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교무처에서 발표한 ‘수강신청 제도개편안’을 두고 학생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매우 크다. ‘마일리지 선택제’와 ‘대기순번제’가 결합된 새로운 수강신청 제도는 학생들에게 아직 생소하고 복잡하다. 지난 4월 30일 대강당에서 진행된 교무처와 총학생회가 주관한 ‘수강신청 제도개편안 공청회’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고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단과대 별 최대가능학점이 달라 생기는 형평성 문제와 명확하지 않은 동점자 처리기준 문제 그리고 수강신청 수요인원에 대한 예측가능성 부족 등이 주 내용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롭게 개편된 수강신청제도의 취지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일단 기존의 수강신청제도는 문제점이 너무 많다. 기존 수강신청의 성공여부는 ‘클릭의 속도’였다. 이른바 ‘누가 빨리 과목을 클릭하느냐‘에 따라 수강신청 성패의 명암이 엇갈렸다. 심지어 5분 만에 성패가 결정되다 보니 학생들은 수강신청 전날부터 인터넷 속도가 빠른 PC방을 찾아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수강신청에서 몇 번의 고배를 마신 학생이다. 늦게 클릭하거나 인터넷이 느려 내가 꼭 들어야하는 과목을 듣지 못한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연세춘추에서도 매년 보도되는 기사 중 하나는 바로 수강신청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다. 수강신청 시간 동안 동시에 많은 학생들이 접속하다 보니 서버 다운으로 인해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사례였다. 학년별로 수강신청 기간이 나뉘어져있음에도 문제는 마찬가지였다. 수강신청제도의 해결책으로 학교 측의 서버 인프라 확충 문제가 제기 됐다. 하지만 나는 서버의 인프라 확충이 수강신청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서버 인프라 확충으로 동시에 많은 학생들이 접속을 할 수 있다 해도 어차피 학생의 수에 비해 수강정원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수강신청제도에서 가장 고려해야할 점은 ‘학생들의 합리적인 수업권 보장’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과목은 모두 다르다. 기존의 수강신청제도는 학생들이 어떤 교과목을 필요로 하는지 또는 졸업이 얼마나 가까운지에 대한 고려 없이 ‘클릭의 속도’로만 결정됐다. 이 점을 바라볼 때 새롭게 개편된 수강신청제도가 학생이 꼭 들어야하는 과목을 안정적으로 수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선순위 요건과 동점자 처리기준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일리지’라는 이 제도의 핵심적 요소를 바라보면 ‘누가 빨리 과목을 클릭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이 과목을 더 필요로 하는가’라는 것에서 선착순으로 진행된 기존의 수강신청제도보다 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 2월 ‘마일리지 선택제’라는 수강신청제도를 미국에서 처음 알게 됐다.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5일까지 약 3주 동안 미국 여행을 다녀왔고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위치한 미국인 친구 집에서 수강신청을 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오후 3시에 수강신청을 해야 했는데 해외이다 보니 학사포탈 접속이 매우 느려 내가 희망했던 일부 과목을 신청하지 못했다. 씁쓸한 마음에 있던 나에게 미국인 친구는 미국 대학의 수강신청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마일리지 선택제’가 미국 내 일부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 등 미국 유명 대학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 신문과 TV 등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다는 점도 듣게 됐다. 
물론 수강신청제도 개편안 발표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많다. 수강신청은 학생들에게 직결되는 문제인데 학교 측에서 학생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오는 2학기 시행을 결정했다는 점은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서버다운으로 인한 수강신청 피해를 더 이상 악순환 하지 않으려면 개선이 시급하다. 이번 수강신청제도 개편안이 ‘점진적 변화의 씨앗’이라는 점에서 학교와 학생들이 충분한 소통을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해 모든 학생들이 안정적인 수업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강신청 제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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