카데미는 ‘새터민 대학생 방과 후 학교’를 표방한다. 이들은 새터민 대학생들을 위해 글쓰기, 외국어, 경영학, 자기소개서 작성 등의 과목을 열어 교육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을 통일의 주역으로 여기고 이들이 단순한 사회 적응을 넘어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처음으로 탈북한 이들이 생겨난 이후로 새터민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의식은 함께 발전하지 못한 듯하다. 여전히 새터민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손님’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들이 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 교육은 그 제도적 장치의 초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새터민 대학생, 그들이 대학에 녹아들 수 있을 때, 우리사회 안의 다양성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학 기자
minor15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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