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마일리지와 로컬 푸드 운동

국내산 감자와 아카시아꿀, 말레이시아산 팜올레인유, 프랑스산 고메 버터. 이 모든 재료는 지난 2014년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의 재료들이다. 위 재료들만 보더라도 허니버터칩은 3개의 국가에서 온 재료들로 만들어진 과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니버터칩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많은 재료들이 세계 각국에서 오고 있다.


푸드마일리지란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과연 얼마의 거리를 거쳐서 오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에서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가 시작됐다. 푸드마일리지란 런던시티대 식량정책학과 팀랭 교수가 정의한 개념으로, 식품이 생산된 이후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소요된 총 거리를 말한다. 이 거리는 이동 거리(km)에 식품수송량(t)을 곱해 계산하는데, 이동 거리가 멀수록 푸드마일리지는 더 커지게 된다.
푸드마일리지가 커진다는 것은 식품의 신선도와 환경적인 부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면 식품의 신선도는 떨어지게 돼 방부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식품 운송엔 대부분 배나 차가 이용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고, 이는 환경오염을 가속화 시킨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 전 세계는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노력에 힘쓰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에 발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푸드마일리지


우리나라의 푸드마일리지는 과연 얼마나 될까.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의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7천85t.km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인 프랑스의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739t.km으로 우리나라의 10%에 불과했다. 앞서 언급했듯, 푸드마일리지의 증가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푸드마일리지가 큰 우리나라의 식품수입으로 인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142kgCO₂으로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푸드마일리지 최하위인 프랑스의 96kgCO₂의 약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 지구환경연구과 성미애 연구원은 “푸드마일리지가 커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져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전 세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푸드마일리지 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FTA 체결 등을 통한 수입농산물 양의 증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칠레를 포함한 15개의 국가와 농축산물 교역 FTA를 체결한 상태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동안 전체 농축산물 수입액은 75억 4천만 달러였으며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49억 1천만 달러였다. 또한, 지난 2012년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입품목인 곡물의 국내자급률은 22.6%로 OECD 가입국인 34국 중 28위에 불과해 식품 의존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즉, 자급자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이뤄지지 못해 푸드마일리지가 커지는 것이다. 이에 (사)로컬푸드운동본부 김양환본부장은 “FTA로 수입농산물이 증가하게 되자 우리나라 농산물의 소비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산물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선호하는 식품의 종류가 변화한 것도 푸드마일리지 증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성 연구원은 “예전에 비해 식품 기호가 다양해졌다”며 “수입할 수밖에 없는 식품을 많이 소비한다면 푸드마일리지가 줄어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로컬푸드 운동


푸드마일리지가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이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며 동시에 로컬푸드 운동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로컬푸드(Local Food)는 수입농산물과 달리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는 지역 농산물을 의미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이런 로컬푸드를 생산,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이에 김 본부장은 “로컬푸드는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아 농민들이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 수 있고, 소비자들은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을 사 먹을 수 있다”고 로컬푸드의 장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로컬푸드를 구매할 경우, 얼마나 많은 푸드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을까. 서울특별시 강동구 도시농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산물 직판장인 싱싱드림에서 기자는 직접 토마토, 딸기, 가지, 애호박, 쑥갓을 구매했다. 싱싱드림에서 판매하는 농산물들은 모두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이었으며 생산자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똑같이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을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후 비교해보자 위의 표와 같았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싱싱드림보다 대형마트가 평균 4.14배 정도 비쌌으며, 푸드마일리지는 상상드림보다 대형마트가 70.28배 정도 컸다. 모두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임에도 불구하고 로컬푸드와 그렇지 않은 식품들의 푸드마일리지가 상당히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로컬푸드가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본부장은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가장 핵심은 로컬푸드의 소비”라고 강조했다.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로컬푸드 직판장들은 서울시부터 전라남도 여수까지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저렴하고 푸드마일리지가 작은 농산물을 살 수 있다는 장점에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싱싱드림에서는 한 달에 4천여 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하루에 150만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또한, 싱싱드림보다 더 큰 규모의 직판장인 양평로컬푸드 직판장 관계자는 “한 달 방문자 수는 평균 5천200명이며, 8천~9천만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식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신선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가 하나라는 지구촌 시대가 밝아오면서 우리나라에도 수입 식품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식품의 안정성과 지구의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는 있는 실정이다.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외국 농산물에 더 의지하게 된다면 환경오염을 비롯해 안전한 먹거리 섭취까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미래의 식품생산과 소비를 위해 푸드마일리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합리적인 로컬푸드 소비를 통해 이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오지혜 기자
dolmengemai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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