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신학 100년! 이제 겨우 100년!

서울대나 고려대에 없는 과(科) 하나가 연세대에 있습니다. 신학과입니다. 연세대에 있는 영문과는 서울대에도 있고, 고려대에도 있습니다. 서울대, 고대에 경영학과가 있듯이, 연대에도 경영학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명문대학 중에서 신학과가 있는 곳은 연세대 뿐입니다. 한국 기독교의 지적 전통은 서울대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고려대에서 수립된 것도 아닙니다. 연세대학교 신학과와 연합신학대학원이 한국 기독교의 지성적 측면을 견인해 왔던 쌍두마차였습니다. 연세 교정에서 한국의 신학을 대표하는 토착화 신학(Contextualization Theology)이 탄생했고 민중 신학(Minjung Theology)이 연세의 품 안에서 태동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신학교들이 교파주의(Denominationalism)에 함몰되어 갈 때 우리 연세 신학은 초교파적 전통을 유지하며 화해와 평화를 실천하여 왔습니다. 세계 교회의 신학의 흐름이 변곡점에 이를 때마다 이를 알리고 한국화 시키는 작업은 우리 연세 신학의 사명이자 전통이 되었습니다.
한국 교회의 위기를 경고하는 파열음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기독교 인구가 급감하고 있고 노령화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의 반(反) 기독교 성향도 심각합니다. 여러 가지 각도에서 문제의 원인을 추적해 들어갈 수 있지만 한국 교회의 위기는 연세 신학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연세대학교의 첫 출발과 함께 했던 기독교 정신과 선배들의 빛나는 업적을 계승치 못한 우리들의 미흡함이 한국 교회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자인합니다. 그래서 연세 신학 100년을 기념하는 올해는 ‘백순 잔치’가 아니라 우리들의 결의를 다짐하는 결단의 해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출발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주의 진리 중에 행하며(시편 26:3)” 걸어갔던 선구자의 길을 다시 걷게 될 것입니다. 연세 교정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정의를 강물처럼(아모스 5:24) 흐르게 했던 우리 선배들의 눈물과 땀을 기억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이제 겨우 100년을 맞이하는 연세 신학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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